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로 웨이스트, 어떻게 시작할까? [문화 전반]

가볍게 시작하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글 입력 2020.05.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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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必) 환경'이라는 말이 어색해지던 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잠시 멈춤'의 기간 동안 오히려 더 화려했던 풍경을, 나는 기억한다. 아파트 입구에 높게 쌓여있던 택배 박스들과 쉼 없이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분리수거 날의 터질 것 같은 쓰레기 더미를. 다들 집에 있으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더 풍요롭고도 슬기롭게 소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必) 환경'이라는 다소 귀찮은 태도는 아쉽게도 편리함 앞에서 무력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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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우 류준열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었던 사진이 주목을 끌었다. '마트에 가서 용기를 내보았다. #용기내'라는 내용으로 생선을 다회용 용기에 담아 구매하는 모습이 꽤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린피스(Green Peace)가 진행하는 '제로 플라스틱'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형마트 일회용 포장재 줄이기를 통한 환경 이슈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과대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살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대형 마트에서는 에코백이나 재활용 장바구니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 포장 단계에서부터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다큐멘터리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 감독의 말처럼 "재활용을 위해서 또다시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은 환경 정책이 될 수 없다." 계산대 앞에 놓인 다회용 장바구니들을 보고 있자면 친환경이 보여주기식 숙제처럼 다뤄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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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운동가이자 유명 블로거인 로렌 싱어(Lauren Singer)는 그녀의 TED 강의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이슈를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일상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해서 3년 동안 16oz의 작은 유리병에만 들어갈 정도로 만들었다. 일주일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 양도 아니고 무려 3년 동안의 양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매일매일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들이 넘쳐나는 현시대에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가 없다. 로렌 싱어는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지나치게 심각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고 가볍게 다가가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하기 위해서 어떤 시도를 해 볼 수 있을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 '더 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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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picker



친환경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전부터 시작된 국내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다. 바로 성수동에 위치한 '더 피커'. 'the picker'라는 이름은 물건을 선택하고 고르는 행위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철 과일이나 곡류 등 식료품의 불필요한 포장을 제거하고 디스펜서를 통해 쓰레기 없이 장을 볼 수 있게 했으며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생활용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가 잠깐의 힙한 트렌드가 아닌 일상적 습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라이프스타일숍이다.


'더 피커'의 대표 송경호는 단순히 친환경적 물품을 판매하고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한 개인이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고자 했다. 즉 친환경을 위한 대안품을 제안하면서도 건강한 소비문화의 회복을 바라는 것이다. 기존에 무심코 소비하던 물건들을 다시 살펴보고 의문을 가지면서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소비문화를 되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제로 웨이스트 비기너들을 위한 '제로웨이스트학개론' 자료도 제공하고 있으니 자연과의 공생적 소비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더 피커'의 메시지에 공감할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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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chefriends



과대 포장이나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작은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해보자.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심각함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 모두가 위대한 환경 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아주 사소한 행동들을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든다'라는 말처럼 나 하나쯤의 도전이 어쩌면 위대한 변화의 한 발자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대형마트보다는 동네 시장 이용하기

최근에 들어 백화점 식품관이나 대형 마트의 과대 포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과일의 경우 상품이 상하지 않도록 낱개씩 비닐 포장재로 감싸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판매하는 종류나 전체 규모는 작지만 일회용 포장재를 덜 사용할 수 있는 로컬 마켓이나 동네 재래시장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건을 사며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 고르기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 바로 하나의 물건을 여러 번 재사용하는 것이다. 텀블러, 에코백과 같이 익숙한 제품들 외에도 최근에는 꽤나 다양한 영역에서 재활용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일회용으로만 쓰이던 화장솜이나 생리대부터 시작해서 의복, 가구까지 재활용 가능하고 쓰레기를 재탄생시킨 독특한 디자인 상품들도 많으니 착한 소비를 힙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다.


셋째. 적게 사기

사실상 '제로 웨이스트'의 가장 큰 출발점이자 현실적인 방법은 소비량 줄이기다. 물건을 사기 전에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오랫동안 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확행'이라는 명목으로 사들인 자잘한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값이 덜 나가는 물건을 여러 개 사기보다는 양질의 물건 하나를 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만족감을 준다. 무의식적으로 사들이고 낭비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쓰레기도 취향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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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sama Azam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개인적인 실천이 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생산-순환-폐기'와 관련된 구조적 시스템의 변화가 가장 절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변화가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문제의식과 목소리가 전체 시스템 변화를 위한 당위성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기고 작은 변화부터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변화는 힘들다. 2020년부터 카페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고 마트에서 비닐을 쓰지 못하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사람들은 금방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조금의 불편함과 어색함을 무릅쓴다면 생각보다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도 약간의 불편함들에 조금씩 적응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과 습관이 모두 다르기에 획일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자기만의 재미를 찾아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니까 그것도 내 취향을 타는 하나의 물건으로 생각한다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가 꽤나 재밌는 실험이 될 수도 있겠다. 왠지 내가 버린 쓰레기가 나라는 사람을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심각해지는 것은 왜일까.





[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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