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의 그림정원] 기억을 마주하는 시간

글 입력 2020.05.24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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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대한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나라인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본 것도 있지만, '스누피의 그림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에게, '비밀정원'이란 단어가 마치 "우리 친구하지 않을래?"라며 손짓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참 고요하면서 편안했다. 줄거리에 대해 잠시 말해보자면, 주인공 '폴'은 우연히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대해 알게 되고, 매주 목요일 비밀정원을 방문해 프루스트가 직접 키운 약초로 만든 차와 마들렌을 먹고 왜곡되었던 자신의 기억을 마주하면서 행복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사실 영화에는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큰 자극도 없고, 탄식이 절로 나올만한 엄청난 교훈도 없다. 게다가 영화 시작부터 끝나기 직전까지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벙어리 폴이 답답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저하면서도 하지만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마주하면서, 끝내 진정으로 웃을 수 있었던 폴을 보며, 한편으로는 지금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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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에게 '기억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하는 프루스트.

 

 

요새 붓을 잡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약 10년간 마주했던 '미술'에 대해서 당당히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림이 왜 싫었는지, 왜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었는지, 나에게 미술에 소질이 없다며 언젠간 붓을 꺾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너무나 크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대학의 이름이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등등. 나와 미술의 관계에 대해서 정립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내 기억 속 '미술'을 꺼내들어 하루아침에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만큼,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하루 당당하게 그림과 맞서다 보면, 결국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 속 개구리 밴드를 마주하고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웃음'을 찾은 폴처럼, 나도 언젠가는 온전히 그림을 받아들이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폴이 '우연히' 프루스트를 만나 '우연히' 행복해졌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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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예연

<우연 1, 2>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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