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글 입력 2020.04.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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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 David Foster Wallace Essays -
 

표지.jpg



 
무엇을 쓰든
"다시없을 장관"을 펼쳐놓는
"집요한 글쓰기"






<책 소개>
  

 

"월리스는 전복적이면서도 세련되었고, 그의 정신은 남들과는 다른 주파수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월리스는 우리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조로 노래한다."

 

- 로버트 매크럼 《가디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돌아왔다. 2년 전 처음으로 월리스의 문학을 국내에 알린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그가 얼마나 독특한 재능을 지닌 작가였는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표면상 뻔해 보이는 것을 파고들어 심오한 것을 읽어내고 그러면서도 내내 재미있고 박식한 문장을 쓸 줄 아는 월리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는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잇는 또 한 번의 에세이 선집이다.
 
월리스는 세상 거의 온갖 것에 '어지러움'을 느꼈던 사람이다. '인생 멀미'를 달고 사는 통에 곧잘 창백한 얼굴이 되어 현기증을 호소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이 멀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그 멀미를 유발하는 세상 속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었다. 미치광이 같은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면서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려고 하는 태도, 그러면서도 사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월리스가 글쓰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 일말의 '진실'인지도 모른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는 매번 그 불가능함에 도전하며 자기 글의 유일한 '결정자'가 되기 위해 분투했던 월리스의 심연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끝까지 바라보는 사람의
눈을 따라가면 마주하게 되는 진실
 
월리스의 글은 주제가 무엇이든 읽는 재미가 엄청나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에는 일리노이주 축제 취재기, 데이비드 린치 영화 촬영장 탐방기, 존 업다이크 소설 서평, 수학 장르 소설 서평, 그리고 월리스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에세이의 기준을 엿볼 수 있는 글까지 총 다섯 편이 실려 있다.
 
 
*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동부와 서부 사람들에게 일리노이주 시골의 지형은 악몽과도 같다. 웅크린 채 속도를 내서 빨리 지나가버려야 하는 어떤 것이다. 하늘은 흐릿하고 녹색은 끊어지지 않으며 땅은 평평하고 지루하고 끝없이 이어진다. 단조로운 지속음을 눈으로 보는 기분이다. 그러나 이곳 출신들은 다르게 느낀다. 적어도 나는 갈수록 오싹하게 느껴졌다. 대학으로 떠날 무렵 나에게 이 지역은 지루하다기보다 텅 비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쓸쓸함이었다."

 

- 11-12쪽

 

 
월리스는 뉴욕(동부)에서 태어났고 작가 데뷔 후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중부 지역인 일리노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월리스는 잡지 《하퍼스》의 제안으로 자신이 성장한 곳인 일리노이를 방문하여 지역 축제를 취재한 후 이 글을 썼다. 크루즈 여행에 대해 쓴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나 랍스터 축제를 다룬 〈랍스터를 생각해봐〉처럼 월리스의 장기인 '르포형 에세이'의 시작을 알린 글이다.
 
월리스는 이 글에서 중부 사람들의 기이한 공동체 의식과 각종 불가해한 행태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기막힌 아이러니를 그 또한 기이하고 기막히게 포착해낸다. 뜨겁고 시끌벅적한 한여름의 시골 축제에서 월리스가 어째서 고립감과 오싹함 그리고 쓸쓸함에 사로잡혔는지 그 상황을 현미경과 같은 눈으로 해부한다.
 
 
**
데이비드 린치,
정신머리를 유지하다
 

 

"내가 영화 촬영장에서 나와 있는 데이비드 린치의 실물을 처음 보았을 때 린치는 나무에 소변을 보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다. 1월 9일, 웨스트 로스앤젤레스의 그리피스 파크에서였다."

