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사람]

문득, 미도와 파라솔처럼 되고 싶어졌다.
글 입력 2020.05.2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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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빔프로젝터로 같이 보았다. 떡볶이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수다를 한참 떨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더러워진 책상도 청소하고, 밀린 설거지도 하고, 씻고, 인센스도 피웠다.


같이 드라마를 본 친구 두 명중 한 명이 지난 1, 2월에 다녀온 유럽에서 가져온 선물과 편지도 스크랩북에 붙였다. 그 편지를 한 번 더 읽으면서 어제 펑펑 울었는데, 오늘 또 눈물이 맺혔다.


사실 지금도 울고 있다. 그 친구의 그런 다정함이 나한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나를 너무 과분하게 봐주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어리고, 미울 때도 많아 나조차도 나의 모습이 창피할 때가 있는데 말이다. 정말 나와 다른 친구인데,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된 지금이 가끔은 신기하다.

 

*

 

그러다 오늘 드라마에서 미도와 파라솔이 부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생각나서 틀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직 슬의 버전은 올라오지 않았지만 신효범 님의 버전도 너무 좋으니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 들으면서 읽어도 좋다.


그런데 갑자기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작년 학교 제작 공연이 생각났다. 그래서 부랴부랴 티켓과 스티커를 찾아서 스크랩북에 정리했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공연 방명록을 읽었다.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작년 공연 때처럼 학교를 기분 좋게 다닌 적이 없었다. 오늘 같이 드라마를 봤던, 함께 공연을 올렸던 다른 한 명의 친구는 그때가 마치 꿈같았다고 했었다.


그때는 별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 방명록을 보며 알았다. 정말 내가 좋아했던 순간이었나 보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순간이 좋을 수는 없고, 불만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었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내가 보기 전에, 같이 공연했던 그 친구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그 드라마에는 5명의 친구가 나온다. 그들은 대학에서 만나, 20년간 친구로 지냈고 같은 직업을 가지며 자주 만난다. 대학에서 만나, 만약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20년 뒤에도 그 드라마의 친구들처럼 지낼 수 있을까’라고.


그때 나는 무슨 답을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자주 보긴 힘들 것 같다고 했을 것 같다. 중학교를 가면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를 가면 고등학교 친구, 학원에서 만나면 학원 친구, 알바에서 만나면 알바 친구가 생기는 것처럼 다른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사람들과 가장 친할 수밖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고 자주 보게 되니까.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우린 같은 길을 가고 싶어 하고, 이 막막한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있고 싶어 하니까. 함께 울고 웃으며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친구들과 함께인 지금이 너무 소중해졌다. 드라마에 나오는 과거 회상의 20대의 미도와 파라솔처럼, 나도 나중에 나이 들어 이때를 떠올렸을 때 정말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봤을 때 친해지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들과 지금은 너무 친해진게 신기한데, 그들도 그렇지 않은가. 나도 이 친구들과 미도와 파라솔같은 사이가 되고 싶어졌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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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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