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초현실주의를 초현실적으로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초현실주의, 르네 마그리트, 그리고 특별전
글 입력 2020.05.0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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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포문은 한 이미지로 열어 본다.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아마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이미지일 것이다. 별 감흥 없이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이미지는 사물보다는 사물 아래에 달린 말이 훨씬 깊은 의미가 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누가 봐도 파이프처럼 생긴 이 그림을 화가는 어째서 파이프라고 하지 않는 것인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저마다 이름을 가진다. 손을 보호하기 위해 끼는 '장갑', 코와 입 주변을 가리는 '마스크', 물이나 커피 등을 담는 '컵' 등. 초등학생 때였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왜 책상은 책상이고, 장갑은 장갑이고, 선반은 선반일까?' 특성 a와 특성 z와 특성 h를 가진 사물을 꼭 특정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지 의아했다. 마음대로 부르면 안 되나. 언어의 사회성이라는 개념을 배우며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를 배웠다.


그런데 현실 일부이면서도 현실과 별개로 존중받는 예술계에서는 언어의 사회성을 부순 작품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한다. 이 기법을 가리키는 이름도 있다. 데페이즈망. '추방하는 것'이라는 의미인데 일상적인 관계에 있는 사물을 '추방'하여 이질적인 관계에 두는 것을 말한다. 데페이즈망 기법을 자주 활용한 화가 중 한 명이 글의 서두에 삽입된 그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다.


마그리트는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작가이다. 미술에서 초현실주의는 말 그대로 현실을 초월한 예술, 현실에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할 수 없다고 느끼는 예술 작품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데페이즈망 기법과 의미가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자주 활용한다. 물론 초현실주의라는 거대한 개념에 속했어도 작가들이 택한 소재나 스타일이 다르다.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은 꿈이나 무의식을 중시하여 그렸고, 마그리트는 더 일상적인 것들을 택했다. 거울, 담배 파이프, 중절모, 새, 돌처럼 흔한 소재를 가지고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가령 중절모를 쓴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골콩드>나 거대한 바위 성이 상공에 떠 있는 <피레네의 성>처럼 말이다.


문득 어린 시절 그렸던 과학 상상화가 떠오른다. '현실을 초월하는 그림'이라는 알쏭달쏭한 단어의 조합을 '상상화'라고 바꾸어 생각하면 초현실주의가 조금은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약간 흥미가 생겼을 당신에게 딱 필요한 전시가 지난 29일부터 인사동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어떻게 전시를 구성했는지 살펴보자.

 

 


 


포스터 시안 5 세로-03.jpg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전시 구성은 크게 다섯으로 나눌 수 있다. 어바웃 르네 마그리트,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 마그리트와 시네마, 인사이드 마그리트, 그리고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인상주의 그림처럼 상대적으로 친숙한 이미지와는 달리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알쏭달쏭하다. 어렵다는 선입견이 생기면, 사람들은 기피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전시는 르네 마그리트의 연대기를 쭉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어떤 작가이고, 어떤 작품을 그리고자 했고, 어떤 이들과 교류를 했는지. 한 인물에 대한 소개는 작품을 알아가는 방향감각을 키우는 데 중요하지만, 지루함에 몸서리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전시는 이 문제에 대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AR 증강현실, 실감형 영상 기반 체험물, 교육 체험물 등을 활용한 덕에 그의 작품을 처음 보는 이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시사진-1s_4.jpg

 


이어서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에서는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미스터리 룸'이 눈에 띈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을 관람객이 재현하며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몸소 경험할 수 있다.


마그리트는 회화만큼 영상이나 사진 작업에도 관심을 가졌다. '마그리트와 시네마'에서는 그가 직접 촬영하고 출연한 영상을 보며, 그의 관심사와 작품세계를 면밀하게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전시의 마지막 두 구성은 하나로 묶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마그리트의 작품 약 160점을 보고, 그와 동시대에 초현실주의 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을 살펴본다.


전체 구성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르네 마그리트라는 한 인물에서부터 그 시대를 이끌던 다른 이들까지 살피며, 초현실주의라는 거대한 주제를 훑어본다. 이로써 초현실주의가 어떤 의미인지, 또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새롭게 정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화가가 아닌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바랐던 마그리트가 어떤 생각을 불러올지 말이다.


 

전시사진-1s_23.jpg

 


작품이나 작가 설명이 출중한 전시인 만큼 초현실주의나 르네 마그리트에 관한 지식이 적은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20세기의 작품을 21세기의 기술로 복합적인 관람을 할 수 있다니. 지금이기에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예술-기술, 미술-음악을 융합한 커다란 공간이 어떻게 채워졌을지 기대해본다.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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