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완벽한 아이? 불행한 아이. - 연극 팜 Farm

모든 부모와 사람을 위한 극
글 입력 2020.05.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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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에서 태어나는 아이에 관한 소설을 읽은 적 있다. 통조림의 형태로 배달되는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외모로 태어나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하고, 부모가 원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실수로 배송이 잘못되어 엉뚱한 사람이 아이를 사랑으로 기른다. 어느 날 택배의 본래 주인이던 부부가 통조림 아이를 데리러 온다.


통조림 아이와 헤어지기 싫었던 아이의 부모 (오배송 택배를 받은 할머니)와 아이의 친구는 한 가지 계획을 짠다. 통조림 아이가 평상시에 하던 행동의 정반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통조림 아이는 계속해서 떼를 쓰고 소리를 치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흙장난을 치며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 이를 본 택배 주인은 아이를 기르지 않겠다며 돌아간다. 그 뒤로 통조림 아이는 이전보다 더 제멋대로에 아이처럼 굴었지만, 이를 받아주는 부모와 친구 사이에서 행복하게 지낸다.

 

어릴 때 읽어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책은 완벽한 아이를 바라는 어른을 비판한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긴다면 불행해진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는 변명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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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일본 페스티벌 도쿄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6월 한국 초연을 준비하는 연극 은 통조림 아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나 평생 남을 위한 땅(farm) 역할을 해보다 외롭게 죽어가는 한 아이, 오렌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SF적 상상 속에나 등장할 법한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어지럽게 엉뚱한 순간을 펼친다. 그동안 오렌지는 외롭게 소외된 채 늙어가고 마침내 죽음을 통해 평안을 찾는다. 죽음 직전에야 처음으로 자유로워진다.

 

땅은 씨앗을 품고 양분을 빼앗겨 자라게 한다. 지렁이나 벌레가 땅 위에서 살아가고, 이를 양식 삼는 새와 동물도 땅을 통해 삶을 유지한다. 남을 위한 땅 역할을 하는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살기보다 타인의 인생에 도움을 주거나 휘둘리는 삶을 살 것처럼 느껴진다.

 

 

팜 공연 사진(16).jpg

 

 

이 극의 작가인 마츠이 슈는 <팜(Farm)>에 대해 "유전자 재조합으로 디자인된 아기가 작품 발상의 시초였다.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 과연 부모는 아이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작품을 집필했다. 처음 작품을 집필할 때에는 아직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유머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지금은 중국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아이가 실제로 태어났기에 더욱 진지하고 절실한 주제를 가진 공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조림 소년이나 오렌지의 이야기가 더는 상상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나 통조림 아이를 비롯해 유전자를 조작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많다. 더 잘나고 유능한 아이를 낳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아이를 죽이는 이야기에서부터 자신을 복제해 어딘가 크게 다치면 장기를 적출하는 내용의 영화도 있다. 과학의 발전은 언제나 놀랍지만, 사용 여부에 따라 위험해진다.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인간은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며 생명 경시 풍조를 경고한다.

 

이 그런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만들어낸 비언어적 몸짓을 적절히 사용한다는 점에 있다. 작가의 괴상한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배우는 이재영 안무가와 함께 일상을 쪼개 놓은 듯한 몸짓을 독특한 규칙을 통해 보여준다. 일상을 쪼갠 몸짓은 배우 각자만의 호흡과 만나 비일상적으로 변한다. 이런 움직임이 공연을 매력적으로 꾸민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몸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정서가 연극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요소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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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공연 사진을 보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원색적이면서 다채롭다. 평범한 순간을 극대화하고 배우의 몸짓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관객들 앞에서 비일상적 환상을 구축하고, 순식간에 환상을 무너뜨리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작가가 앞서 말한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 부모는 아이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지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예비 부모와 현재 부모인 사람들의 고민이며, 살아가는 모든 이가 고민해야 할 주제이다. 통조림 소년에서 보이듯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아이를 불필요하게 느끼거나 학대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에서 말하듯 아이의 자유를 빼앗아 불행해지도록 만드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지만, 단순한 sf적 상상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갈등에 관한 일상적 고민을 화려한 무대에서 비언어로 언어를 표현하는 공연 이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선사하게 될지 기대해볼 만하다.

 

프로젝트 내친김에 <팜(Farm)>은 전석 3만 원이며, 17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공연 중 영어/일본어 자막이 제공되고 예매는 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할 수 있다.

 

 

팜 포스터.jpg

 

 

팜 Farm

- 2020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

 

 

일자 : 2020.06.05 ~ 2020.06.14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프로젝트 내친김에

 

협력

페스티벌 도쿄 (FESTIVAL/TOKYO)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전문 김혜원.jpg

 


[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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