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차와 경제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오랜 기간 ‘차’가 스쳐왔던 역사들을 그려낸다.
프렌차이즈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차’란 옛 양반들의 고상한 취미라는 편견이 있다. 그게 아니면 에프터눈티 세트와 같이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한 번쯤 체험해 볼 만한 대상 정도랄까.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이미지의 보이차를 신선한 표현으로 비유한다. 바로, ‘흙수저’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괜히 ‘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차'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은 보이차의 시작, 보이차, 역사의 무대로, 맹해차의 전성시대, 신중국과 보이차, 보이차의 화려한 귀환 이라는 5가지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차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필자 또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작가는 여러 정보들을 역사 이야기 풀어놓듯 친절하고 편안하게 설명한다.
출처: 서촌 차 카페 <이이엄>
운남에서 시작하여 여러 세기와 나라를 거쳐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된 보이차를 따라가며 독자는 전반적인 ‘차’의 세월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차’의 역사는 길고도 아름답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특별히 ‘차’를 즐기지 않으면서 살았던 나의 삶이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특정 지역과 민족에서 ‘차’는 신성하다.
보이차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차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차’라는 존재가 역사 속에서 꽤나 복잡한 사정 속에 얽혀있으며 경제적 이해관계가 더해진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정 지역은 말과 차를 서로 교환했을 정도라니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즉, 이 세상 속에서 차는 오래 전부터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보이차는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고 바로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드는 방법을 넘어서 점차 산업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여러 나라를 넘나들고 교류 되며 그 몸값이 점차 올라가면서 가공과 이동 방식이 현대화 되어졌다. 무엇보다 동방의 여러 나라들을 거치면서 다른 대우, 다른 모습, 다른 방법으로 발전해왔다.
이 책의 작가는 이를 '흙수저 소년의 성장기'로 비유하는데 이 표현이 참 적당하고도 명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알아가고 무르익기까지의 '차'는 참 좌충우돌 다양한 모험을 겪는다. 그런 모험을 따라 가다보며 독자들은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를 하나하나 세어보는 듯한 호기심과 흥미로움,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차의 역사를 따라 읽는 것도 즐겁지만 차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주목하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찻잎의 다양한 가공 과정과 그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원리들을 보고 있자니 한국의 김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 나라에서 소중하고 없으면 안될 존재라는 점이 유사하기도 하나 차란 따서 볶고 말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오해와는 다르게 다양한 곰팡이, 균 등을 활용해 오랜 시간과 정성, 선조들의 지혜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참 정이 가는 존재라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
한 때 외면 받았던 시절이 있지만 이제 보이차는 중국 국민들의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책을 읽다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랑받고 살아남은 보이차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가 아무리 사실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적어 놓았다고 해도 글로 그 느낌을 전부 이해하기에는 어렵다.
그래서 일까. 책을 덮고 나면 주변에 괜찮은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