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기처럼 스며든 타인의 존재, 썸원 썸웨어

글 입력 2020.04.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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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세드릭 클라피쉬


 

세드릭 클라피쉬는 누벨바그의 유산을 부정한 90년대 프랑스 신인 감독이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편집 조수로 일하고, 뉴욕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장편 데뷔작 <빙산의 일각들>, <위험한 청춘> 등 클라피쉬는 미국 영화만큼 인기있으면서도 작품성 있는 작품을 감독해 영화 비평가들로 부터 주목을 받았다.

 

클라피쉬의 작품은 프랑스 본토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며, 대중에게 친숙하다. 이런 특성은 기본적으로 클라피쉬의 영화철학과 관련이 있다. 그는 누벨바그 이후의 프랑스 영화가 부르주아 지식인만의 관심을 끄는 영화가 되었음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클라피쉬의 영화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법으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클라피쉬의 영화 철학은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썸원 썸 웨어>에도 두드러진다. 영화는 여동생의 이른 죽음에 삶의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레미와 융합된 애인 관계에서 방황하는 멜라니를 교대로 묘사한다. 두 사람은 근무 환경도, 살아온 방식, 성별, 상실에 맞서는 방법도 다르지만 현대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소시민이라는 교차점이 있다.


클라피쉬는 두 사람의 심리치료 현장을 중심으로 두 주인공의 삶을 교차한다. 이 과정은 영화에서 매우 따뜻하게 그려져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밝고 긍정적으로 끌어간다. 혹자는 영화의 연출이 촌스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직관적인 연출방식에 소소한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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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수 없는 ‘로맨스 영화’ 마케팅


 

소시민 삶에 대한 애정과 현대인의 소외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레미의 심리치료사에게서 더 뚜렷이 느껴진다. 영화의 후반, 은퇴를 앞둔 심리학자는 자신이 만나온 환자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삶에 애정과 슬픔을 함께 느낀다.


그런 그 앞에 멜라니의 심리치료사가 앉음으로써, 그 역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 중 하나임을 강조하는 연출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좋았다. 감독은 그 자신을 포함해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소외를 느끼고, 사람으로서 위로받아야 하나는 존재임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영화가 단순히 ‘로맨스 영화’로 홍보되는 것이 아쉽다. 본 영화는 근본적으로 ‘이해와 소통’에 그 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이성적 사랑은 아름답다. 하지만 때로 나는 문화예술계에서 ‘이성적 사랑’에 대한 집착을 느낀다. 이는 자주 자극적인 소재-성적 매력,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 다양성이 결여된 사랑의 형태-로써 소비된다. 물론 그것들은 대중들에게 인스턴트지만 따뜻하고 맛있는 양송이 수프처럼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만 소비되는 사랑은, 결코 영혼의 충족에 이를 수 없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레미와 멜라니가 사랑을 시작한다는 단서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암시되지만, 이는 ‘로맨스’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이해와 소통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을 의미한다. 이들은 비로소 사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연인관계에 한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멜라니와 레미는 가족들에게 숨겨온 애정과 원망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았는가?

 

마케팅에 관련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 영화가 ‘썸세권’, ‘일과 사랑의 두 마리를 토끼를 잡고 싶은 여주인공’과 ‘연애세포가 부족한 소심한 남주인공’의 이야기로 광고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에서 표현된 이들의 사랑은 각자의 삶에서 나아가서 발견한 또 다른 가능성일 뿐이다. 사랑은 과정이지, 시작이자 완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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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스며든 관심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은 지하실 냄새를 맡는다. 음악과 냄새는 시각 중심문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것들은 콘크리트 같은 계급을 넘어 냄새의 근원지의 존재를 드러낸다. 냄새와 소리 의식적인 방식으로 통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잊고 있었던 것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투쟁과 갈등을 마주하고, 결국 수정과 보완을 통해 진보한다.

 

기생충에서 냄새가 그들의 계급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 것처럼, <썸원 썸웨어>에서도 아파트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장면이 있다. 이들은 다른 아파트에 있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도 않았지만, 현관에서 상대가 피는 연기를 느끼고,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다. 소외된 현대인들이 서로의 존재를 막연히 느끼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이다. 다만 이때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마주하지는 못하고, 각자의 이슈가 해결되고 나서야 만나게 된다.

 

연출 면에서 인상 깊었던 다른 장면으로는, 역시 레미와 멜라니가 자신의 이슈를 해결하고 변화한 모습일 것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입장에서는 흥미로웠던 것은 영화가 인지치료를 중심으로 한 병원 임상의 심리치료 장면과 정신분석학적 심리치료 장면을 대조하여 보여주고, 이슈에 따른 치료의 장면을 비교적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는 꼼꼼한 조사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사실 이 영화는 어느 면에서 심리상담 공익 캠페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심리상담 전공을 하진 않아 어떤 부분을 깊이 있게 봐야 하는지 정확히 짚을 순 없지만, 심리상담에 대한 편견부터 과정, 해결까지 심리상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심리치료 과정에 대해서는 영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남겨두기 위해 본 리뷰는 각 과정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지 않는다. 다만 레미가 무의식중에 억제해왔던 길-동생의 무덤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의 형제와 걸어보며, 마지막에는 그의 가족과 함께 애도할 수 있게 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찬가지로 멜라니가 불안감과 융합된 관계에서 벗어나, 상실을 받아들이고 어머니를 이해함으로써 전화를 거는 장면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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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춤, 추세요!


 

춤을 춰본 적 있는가?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는 몸치로,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은 너무 어렵다. 상대와 스텝을 맞춰야 하고, 몸에 힘을 풀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지만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다.


사랑이 춤으로 쉽게 비유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서로를 연기로만 볼 수 있었던 레미와 멜라니가 만나는 장면은 피부 결이 보일 정도로 근거리에서 천천히 촬영된다. 이들은 마침내, 서로 춤을 출 수 있을 만큼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마티스의 <춤>이 생각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춤은 의식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하지만 맞잡은 손은 조화와 평화를 만든다. 무엇보다도, 춤은 즐겁다. 영화는 직관적인 어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깊은 메시지를 담보하고 있다.


현대에서 몸의 움직임은 낯설다. 이는, 우리가 마음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상호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색하지만 귀를 기울여보자. 다른 사람과 춤을 출 왈츠가 조금은 들리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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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원 썸웨어

Someone Somewhere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

 

주연

프랑수아 시빌, 아나 지라르도

 

장르

이웃집 파리지앵 썸로맨스

 

러닝타임

110분

 

개봉

2020년 4월 29일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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