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앞에 보이는 세상만이 전부는 아니야: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현실 그 너머를 응시하다
글 입력 2020.05.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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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벨기의 출신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담배 파이프, 초록 사과, 양복을 입은 남자, 파란 새 등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은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세계를 펼쳐낸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마그리트는 이번 봄, 우리의 곁에 찾아왔다.

 

'Inside Magritte' 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관객 체험형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평소 마그리트의 작품을 좋아하고 있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를 방문했다. 내부는 많은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작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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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마그리트의 생애와 주변 인물을 간략히 설명하고, 시기별로 변화하는 마그리트의 작품 스타일을 보여줬다. 그가 양복 재단사 아버지와 모자 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양복을 입고 모자를 쓴 인물이 작품에 왜 자주 등장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자살로 큰 상실을 경험한 마그리트는 브뤼셀 예술 아카데미에 진학하면서 드로잉과 회화를 배운다. 졸업 이후엔 광고 의뢰를 받기 시작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했고, 포스터 및 광고 디자인을 하며 꾸준히 미술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가 가장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시기는 바로 <암흑기>인데, 마그리트의 작품 속 자주 등장하는 '중산모를 쓴 남자'도 이 시기 처음 등장한다. 어머니의 자살을 암시하는 작품도 만날 수 있었는데,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압도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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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기를 지나 마그리트는 아내 조르제트와 함께 브뤼셀을 떠나 파리로 이사한다. 그는 파리에서 프랑스 초현실주의 그룹과 교류하며 주변의 평범한 사물을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담배 파이프가 그려져 있는 <이미지의 배반>, 얼굴에 베일을 두른 채 서로 입을 맞추는 <연인들> 또한 이 시기에 완성되었다.


<이미지의 배반>은 현실과 묘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표현했고, <연인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한다.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졌다.


더불어 마그리트는 작품의 제목을 아주 중요시 한 사람이다. 작품을 완성한 뒤엔 친구들과 함께 모여 의논한 뒤 제목을 정했다. 그는 제목을 짓는 행위를 창작의 연장선으로 여겼는데, 작품에 제목이 붙여지기 전까진 아직 미완성인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다. 즉 제목 또한 작품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했고, 함축적인 제목을 붙임으로써 관객들이 더 깊게 작품을 해석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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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콩드(Golconda), 1953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는 것이

어떤 것을 숨기고 있는지 보고 싶어 한다.

 

-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마그리트의 대표작 <골콩드>, <사람의 아들>는 일상적인 현실을 뒤엎고 비틀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부순 작품이다. <골콩드>에선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비처럼 떨어지고 있고, <사람의 아들>에선 양복을 입은 남자의 얼굴 위에 사과가 그려져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지만 감춰진 것, 확실히 보이는 것에 대한 개념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작품에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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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The Son of Man), 1964

 

 

우리는 <사람의 아들>을 보며 사과 뒤 가려진 남자의 얼굴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처럼 마그리트는 뒤에 숨겨져 있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표현했다.


인간의 정신과 마음 또한 눈에는 보이진 않아도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보이는 것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사람 얼굴에 사과 하나를 얹었을 뿐인데, 이렇게 깊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미디어 아트로 새롭게 탄생한 마그리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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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로 새롭게 탄생한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신선하고 새로웠다. 마그리트의 연작 <빛의 제국>은 영상으로 제작되었는데,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과 흔들리는 나뭇잎은 작품에 생명력을 더했다. 낮과 밤의 풍경이 한데 담긴 그림은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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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펼쳐지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메인 영상 룸(Immersive Room)'은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영상으로 새롭게 탄생한 마그리트의 작품 160점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전시장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감쌌다. 전시장에 발을 디딘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세계에 빨려 드는 기분이었다.


작품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완벽하게 조화로웠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13악장 '백조', 아콜라이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에릭 사티의 'Gnossiennes'등 신비로운 분위기의 클래식은 그의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만들었다.

 

노란색 불빛으로 가득한 '라이트룸'에선 마그리트가 중요시 여긴 '낯설게 보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고, 담배 파이프 모형이 전시된 방에선 AR 기술로 마그리트 작품 속 양복과 모자를 착용해 볼 수도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새롭고 신선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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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화가 없는 전시라고 해서 조금은 걱정했었는데, 전시장에 들어서자 그간의 고민은 눈 녹듯 사라졌다. 다양한 방식으로 마그리트의 작품을 해석하고 담아낸 이번 전시로 그의 작품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벨기에 브뤼셀의 마그리트 뮤지엄에선 원화가 주는 무게감과 웅장함에 압도되었다면, 이번엔 그의 작품 세계를 온몸으로 체험해보며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초반부의 쉽고 섬세한 설명은 작품의 이해를 도왔고, 중반부에선 영상으로 재해석된 작품을 체험하고 미디어 아트 및 증강현실을 통해 작품의 일부가 되어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전시는 균형 있는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회화와 미디어아트는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곳곳엔 귀여운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된 작품 수도 다양하고 방대했다. 원화 없이도 그의 작품세계를 깊고 다채롭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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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건

한 편의 시와 같습니다."

 

- 1962년 마르셀 프랭스와의 인터뷰 中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관점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관찰하던 사람, 마그리트. 자신만의 철학과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 그는,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삶을 향유했던 화가이자 시인이었다. 다채롭고 생생한 그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면, 이번 전시로 매혹적인 초현실주의의 세계에 풍덩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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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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