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네가 알던 내가 아냐 _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예술가보다는 철학가 같다고 생각했다.
글 입력 2020.05.0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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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시안 6-04.jpg


 
초현실주의 하면 떠오르는 대표 예술가.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내 첫 경험은 고등학교 영어 지문이었다.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이미지의 배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따분한 수업 시간, 특별할 것 없는 이미지를 감흥 없이 보고 있었다. 가만히 훑다가 하단의 문장에 초점이 잡혔다.

대단할 거 없어 보이는 그림에 한 문장이 곁들어지자 초현실주의 작품이 됐다. 그전까지도 초현실주의는 내게 당일 급식보다 존재감 없었지만 당시 첫 만남만큼은 잊을 수 없다. 내가 처음으로 인식한 초현실주의 작가이자 작품이었다.
 
첫인상이 꽤나 강렬했던지, 그때부터 초현실주의와 르네 마그리트는 거의 같은 말이었다. 그가 예술가보다는 철학가 같다고 생각했다. 단지 철학을 예술에 담을 뿐이라고. 인식이 그래서 그런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기교보다 어떤 기상천외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지에 먼저 집중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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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래>, 조르조 데 키리코

 

 
그 또한 르네 마그리트의 의도였다. 그는 화가라기보다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 원했으며,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다. 마그리트의 세상관은 우연히 발견한 카탈로그로부터 말미암았다.

카탈로그에 실린 조르조 데 키리코가 그린, <사랑의 노래> 복제화를 보고 마그리트는 충격받았다. 이를 두고 "재능이나 솜씨, 모든 사소한 전문 수법들의 노예인 미술가들의 정신 습관과의 완전한 결별을 나타내는 새로운 시각"으로 느꼈다고 감상을 남겼으며 초현실주의 노선을 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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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네의 성>, 르네 마그리트
 
 
사람들은 르네 마그리트를 친숙한 이미지에서 낯선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미술가라고 평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세상의 뻔한 관념을 뒤집었다고.

많이 들어본 데페이즈망 기법이다. 어떤 물체를 본래 있던 곳에서 떼어내는 것. 돌이 원래 있던 대지에서 떼어내 하늘에 놓아버린 <피레네의 성>이나, 오브젝트와 이미지 자체를 분리해버렸던 <이미지의 배반>처럼 말이다.
 
부끄럽지만 비슷하게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 난 오브젝트와 색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간이 인식해왔던 색이 완전히 다른 색이라면? 외계인 시각으로 보면 다른 색으로 비친다거나 빛반사와 무관하게 오브젝트 고유색이 존재하는 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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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인 엉뚱한 생각들은 대부분 내게 건강한 정신을 선물했다. 인간 중심 사고에 절여있을 때마다, 볕에 꺼내어 뽀송뽀송하게 말리는 느낌. 지지고 볶고 있었던 흔한 인간 만사가 결국 부질없다는 걸 주기적으로 일깨워줬다. 정신적인 대청소랄까? 나 하나쯤 잘 살거나 못 살거나 우주에서는 티끌만큼도 티가 안 나니까, 내 우주만 신경 쓰면 될 터였다.
 
가끔 세상에서 통용되는 보편 가치와 이성에서 벗어나는 느낌도 줬다. 있어 보이게 말하자면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사고를 장착한 철학가가 된 듯한 느낌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내 엉뚱한 경험에 르네 마그리트에게 공감되는 것만 같다. 이번 전시 주요 관람 포인트로 유념해두고 싶다.
 
나같이 현실 일탈이나 가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 매료된다. 창작자들은 작품에 영감을 받고, 또 그 영감을 받은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를 사로잡는걸 보면 말이다.
 
 

전시사진-1s_7.jpg

 


더군다나 이번 전시가 기대되는 점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단순 서서 감상하는 것도 오직 작품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좋은 감상이지만, 르네 마그리트가 초현실주의 작가라는 점을 들자면 꽤나 이색적이고 잘 어울릴만한 전시 같다.

기존 일관적인 전시를 탈피한다는 점에서도 트렌드를 반영한 것 같기도 하고. 기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던 르네 마그리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전시 포맷이 아닌가 싶어 무척 기대된다.
 

 

포스터 시안 5 세로-01.jpg

 





<전시 소개>


2020년 4월 29일(수)부터 9월 13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문화복합몰 '안녕인사동'에 위치한 '인사 센트럴 뮤지엄'(Insa Central Museum)에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개최된다.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크게 흥행한 <인사이드 마그리트 Inside Magritte> 전시는 이탈리아 영상 디자인 스튜디오인 페이크 팩토리(Fake Factory)가 감독하고, 크로스미디어(Cross Media) 그룹과 브뤼셀 마그리트 재단이 직접 지원 및 전시 기획에 참여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전시에는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 - AR 증강현실, 실감형 영상 기반 체험물, 모노크로매틱 라이트, 교육 체험물 등의 콘텐츠가 추가되었다.
 
이번 특별전은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주옥 같은 작품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다. 최신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재해석 된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하고자 기획되었다. 작품 소개뿐만 아니라 비극적인 어머니의 자살과 인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아내 조르제트와의 만남 등, 그의 예술적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과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감각의 환기를 선사하고 상식과 관습을 뒤엎은 마그리트의 작품 세계를 통해 감정적 해방감을 만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순례자_작품 앞에 서있는 르네 마그리트, 1967.jpg

<순례자> 작품 앞에 서있는

르네 마그리트, 브뤼셀, 1967

 

 
+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1898~1967)
 
르네 마그리트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이자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20대 초반에 벨기에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한 마그리트는 우연히 카탈로그에 실린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 <사랑의 노래>를 보게 되었다. 이 작품에 큰 충격을 받은 마그리트는 이후 초현실주의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시인 폴 엘뤼아르 등과 교류하였으나 19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꿈의 세계, 무의식을 중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는 다른 시각 예술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냈다.
 
마그리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품 소재로 선택하였다.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 등 친숙한 대상들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 부르는데, 이는 20세기 문화와 예술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까지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유명 뮤지션의 앨범 재킷에, 또한 영화 <매트릭스>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 영감을 줬다. 그 외에도 건축,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으며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작품 <쾌감의 원칙>(1937)이 한화 약 329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연인>(1928), <이미지의 배반>(1929), <빛의 제국>(1950), <골콩드>(1953), <사람의 아들>(1964) 등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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