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욕망이 빚어낸 죽음의 덫 - 연극 '데스트랩'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4.30 02: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를 위해 존재하는 양 사랑타령 혹은 코미디를 흉내 내기 바쁜 연극이 즐비한 대학로에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상업 연극을 발견했다. 바로 연극 ‘데스트랩’이다.

 

‘데스트랩’은 1978년 아이라 레빈이 쓴 희곡으로 하나의 세트와 다섯 명의 인물로 구성된 2막짜리 연극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래 상영된 코미디로 기록되어 있으며, 최우수 연극을 포함한 4개의 토니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헀다.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3연을 마친, 증명된 작품이다.

 

극의 배경은 정통 식민지풍 저택에 달려있는 마구간을 멋지게 개조한 시드니 브륄의 서재. 연극 포스터, 총기, 수갑, 철퇴, 단검 그리고 전투용 도끼들로 장식되어 있다. 왠지 살인을 하기에 딱 알맞아 보이는 그곳에서 연극인지 실제인지 모를 살인이 벌어진다.

 

반전에 반전, 연극 속의 연극, 수많은 트랩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연극인지, 또 무엇이 트랩인지 혼란스럽게 하며 스릴과 위트, 그리고 임팩트를 전한다.


 

데스트랩 대표이미지.jpg

 



스릴러와 블랙코미디의 완벽한 조화



스산하고 무서워서 움츠러들려 하는 순간 유머 코드가 튀어나와 분위기를 풀어준다. 그리고 관객이 웃으며 방심하는 순간 반전으로 다시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패턴의 반복으로 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게 관객을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간다.


근육이 경직되었다 이완되듯, 극장의 분위기도 경직되었다 이완되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숨 가쁘게 오가는 잘 짜인 스토리는 살인을 아주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파멸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악인 시드니와 클리포드는 물론, 평범한 인물에 가까웠던 마이라, 헬가, 포터 역시 내면에 존재하고 있던 욕망으로 인해 타락해 간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내면의 욕망으로 같은 결말을 향해 가는 모습은 슬프지만 웃기기도 하다.

 

1978년에 쓰인 희곡이라는 점이 무색할 만큼, 이들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시대를 아우르는 인간 그 욕망과 파멸에 대한 스토리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쫀쫀한 극을 완성하는 쫄깃한 연기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밀도 있게 끌고 가는 시드니와 클리포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것이 없지만, 그들만큼 중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헬가다.


노르웨이의 심령술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헬가는 유쾌한 예언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시드니의 마구간에서 벌어진, 그리고 벌어질 비극을 맞춘다. 그녀의 예언은 관객들로 하여금 극의 트랩에 빠지게 만들며 때로는 트랩을 찾아내는 떡밥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녀의 예언은 무겁고 공포스러워진 극의 분위기를 풀어주며, 또 다른 공포로 가기 위한 활력이 되기도 한다. 극의 마지막, 자신의 타락으로 인해 완벽해지는 그녀의 예언은 극을 한층 더 쫀쫀하고 흡입력 있게 만든다.


 

KakaoTalk_20200427_154708453_03.jpg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이 중요 매력 포인트인 극이라 결말을 알고 다시 보는 것이 어떻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쯤 다시 보고 싶은 연극이다. 재관람을 하면 어깨에 담이 걸리지 않으면서, 스산하고도 유머러스한 극의 분위기를 즐기고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연극 ‘데스트랩’은 6월 21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되니, 긴장감 넘치는 블랙코미디 스릴러를 느껴 보길 바란다. 나 역시 한 번 더 기분 좋은 공포를 느끼러 가볼까 한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