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모두의 이야기 - '티끌 같은 나' [도서]

마냥 티끌 같은 존재는 아닌 것이다.
글 입력 2020.04.2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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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_자켓+띠지_도서출판잔.jpg


 

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추천 타이틀로 선택하기도 하고,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자신의 취향과 맞을 때, 책 띠지의 문구가 흥미로울 때 등 매우 다양하다.


자칫 다른 부분으로 보이지만 공통점은 수십 페이지의 책을 대표함을 의미하는데, 도서 『티끌 같은 나』는 특히나 책의 표지와 촉감이 책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 어두운 회색 표지에 정갈하지 못하게, 마치 티끌처럼 찍혀있는 흰색 자국 그리고 다소 거친 촉감이 러시아 소설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


러시아를 한 번도 방문해본 적도 없기에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은 꽤 추상적이다. 넓은 땅덩어리, 살벌하게 추운 날씨, 세계 2위의 군사력과 같은 연관 키워드로 ‘강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러시아 소설에 대한 기대도 그러했다. 딱딱하고 진지할 것만 같던 첫인상과는 달리 총 5편의 중단편소설은 빠르게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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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모두 1900년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로 불린 작가답게 주인공은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쟁과 사회개혁의 혼란기를 겪으면서도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자신만의 방법으로 원하는 목적을 쟁취한다.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첫 번째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인물들의 대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첫 번째 소설 ‘티끌 같은 나’ 중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안젤라에게 도움을 주는 키라 세르게예브나는 영화평론가로 업계에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듯 한 영역에서 전문성과 영향력을 보이는 그를 아내로 두면서도, 여자에게 지식은 소용없으며 창문을 닦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여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자는 젊음과 미를 제외한 모든 것이 사치로 보인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더라도 여자들 스스로 핑계를 대며 먹지 않으며, 젊은 여자가 등장하는 순간 이어지는 질투와 견제는 여자의 본능처럼 표현된다.


두 번째로, 항상 남자들의 사랑이 필수로 따라온다. 남자들은 젊은 여자에게 끌리는 본능은 합리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그들의 바람은 대수가 아닌 일이 된다. 텅 빈 껍데기로 돌아오더라도 여자는 다시 받아준다. 특히 두 번째 소설인 ‘이유’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는 듯했던 루스탐은 마리나 몰래 결혼을 하고 속인다. 마리나는 이를 알면서도 그와 부인 사이에서 생긴 아픈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가져오고, 허무하게 빼앗긴다.


동등한 사랑을 하더라도 남자는 여자를 버릴 수 있는 우위를 가지고 있고, 여자는 계속 불안해하는 태도는 전 소설 내내 계속된다. 90년대의 사회상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페미니즘이 널리 퍼져있는 지금까지도 암묵적 사상이 기저에 깔린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해낸다.


 

주인공들은 목적의식이 뚜렷했고 솔직했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도 오히려 나의 편견을 뛰어 넘어 행동했던 것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정적인 여성의 모습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최종 목적을 달성했다.


사랑 또한 숨기지 않았다.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남성에게 접근했고, 새로운 사랑을 느낄 땐 안정적으로 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꺼이 벗어났다. 세 번째 소설인 ‘첫 번째 시도’에서 마라의 성취와 권력에 대한 집착은 유독 두드러졌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온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포기 않고 욕망을 표출한다. 암에 걸리더라도 박사 논문에 합격한다.


지금이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한 사람에게 ‘집사람’이라는 명칭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대였다. 이를 고려하면 전형적인 러시아 인물상을 버리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그들의 모습에 ‘시대를 앞섰다’는 수식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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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인간이다. 유난히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와중에도 때론 전형적이게, 때론 비전형적인 방법으로 여러 분야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며 성공한 그들은 곧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티끌 같은 나

- One of many -



지은이

빅토리아 토카레바

(Виктория С. Токарева)

 

옮긴이 : 승주연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러시아 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32쪽


발행일

2020년 03월 30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0234-05-4 (03890)

 

 

 

에디터 박수정 tag.jpg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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