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고기잡이 배, 바다로 간 한국 사람들 [공연]

글 입력 2020.05.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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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96년 여름. 남태평양.


항해 중에 어구를 조립하는 작업을 하는데, 승선 경험이 전무한 교포 선원들은 여러 차례 작업 설명을 해도 손이 느리고 서툴러 갑판장에게 구타를 당한다. 이로 인해 한국 선원들과 교포 선원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조업지에 도착하지만 교포 선원들의 조업이 서툴러 작업이 느려진다.


우여곡절 끝에 페스카마호는 조업을 시작한 지 55일 만에 처음으로 완전하게 투승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양승 때는 평소의 열 배나 많은 참치가 낚시에 달려 올라온다. 태풍이 예고된 상태에서 서둘러 양승을 하던 페스카마호는 선장까지 갑판에 내려와 작업하기에 이른다.


이때 교포 선원이 낚시에 걸린 참다랑어 한 마리를 바다에 떨어뜨린다. 이에 격분한 선장이 교포 선원을 구타하자 맞은 교포 선원도 선장의 뺨을 때리는 일이 벌어진다.


순식간에 칼과 흉기를 든 한국 선원과 교포 선원들이 갑판에서 대치하는데. 나이가 많은 기관장이 중재하며 사태를 수습한다.



연극 <고기잡이 배, 바다로 간 한국 사람들>은 1996년 8월 2일, 한국인 선장과 선원 7명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선원과 조선족 등 11명이 남태평양 해상에서 선상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선상 살인 사건인 ‘페스카마호 15호 선상 반란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각자의 사연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또 누군가는 아들을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에 보내기 위해 집을 팔거나 담보로 빚을 내 배에 올랐다. 페스카마호에 오른 7명의 조선족 선원들에겐 현실을 극복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선체 작업, 뱃멀미 등으로 고통스럽다.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조선족 선원들로 인해 조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선장으로는 첫 항해에 나선 선장(이형주), 갑판장(박경주·정진혁) 등의 모진 처사가 또 고통스럽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휴식을 위한, 교통수단을 위한 배가 아닌, 머나먼 망망대해로 향하는 고기잡이 배엔 각자의 부푼 꿈들이 안내자 역할을 해줬을 것이다.


목적이 있는 여느 모임, 회사 등에는 개개인의 설레는 포부가 함께한다. 꿈을 위해서, 직무를 위해서, 돈을 위해서, 사람을 위해서, 스펙을 위해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얼떨결에, 먼 훗날의 꿈을 위해. 모이는 첫 순간만큼 설레고 신기한 건 없다. 그 달콤함은 후에 밀려올 씁쓸함을 모르게 하고, 새로움이 사그라들 즈음엔 현실과 맞닥뜨린다.


한 사람의 생각은, 가치관은, 파도가 배를 뒤집듯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시스템의 ‘보편화’된 생각과 가치관은 더욱이. 지금도 여전한, “비싼 한국인 대신 싼 값에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와 일을 시킨다는” 생각은 그때도 여전했을 것이다. 당연히 배 안에서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 저변에 깔린 상하관계나 갑질, 답답함과 속상함에 점점 더 심해지는 횡포는 피할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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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회



『조선족 선원들을 향한 욕설과 뒷담화, 말마따나 “한 마리당 가격이 조선족 선원 두세 명의 1년 치 봉급보다 비싼” 참다랑어 포획에 실패하면서 선장의 구타가 이어졌다. 여러 갈등 속에서 선장은 조선족 선원들의 강제 하선과 선상 난동으로 인한 형사 고발조치, 조업 손실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선원들은 현실을 극복하기는커녕 고향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지속해서 받아오던 핍박 그리고 무지에서 오는 공포로 인해 살해를 시작한다.』


각자의 사연이 얽히고 문드러지고 감정이 격앙된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고기잡이 배를 그들만의 또 다른 사회라고 설명했던 적이 있다. 흔히 말하는 원양어선 안에선, 30년 이상 다른 가치관을 가지며 살던 이들이, 최소 1년 이상 바다 위에서 삼시세끼, 매분 매초를 함께 해야 한다. 거기다 성난 파도 위에서 고된 노동까지 해야 하니 멀리서 보면 ‘바다 위 고고한 배 한 척’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엄격한 체제와 모난 모습을 가진 작은 사회’라고 해야 하나.


험한 뱃일이니 모진 처사는 ‘당연’하고, 끝내 항구로 돌아와 떼돈 벌면 그만이니 배 안의 시스템(노동시간, 상명하복, 처우개선)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냥 묵인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 후(後)



『조선족 선원 6명은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페스카마호 사건은 당연한 계급과 불평등의 존재,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관한 과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어선 안에서 평등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나 고정관념을 서서히라도 바꾸게 만드는 것은 결국 당사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래 불가능한 일’이라 일축하고, 타인의 일이라며 생각하는 건 그 어느 것도 변하지 않고 제자리걸음 하는 지름길이라는 건 알지만, 바꾸는 일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님에 씁쓸한 웃음만 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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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계가 야근도 많고 보수는 적고, 수당도 안 챙겨주는 게 대부분이야, 안 챙겨줘 원래.” 지인들로부터 적지 않게 들어 본 말들이다. 계속되어 온 문화에 손을 들어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도태되는 일이자 눈총받을 일이라고도 말이다. 바뀔 수 있을까, 개선될 수 있을까. 노력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 언젠가 다, 모두, 괜찮아질 때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 안에 적힌 작은 명언 한 줄.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도 있다.’ 흐음,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을까? 긴장되고 신경 쓰이는 것들은 발전한다는 증거이다. 한 시스템을 인정하면 마음은 편하나 여전히 그대로일 것이다. 박차고 나를 괴롭혔던 모든 것들에 대해 들고 일어나야 할지, 감내해야 할지. 어떤 것을 따라야 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가치관의 차이이자 생각이 차이니까, 왈가왈부할 수 없다.


세상이, 사회는 이런 것이다. 수많은 사람, 수많은 의견, 수많은 가치관은 미묘한 차이를 낳는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말하기엔 그들에겐 공평하나 내겐 불공평한 것들이 있고, 내겐 평등하나 또 다른 이에겐 불평등하다 느끼는 것처럼 참 불편하기도 하고 복잡하다. 답이 없다.


왠지 극이 끝난 이후에도 규명하지 못할 것 같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일지. 살해가 범법이라고는 하지만, 그 전후 사정을 볼 때면, 사실은 분노가 아닌 자기방어는 아니었을까. 각자의 사정이 있고, 우린 결국 다른 사람들이며 온점을 찍기엔 사람‘들’과 시스템들은 무한하다.

 

극을 본 후에 나는, ~해야 한다 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안/못하지 않을까 싶다. 불가능이라 생각하며 차라리 손을 놓는 편이 마음은 더 편하지나 않을까. 생각을 서성인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관한 경각심을 생각해 보는 연극, 모두에게 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고기잡이 배
2020 한국문화예술위윈회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품


일자 : 2020.06.05 ~ 2020.06.28

시간
화, 수, 목, 금 오후 8시
토, 일 오후 4시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제작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

LP STORY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8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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