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이 잘 안되는 너에게 '썸원 썸웨어' [영화]

모든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글 입력 2020.04.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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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연약함이 힘이 될 수도 있어요."


'썸원 썸웨어'는 아름다운 도시 파리의 외로운 두 남녀가 상처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바로 옆 건물에 붙어살면서도 닿을 듯 말 듯 한 우연의 순간들을 이어나가는 '레미'와 '멜라니'가 어딘가 있을 사랑을 찾는 다소 짠한 로맨스 이야기다. <브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사랑을 부르는, 파리>등 도시를 배경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와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의 새로운 작품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흔히 '꽁냥꽁냥' 썸 타고 사랑하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썸'의 이미지 때문에 단순한 로맨스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영화에서 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불과 5m 이내 '썸세권'에서 살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두 남녀가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을 그려낸다. 각자의 사연으로 인해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의 일상이 웃프면서도 꽤 짠하다. 끝없는 고민으로부터 발버둥 치며 외로움에 신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독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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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까. 외로움에 지친 두 사람은 당장의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친구들의 추천으로 SNS를 시작한다. 무기력한 헛헛함을 채워주길 기대하며 가장 쉽고 빠르게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가볍고 부담 없는 만남에 이끌린다.


전남친과의 이별을 잊기 위해 데이팅 앱을 시작한 여자 주인공 '멜라니'는 마음에 드는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나지만 항상 남는 것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었다. 좋아요의 하트와 상대방과의 매칭이 선사되는 알림음은 일시적인 흥미만 유발할 뿐. 진심 없는 만남이 계속될수록 '멜라니'는 과거의 상처를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진실되지 못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 채 그녀의 불안감을 더욱 압도했다.


'멜라니'의 이웃 사람이자 남자 주인공인 '레미' 또한 외로움에 발버둥 친다. 직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난 후 동료를 잃게 된 '레미'는 죄책감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지하철에서 공황장애를 겪게 된다. 그 이후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제껏 자신과 한 번도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어린 시절에 겪었던 여동생의 죽음이 그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것도 알아차린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가족들로 인해 또 다른 상처를 받은 '레미'에게 앞으로의 날들은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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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려 할수록 아쉽게도 두 사람의 갈등과 우울은 더욱 심화된다.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을 것만 같다. '레미'와 '멜라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상담사에게 눈물로 아픔을 호소한다.


사연은 각자 다르지만 두 사람이 몸부림치는 현실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우리도 자기만의 슬픈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만남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갈구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관계에 상처받고 지치는 현대인들의 아픔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가볍고 빠르게 다뤄지는 세상에서, 진정한 관계와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유가 필요한 때다.


세상이 사랑을 소비할 때, 우리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질문해본다. 상처 속에서 발버둥 치며 애쓰던 두 사람에게도 변화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들은 자신이 안고 있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상기하고 그것들을 다시금 껴안는다. 나를 힘들게 하던 것들을 감추며 회피하던 것을 멈추고 이제껏 가려오던 그림자를 포용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할 때 '너'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시작으로 타인에게 굳게 잠그고 있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순간, 그들 앞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관계와 환경이 펼쳐지게 된다.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과 과거의 기억들을 껴안고 풀어주는 순간,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만남이 마침내 이루어진다. 오랫동안 미루던 동네 댄스 수업에 참가하게 되면서 두 타인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주 우연히 시작된다. 마치 서로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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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만남과 인간관계를 갈구하는 우리에게 두 사람의 사랑법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온갖 모임과 만남을 가지면서도 그럴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삶과 사랑에 대한 자세를 재점검해야 한다. 오랜 방황 끝에 마주하게 된 두 사람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 자신조차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그 사랑을 강요하고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흔한 멜로 로맨스 영화보다도 이 영화가 더 긴 여운을 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외로움에 옆구리가 시리다면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해 주고 스스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나 아닌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사랑받으려 하기 전에 나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나부터 사랑해 주자. 모든 사랑은 결국 자신의 연약함을 끌어안아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에.

 

 


 

 

썸원 썸웨어

Someone Somewhere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

 

주연

프랑수아 시빌, 아나 지라르도

 

장르

이웃집 파리지앵 썸로맨스

 

러닝타임

110분

 

개봉

2020년 4월 29일

 

 


 


[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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