[Preview] 원양어선이라는 공간과 인간의 잔인함 - 고기잡이 배 [공연]

글 입력 2020.05.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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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원양어선’이라는 공간


 

배는 육지와 단절되어있다. 세상과 소통이 끊긴 배 안에서는 선장이 곧 왕이다. 사방은 망망대해다. 어선 안이 어떻던, 도망칠 수도, 숨을 수도 없다. 권력을 쥔 지배자는 절대자가 되어버린다. 다른 권력에 간섭받지 않고 그 권리를 마음껏 행사할 수 있으며 그런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공간, 그곳은 바로 배다.

 

1996년 여름, 남태평양. 부산에서 출항한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한국선원과 교포선원들 사이의 갈등이 생긴다. 그 갈등은 깊어지면서 극에 달해 결국 칼과 흉기를 들서 대규모 살인사건이라는 비극이 발생한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고기 잡이 배_바다로 간 한국 사람들>을 곧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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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경제적, 문화적 권력을 쥐고 있는 선장을 포함한 한국인 선원들은 아마도 어선이라는 ‘사회적 잣대가 사라진’ 환경에서 자신들의 권력은 더욱 극대화 되었을 것이다.


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한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인도라는 특수한 공간에 남겨진 아이들은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규칙을 세우고 리더를 선정한다. 잭이라는 리더는 처음에는 사냥에만 몰입했던 아이었는데, 나중에는 그 권력을 지나치게 내세워 그 작은 사회를 군림하게 된다. 급기야 살인도 발생하지만 그것을 정당화한다.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을까?


 

분명, 원양어선에서 살해를 저지른 교포선원들은 원래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을까?


극적인 상황 혹은 환경이 사람을 얼마나 악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 「루시퍼 이펙트」가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그 유명한 스탠포드 실험이 소개되어있다. 이 실험은 1971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필립 짐바르도 심리학 교수가 대학생 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스탠포드 대학 지하에 가짜 감옥을 만들어 피험자를 교도관과 수감자로 역할을 무작위로 배분했다. 교도관이라는 역을 맡은 학생들은 점점 정말 교도관처럼 행동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오래 기합을 주거나 생리적 현상을 못하게 하는 잔학하고 가혹한 행위까지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6일 만에 실험이 갑작스럽게 종료되었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누구도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험이었다.

 

1996년, 실종된 줄 알았던 페스카마호는 돌아왔으나, 이미 선원 11명이 피살당한 후였다. 육지에 기다리는 가족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게 된 사건 ‘페스카마 15호 사건.’ 차단된 공간에서 카리스마가 과도하게 작동했겠지만 은, 그렇다고 해서 살인이 정당화 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아마 살해당한 사람도, 살해를 가한 사람도, 그 안에 ‘악마’라는 인간의 본성이 잠자고 있었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사실적인 연극, <고기잡이 배>


 

이 실화를 바탕으로 연극으로 재구성한 <고기잡이 배>는 2017년 이미 수많은 호평을 받은작품이다. 그 해 서울 연극제에서 ‘작품상 대상’, ‘희곡상’, ‘연출상’, ‘주연배우상’라는 4관왕을 거머쥐었다.


이 연극은 21명의 남성 배우가 모두 등장하여 다소 규모가 크다. 인간의 본성, 존엄성, 지배와 피지배와의 갈등, 등 모든 인간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의미 있는 연극, <고기잡이 배>. 우리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 투영되어있기에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바다 위에서는 인간사회를 거꾸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우선 동일성을, 다음은 현재의 당신이 처한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근처에 깔린 공통 지점을 찾은 뒤 세부적인 내용을 통해 당신이 떠나온 곳과 이곳의 차이점을 쌓아 나가는 방식이다."


- 기획 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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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공연 사진

 

 

*

고기잡이 배
2020 한국문화예술위윈회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품


일자 : 2020.06.05 ~ 2020.06.28

시간
화, 수, 목, 금 오후 8시
토, 일 오후 4시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제작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

LP STORY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8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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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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