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에 구현된 마그리트의 상상력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0.05.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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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토요일 오전, 인사동길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 다녀왔다. 이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 가랑비를 뚫고, 또 바이러스의 공포를 뚫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주었다.


외출이 자제되는 시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로 발길을 이끈 것은 마그리트의 어떤 매력일까. 그리고 관람을 마치고 전시회장을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이번 전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위생과 질서의 철저한 관리하에 이번 전시는 안전하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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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경향의 미술가로 알려진 마그리트는 심미적인 가치 너머의 철학적 사고를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었다. 낭만주의적 색채의 작품들이 서정성, 즉 정서의 전달에 초점을 둔다면,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은 사고와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실제로 전시회장 곳곳에는 ‘보는 것’ 이상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마그리트와 그 주변인들의 명언이 남겨져 있다. 그의 작품은 사고를 요구한다.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상의 사물들을 낯설게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예술가에서 관람객에게로 향하는 단방향적인 시각적 자극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예술가의 인식에서 시작하여 관람객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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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제, 이름,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마그리트의 설명(<언어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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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정신을 소개하고 그의 작품세계를 쉽게,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단순한 시각 예술 이상의 철학을 논하는 그의 작품은 관람객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무의미한 것이다.


내걸린 그림을 천천히 쳐다보며 지나갈 뿐인 기존의 전시 방식으로는 그의 사고에 다다를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는 그의 작품을 AR 증강현실과 3D 체험 현장들로 재현해냈다.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전시는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전시 테마로 나뉜다. 전시장을 입장하고 마주하는 첫 공간은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그의 생애와 사상을 총망라하고 있다.


그의 철학과 작품색이 시간에 따라 변화해가는 과정이 이 장소에 소개되어 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연인>, <사람의 아들>, <빛의 제국> 시리즈와 <친화력>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초현실주의 예술가답게 그는 회화 외에도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영상 작품들을 남겼는데, 그가 남긴 다큐멘터리 필름들 역시 상영된다. 이 재치있는 영상들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마그리트의 모습들, 그리고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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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화력> 시리즈 작품 중 하나인 <우연의 빛>


 

작품들을 눈으로 이해했다면, 이 다음에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그의 작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두 번째 전시 공간에서는 입체적으로 구현된 그의 작품 속을 걸어다니게 된다. 오늘날의 조명과 촬영 기술을 통해 그의 낯선 작품 세계가 현실 세계에 구현되는 것이다.


앞서서 살펴보았던 <빛의 제국, <친화력>, <잘못된 거울>, <골콩드> 등의 작품이 전시 공간의 육면을 가득 채운다. 음악 선율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그의 이미지, 발아래를 수놓은 그의 이미지 속에서, 이제는 단순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수준에 이른다. 마냥 낯설었던 그의 철학과 상상력의 일부가 되어 초현실주의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전시장 몇 군데 공간은 마그리트의 작품 한 개에서 따온 테마를 입체적으로 발전시켜 구현해놓았다. 이러한 공간들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 중 하나는 <빛의 제국> 시리즈를 재현해놓은 공간이다. <빛의 제국> 시리즈에서 마그리트는 도시의 밤 풍경 위로 대낮의 하늘을 그려놓았다. 빛과 어둠의 이미지를 한 작품 안에 통합시켜,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밤 혹은 낮의 모습을 두 이미지가 같이 있을 때 새롭게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이 주제는 마그리트에게 있어서 꽤나 흥미를 끌었던 주제였고, 그의 작품 테마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유화와 과슈 작품을 배출하였다. <빛의 제국>을 수놓은 오묘한 분위기를 육면의 공간으로서 구현하여, 관람객은 그의 작품에 더욱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낮의 하늘 아래 밤의 도시가 놓여 밤의 개울이 흐르고, 이 복수(複數)의 시간 속을 거닐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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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빛의 제국> 시리즈 작품 중 하나인 <빛의 제국>(위)과 이를 기반으로 국내 크로스디자인 연구팀에서 제작한 <빛의 제국> 공간(아래)

 

 

또 하나의 공간은 <인사이드 마그리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벽면과 발아래에 마그리트의 오브제들이 유동한다. 산뜻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이들 사물은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유리파편처럼 깨지기도 하고 불이 붙어 소멸하기도 한다.


마그리트의 회화 작품 속에서 벌어지던 사물들의 대치와 결합이 눈앞에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법에 걸린 왕국> 시리즈의 이미지들이 생생하게 불에 타기도 하고, <잘못된 거울>의 눈알들을 밟으면서 돌아다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 낯선 사물들의 이름으로 삶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마그리트의 꿈은 <인사이드 마그리트> 공간을 통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잘못된 거울, 1935, 캔버스에 유채, 19x27c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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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위)과 <인사이드 마그리트> 공간에 나타난 그의 작품(아래)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은 아무래도 오늘날 대중들에게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의 시각예술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여태까지 전시장에서 접해온 것들은 3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정지해있고, 움직이는 영상이라도 2차원인 것들이었다.


시각예술의 범주에 있으면서 입체적으로 우리를 둘러싸며 생동하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번 마그리트 전시는 형이상학적 상상력의 끝에 자리한 거의 철학적 사고를 우리의 감각 가장 가까운 곳으로 끌어내려 우리가 느끼며 즐길 수 있는 차원에 자리하고 있다. 근대화의 시기에 진정한 삶에 더 가까워지고자 했던 그의 추상적 열망이 현대의 미디어아트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충분한 기간 진행되니 바이러스가 두렵다면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기에 천천히 찾아와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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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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