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도 사랑의 힘을 믿으며, -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죽음에 저항하는 사랑의 본질
글 입력 2020.05.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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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들은 대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 두 가지로 쉽게 카테고리화할 수 있다. 기쁘다, 즐겁다, 신나다 등의 단어들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슬프다, 화나다, 비참하다 등의 단어들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다’는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

 

사랑은 마음에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기도 하고, 황폐하기 하기도 한다. 사랑은 마음에 해를 띄우기도 하고,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게 하기도 한다. 사랑은 한 존재를 꽉 채워 주기도 하고,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만큼 인간이 감정의 사치를 부릴 수 있는 감정은 없다. 어쩌면 사랑은 인간의 감정의 진폭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문학들이 사랑을 노래한 것은 이 미지의 감정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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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사랑을 읽다>는 이 이상하고도 신비로운 감정을 설명하길 시도한 스무 편의 문학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사랑의 모양, 법칙, 속성, 방법, 목적들에 대한 거장들의 이해를 엿볼 수 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사랑지상주의자에게 바친다.’라고 밝힌다. 나는 무엇보다도 사랑을 믿는 일종의 사랑지상주의자이다. 꼭 연인과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이 무엇이든 결국엔 사랑만이 존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과 아무것도 모르기에 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수많은 문학도들이 사랑을 노래하는 것도 사랑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래한 것은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저서 <불안>에서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나의 개인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참 편할 텐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질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 수많은 타인과 연결되고, 그중 일부와는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수많은 연결과 수많은 끊어짐 속에서 한 인간이 형성된다. 그중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이 형성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랑은 마냥 긍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사랑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문학 작품들, 매일같이 쏟아지는 사랑 노래들, 수많은 연애 상담 콘텐츠가 이를 말해준다. 사랑은 고통과 불안의 반대말이 아니다.

 

 

사랑은 불안과 공포로 가득하다.

 

- 66p



최은영의 소설 <그 여름>에서 이경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수이는 ‘이제 네가 아플까 봐 다칠까 봐 죽을까 봐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런데도…...’라고 중얼거린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잃을까 공포스러워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믿지 못해 불안해한다. 짝사랑의 자기 파멸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사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크라테스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사랑은 욕구의 한 종류다. 사람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갖고 싶어하고 가진 것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행복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진정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움보다는 ‘선함’이다.

 

사람은 아름다움에 끌리지만 사랑은 아름다움보다는 선함, 덕과 더 관계가 깊다. 사람은 선함을 일시적으로 가 아니라 영원히 갖고 싶어 한다. 뭔가를 영원히 갖고 싶어 하는 것은 필멸의 인간이 불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필멸인 인간이 불멸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자식을 낳는 것과 영원한 예술, 지식 같은 것을 낳는 것이다.

 

- 248p



인간은 영원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이 인간과 인간사를 움직인 동력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이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방법이 ‘자식을 낳는 것’이라는 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썩 동의를 할 수는 없지만 사랑을 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을 낳는 행위이고 그 예술을 통해 영원에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인간의 창조 활동이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사랑하는 과정에서 창조되는 수많은 감정들은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없다.


하지만 사랑을 추구하라는 말이 함부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라는 것은 아니다. 니체 또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임을 강조했다.

 

 

우리는 행동을 약속할 수 있지만 감정을 약속할 수는 없다. 감정은 우리의 의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영원한 사랑이나 영원한 미움이나 영원한 믿음을 약속하는 것은 자신의 권한 밖에 있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 134p



함부로 영원을 약속하기보다 사랑하는 순간순간이 영원에 가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가장 최고의 방법이다.


사랑의 종류는 무한하다. 고대 그리스의 분류(에로스, 스토르게, 필리아, 아가페), 스탕달의 분류(열정적인 사랑, 취미적인 사랑, 육체적인 사랑, 허영적인 사랑)와 같은 사랑의 종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주체가 누구인지, 대상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에 따라 사랑의 형태는 달라진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이든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사랑이든 건강한 관계를 추구해야한다. 자기 파괴적이거나 상호 파괴적이지 않은 건강한 사랑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서로가 동등한 관계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남성은 여성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고 여성은 주로 찬양을 듣는 관계도 아니다. 남녀 구별 없이 솔직하게 상대편에게 서로 ‘아부’한다. 

 

- 73p



서로를 식민화하거나 종속하는 사랑은 건강한 사랑이 아니다. 그런 사랑은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선함’이나 ‘덕’은커녕 ‘아름다움’에도 이를 수 없으며 결국엔 관계를 갉아먹는 씨앗이 된다.


둘째,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


 

니체에게 사랑은 자기애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었다. 니체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이것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힘만으로 무엇인가에 온 노력을 쏟아야 한다.”

 

- 133p



어떤 대상을 사랑하든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애가 전제되지 않는 사랑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도 황폐하게 만든다. 우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자기애로 시작해 타인을 사랑하는 것, 그 관계를 통해 자기애를 더 강화하는 것. 이런 사랑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사랑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인 Amor이다. 그 어원을 보면, mor은 ‘죽음’이며, a는 ‘저항하다’를 뜻한다고 한다. 사랑의 본질이 바로 죽음에 저항하는 행위에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사랑의 힘을 믿으며 힘껏 삶을 밀고 나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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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명작으로 배우는 사랑의 법칙

 


지은이: 김환영

 

출판사: 싱긋

 

2020년 2월 14일 초판 1쇄 발행

 

133*203mm 양장

 

296쪽

 

값 15,000원

 

ISBN 979-11-90277-25-9  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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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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