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파도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기 - '파도를 걷는 소년' [영화]

글 입력 2020.05.19 00: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크기변환]12.jpg

 


흔히 파도는 역경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파도는 해변의 모래들, 그리고 때로는 생명까지 휩쓸어 가기도 한다.


그런데 파도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파도를 걷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퍼들이다.



[꾸미기][크기변환]4.jpg



김수는 폭력 전과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으로, 친한 동생 필성과 함께 갑보 사장 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불법적인 일이지만, 갑보에게 갚아야 할 돈이 있는 그들은 일자리를 주는 갑보를 떠나기 어렵다.


영화의 초반에서, 수가 엄마로부터 온 엽서를 읽는다. 수의 엄마는 하이난에 살고 있고, 그는 엄마를 다시 보러 가기 위해 돈을 번다.


서핑의 섬이라 불리는 하이난에서 온 엽서답게, 엽서에는 서핑을 하는 사람의 사진이 있다. 그리고 수가 바라보며 자라온 바다에도 언제나 서퍼들이 있었다. 서퍼들은 언제나, 매일같이, 꾸준히 파도를 타기 때문에.



[꾸미기][크기변환]2.jpg



엽서 속 서퍼와 바다 위의 서퍼들을 보며 수는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나 보다. 그는 부러진 보드에 청테이프로 스티로폼을 붙여 서프보드를 만든다. 형편없는 실력으로 혼자 파도를 타는 수를 보며 서퍼 해나는 초보자가 여기서 파도를 타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치지만, 그들의 인연은 계속된다. 수가 사회봉사를 하러 간 서프샵에서 똥꼬와 해나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핑을 배우고 싶어 하는 수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서프보드나 서핑복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그들의 도움과 환영 속에서, 수는 파도를 타며 행복을 느낀다. 애초에 수는 파도를 고난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같은 처지의 친구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매일 아침 수는 자신의 손목을 바라본다. 예전과 같은 폭력범으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수가 어떠한 사람으로 변하고 싶어 했는지 정확한 모습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유롭게 파도를 타며 그는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꾸미기][크기변환]3.jpg



수는 결국 하이난으로 떠난다. 제주도에는 그의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를 이방인으로 여기고 완전히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행복 속에서도 항상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가족이 있는 하이난으로 갈 것이라는 수의 말을 들은 필성은 가족 같은 존재인 수가 떠나는 것에 막막함을 느끼지만, 그저 알겠다고 말한다. 떠나지 말라고 투정을 부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선택을 바로 존중할 수 있었던 건 오히려 그들이 진정으로 돈독한 사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제주도는 그를 이방인으로 여기는 곳이었지만, 마지막에는 따뜻한 인연들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수가 한국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으며 떠나갔을지 궁금하다.



[꾸미기][크기변환]8.jpg



똥꼬와 해나는 어째서 그렇게 수와 필성을 도울 수 있었을까? 서핑 용품이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그것은 그들도 서핑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와 필성을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렸을 것 같다. 그리고 수와 필성도 자신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길 바랐을 것이다. 성장한 사람들의 여유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꾸미기][크기변환]메인 포스터.jpg



일반 영화 상영이 아닌 시사회 관람이었기에 그에 관련된 글도 적어본다. 감독과 배우가 직접 참여하는 시사회에 가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후 감독과 배우와 함께 영화에 대한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다.


필성이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라는 점이 놀라웠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장면인, 수가 필성에게 하이난으로 떠난다고 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수와 필성의 관계성, 그리고 네 명의 균형도 좋았다.


아예 소재 자체가 권투에서 서핑으로 변화된 것도 그렇고, 영화 제작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생기는지 생생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파도를 걷는 소년' 메인 예고편

 




파도를 걷는 소년
- The Boy From Nowhere -


각본/감독 : 최창환
 

출연

곽민규, 김현목

김해나, 강길우, 민동호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05월 1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97분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