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수하고 비판적인 몽마르트의 시인 ‘툴루즈 로트렉 展’ [전시]

글 입력 2020.04.2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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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19세기 프랑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툴루즈 로트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해 짧게 말해보자면 어릴 때 장애가 있었지만, 주로 파리의 몽마르트 거리에서 여성들과 밤의 도시를 즐겨 그린 데다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갖고 있던 작가라고 요약해 볼 수 있겠다.


그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예술로써 승화시켰음을 높이 평가하여 그 사실 자체에 툴루즈 로트렉이라는 화가가 묻혀버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의 작품만을 볼 수 있는 전시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화가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어 좋았다.

 

 


전시 소개



후기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회가 2020년 1월 14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은 국내에서 선보이는 로트렉의 첫 번째 단독전으로,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전시 작품 모두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툴루즈 로트렉은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와 밤 문화의 상징 물랭 루즈 등을 무대로 파리 보헤미안의 라이프 스타일을 날카롭게 그려낸 프랑스 화가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들과 로트렉의 사진  영상, 이 시대의 생활용품 등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을 19세기말 생동감 넘치는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과 물랭 루즈로 안내해 줄 것이다.

 

 


로트렉의 유년



로트렉은 처음부터 전업 화가로 살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몇 번의 사고로 더 이상 신체가 자랄 수 없게 되자, 화가의 길을 택하고 주로 몽마르트 거리에 머물며 도시의 밤과 댄서, 가수 등을 그의 캔버스에 담았다.


어릴 적부터 즐겨 그렸다는 스케치들을 보면, 로트렉은 그림을 따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좋아했던 말을 즐겨 그렸는데 다리의 근육과 머리, 갈기 등의 스케치를 보면 미술에 재능이 있었음을, 그래서 사고 후에도 화가로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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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렉의 렌즈



로트렉이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시기의 파리는 이전과는 매우 달랐다. 가로등이 생겨나고, 도시의 거리가 밤에도 밝게 빛이 났으며 전에 없던 ‘밤 문화’가 시작되었다. 밤에 불을 켤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시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여가나 취미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들이 가는 곳에는 가수의 노래와 댄서들의 춤, 화려한 조명이 생겨났다.


영화 ‘물랭 루즈’를 보면 당시의 밤 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물랭 루즈’를 몇 년 전에 보았는데, (줄거리보다는 파리의 분위기나 ost가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카메라 워크가 굉장히 화려해서 오프닝부터 음악과 연출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곳이 로트렉이 그림을 주로 그렸던 장소라 전시를 보는 동안 머릿속에 당시 상황을 그려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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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화려한 밤 문화의 이면에는 상류층의 해이한 윤리성과 향락, 그리고 쾌락만을 중시하는 이들의 타락한 모습이 있었다. 매춘과 가난, 관능적인 연예인들의 모습은 물랭 루즈에 공존하며 이러한 상류층의 위선과 가식과 대비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로트렉은 후자를 자신의 캔버스에 주인공으로 담아내었다.


당시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매춘부, 그리고 화려한 모습으로 파리지앵들을 유혹하던 연예인들을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는 로트렉이 처음이었다. 그 이유는 자신 또한 귀족 출신임에도, 품위를 강조하며 가식적인 모습으로 부를 과시하는 상류층을 풍자함과 동시에 - 공연장을 가득 메웠던 관객들에게 환호받던 가수와 댄서들을 같은 예술인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하면서도 비판적이었던 그의 이러한 시선은, 작품 속 인물들의 자연스러움과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



로트렉이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라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전시를 보며 처음 알게 되었다. 그를 딱히 현대 그래픽 아트와 연결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는 아마도 필자가 현대의 다양한 포스터 디자인에 익숙해 로트렉의 포스터 작품들이 대단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19세기 말의 파리는 잡지 출판이 활발해지며 유독 잡지 삽화 원고 요청이 많아졌을 뿐더러, 물랭 루즈와 같은 무대에서 여러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대중에게 이를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 제작 수요도 증가했다.


대중들이 전에 없던 유형의 문화생활을 즐기게 되자 삽화, 포스터 또한 그만큼 자연스레 접할 수 있게 되어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로트렉의 작품은 이미 꽤 알려져 있어 그즈음 많은 의뢰가 그에게 쏟아졌고, 로트렉은 이 수요에 응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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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구도와 은유적인 상징과 재치를 더한 그의 작품은 주로 석판화로 제작되어 대중들에게 전파되기에 적합했다. 일본의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받아 평면적이면서도, 그가 즐겨 사용한 컬러인 레드, 옐로우 등의 난색 계열의 색상이 추상적으로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며 대담하고 실험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아마도 저널리즘은 그가 최근에 영감을 받았던 것들,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던 것들을 과감하게 실험해볼 수 있는 하나의 장을 열어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실험적인 면모는 사선 구도나, 하나의 대상을 과장하는 모습, 만화적인 화면 구성 등의 시도로 잘 드러나 있는데, 이로 인해 로트렉이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라 평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어떤 쇼가 벌어지든 상관없다. 나는 언제나 극장에만 있으면 행복하다!“

 

- 툴루즈 로트렉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작품성과 예술적인 실험도 놓치지 않은 화가였기에 그의 짧은 생애는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으로 남는 듯하다. 비록 37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의 작품은 후대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로트렉은 후기인상파의 한 화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어느 화파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면서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유곽의 여성들, 몽마르트 밤무대 위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며 독자적으로 빛을 포착한 인상파스러운 모습을 (그는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인상파 화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굉장히 평면적이고 만화적인 화면 구성으로 새로운 그래픽 아트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Marcelle Lender Dancing The Bolero in Chilperic.jpg

 

 

몽마르트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되었을 정도로 밤의 거리와 쇼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로트렉의 시선을 통해 19세기의 파리를 잠시나마 걸어볼 수 있어서, 그리고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오롯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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