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채움과 비움 사이 [문화 전반]

미니멀, 혹은 맥시멀 라이프
글 입력 2020.05.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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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도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이른바 '집순이'였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 때문에 올해 들어 더욱이 바깥 활동이 적어졌다. 그렇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검색하고 찾아본 결과, '미니멀리즘'에 속하는 미니멀 인테리어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미니멀리즘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는 것일까?

 

 

 

비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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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인테리어 프로그램,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불필요한 요소는 생략하고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는 Minimalism[미니멀리즘]. 영어 단어여서인지 어딘가 친근하다기보다는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지만, 올해 열반 10주기에 이르신 법정 스님의 말씀을 떠올려보자. 법정 스님이 항상 강조했던 '무소유'와 미니멀리즘은 불필요한 것은 생략하고 최소한의 요소를 통해 최대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그렇게 미니멀리즘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미니멀리즘에 이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인 [제로 웨이스트]의 개념이 생겨나고 유행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소비와 요소들을 없애는 것에 더해, 최소한의 쓰레기만 만들자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제로 웨이스트 또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018년, 우리나라는 빈번하게 쓰이던 비닐봉지, 일회용 빨대, 컵 등의 사용을 줄이도록 일회용품 사용 및 제한에 있어 더욱 강해진 법적 규제를 시행했다.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이라는 세련된 이름의 재활용 또한 이에 점철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몽당연필을 다 쓴 볼펜 깍지에 끼워 쓰거나 폐식용유를 다 마신 우유갑에 넣어 비누를 만들던 활동은 어린 시절 많이들 했던 리사이클링 활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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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활동에 더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드적 가치를 더해 업사이클링 시킨 제품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선발주자에 속하는 '프라이탁'이 그렇다. 프라이탁은 사용되었던 타풀린 천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가방을 주 제품으로 삼고 있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어쩌면 쓰레기로 전락해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을 지도 모를 타풀린 천이, 쓰임과 멋 모두 잡은 하나의 아이템이 된 것이다.


식생활에서 역시 미니멀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절에서의 식단이나 비교적 소수의 취향 혹은 신념이었던 '채식'의 트렌드화. 얕게는 상황에 따른 선택적 채식주의에서 완전 채식의 경지인 비건까지, 채식은 더 이상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채식의 경우에는 개인의 건강 상태나 동물권 보호 등의 신념 등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이유를 수반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식생활에서의 '미니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미니멀 인테리어, 제로 웨이스트, 리사이클링, 채식 등 문화 및 생활 전반의 '미니멀리즘'적인 트렌드들의 관계성은 결국 우리 주변의 생활에서의 '비워냄'에 있다. 원래 있던 것들에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는 것들이 쌓여 가득 차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비움의 미학을 찾기 시작했고, 미술 작품에서만 보던 '여백의 미'가 실생활에 들어와 '지속 가능한 삶의 지향'과 만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본능적 채움



실제 생활 속, 각종 물리적인 것들에서는 비움이 유행이지만 어쩐지 온라인 세상에서는 미니멀리즘보다는 그에 반대되는 맥시멀리즘[Maximalism]이 트렌드인듯하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편화 때문일까. 오랜 시간 큰 인기를 누리며 일인자로 자리 잡았던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의 이용자는 거의 사라지거나 대거 줄어들은 지 오래다.


해당 브랜드에서 이용자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sns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인기가 사그라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유튜브, 트위치 등 끊임없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혹은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고, 점점 더 이용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동영상과 sns의 특징이 결합된 '틱톡'등의 앱도 등장해 매주 새로운 트렌드를 끌어내고 있다.


넘쳐나는 미디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비디오/dvd 대여점에서 하나씩 골라보며 반납하던 만화책과 영화 혹은 드라마 역시 여러 플랫폼에서의 웹툰과 다양한 앱의 등장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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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채움'의 예시는 신문과 같이 정기적으로 요금을 내며 사용하는 각종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익숙하고 흔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영화, 다큐, 드라마 등의 구독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 웨이브 등 다양한 동영상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의 등장. 이에 이어 각 예스24의 북클럽과 같이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는 요금제에 따른 e-book 구독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것이 가장 눈에 띄는 맥시멀, 즉 채움인 이유는 바로 과도함에 있다. 각종 서비스들은 콘텐츠 이용의 '충분함'을 넘어 '무제한'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앱의 등장만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헤어질 때 흔히 하던 인사인 '문자해'라는 말을 '카톡해'로 바꾼, 우리 생활에 없어선 안될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카카오톡의 본질은 메시지에 있지만, 그것이 카카오톡의 전부는 아니다.


카카오톡은 앱의 업데이트를 통해 앱 속에 게임(모바일 게임), 선물하기(쇼핑, 모바일 교환권), 카카오페이(송금,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초기에는 '카카오톡 앱이 점점 무거워진다'라는 이용자들의 원성이 있었지만, 이내 이용자들은 이에 적응하고 활발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이를 통해 '카카오톡'이라는 앱 하나만을 이용할지라도, 모바일 또는 온라인 세상 속의 맥시멀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나 나에게 없는 것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상에서 더 그러한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공간의 활용에 따른 차이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가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즐길 거리에 대한 '편리함' 있다고 본다. 실제 오프라인 세상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것이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 세상 속에서 아직 새로움이란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삭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버리기 쉽고, 이미 버린 것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 또한 본능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제약이 덜 한 온라인 세상에서 즐기는 미디어들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예를 들면, TV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는 편성 시간에 맞춰 해당 방송사 채널에서 수많은 광고를 보고 나서야 드라마를 즐길 수 있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극장에 가서 원하는 영화의 상영 시간에 따라 표를 끊고 역시나 광고 뒤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 세상은 그렇지 않다. 원하는 것이 드라마든, 영화든 상관없이 인터넷만 있다면 자기 전 침대에서도 볼 수 있고, 출퇴근길에도 감상이 가능하다. 호기심과 편리함, 이 두 가지는 그렇게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맥시멀리스트의 길로 인도했다.

 

*

 

반대되는 개념인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세상의 공존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이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도, 맥시멀리스트가 될 수도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두 개념이 반대된다고 해서 어느 것은 옳고 어느 것은 그른 것이 아니다. 단지 점점 간소해지거나 넘쳐나게 되는 생활 속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에게 중요하고 필요한지 깊게 생각해볼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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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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