 

- 111쪽

 

 
월리스는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에 대한 애정과 지지의 마음이 깊었다. 그가 린치를 꽤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사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둘 다 작품 속에 '병적'이고 '오싹한' 구석을 숨겨놓았다는 데 이견을 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글은 월리스가 영화 잡지 《프리미어》의 제안으로 〈로스트 하이웨이〉 촬영 현장을 2박 3일간 탐방하고 쓴 현장 일지이자 예술가 린치에 대한 작가론이다. 월리스의 고백처럼, 린치가 영화에서 보여준 '진부한 일상의 아이러니'의 해체는 월리스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린치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린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월리스만큼 흥미롭게 이해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느 영화비평가의 관점과 해석을 뛰어넘는다. 독보적인 성취를 보여주는 글이다.
 
 
***
무엇의 종말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종말인 것만은 분명한
     

 

"위대한 남성 나르시시스트들은 이제 노년에 들어서고 있으며, 그들의 예정된 죽음 뒤로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 그리고 명명백백한 소설의 죽음에 대한 온라인상의 예측이 역광처럼 비추고 있음은 그들에게 필연처럼 느껴질 것이다."

 

- 213쪽

 

 
월리스는 존 업다이크, 노먼 메일러, 필립 로스를 비롯해 전후 미국 픽션계를 지배했던 남성 소설가들을 '위대한 남성 나르시시스트(Great Male Narcissists, GMN)'라고 명명했다. 월리스와 그의 세대 작가들이 GMN을 꺼리는 이유는 GMN의 급진적 자아도취와 그에 대한 무비판적인 찬양 때문이다.
 
이 글은 서평이다. 월리스가 업다이크의 소설 《시간의 종말을 향하여(Toward the End of Time)》를 읽고 문학적으로 어떠한 기능도 하지 못하는 업다이크의 자아도취를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비판한다. 업다이크가 자신의 작품 제목처럼 무언가의 종말을 향해 가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글이다.
 
 
****
수사학과 수학 멜로드라마
     

 

"이제 난해한 기술은 섹시한 것으로, 수학자는 상업성이 뛰어난 주인공으로 여겨진다."

 

- 227쪽

 

 
월리스는 수학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달랐다. 소설과 에세이뿐만 아니라 칸토어와 무한 개념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월리스는 1990년대 말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수학 소재 픽션과 논픽션을 조명하며 '수학 멜로드라마(Math Melodrama)'라는 용어로 이 작품들의 어떤 경향성을 명명했다.
 
이 글은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실렸던 것으로, 두 편의 수학 소재 장르 소설 《천재와 광기(The Wild Numbers)》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Uncle Petros & Goldbach's Conjecture)》에 관한 서평이다. 정수론을 주제로 한 이 두 편의 소설이 실질적인 수학 내용을 어떻게 단순화하면서 일관성 없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월리스는 자신의 고등수학 지식을 한껏 드러내며 한계를 지적한다.
 
 
*****
결정자가 된다는 것
: 2007년 미국 최고 에세이 특별 보고서
     

 

"이 글들이 나에게 가장 큰 가치가 있는 이유는 특별한 정직성을 가지고 사실을 다루기 때문이다. (……) 2007년 미국 최고 에세이 선정작을 고를 때 노골적으로 그리고 편파적으로 선호한 에세이는 바로 반사적인 도그마를 약화시키는, 성실하고 전폭적으로 스스로 '결정자'가 되려고 시도하는 작품들이다."

 

- 279쪽

 

 
2007년 월리스는 《미국 최고 에세이(The Bsst American Essays)》 시리즈에 객원 편집자(guest editor)로 참여했다. 이 시리즈는 매해 한 명의 객원 편집자(신뢰할 만한 안목을 담보한 작가)를 초대해 그해 발표된 에세이 중 스무 편 남짓의 이른바 '최고'를 고르는 게 하는 관행으로 만들어진다. 2007년에는 월리스가 객원 편집자로서 그해 최고의 에세이를 선별했다.
 
이 글은 그 책의 서문이다. 여기서 월리스는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에세이, 가치 있는 에세이란 무엇인지 솔직하고 편파적으로 써 내려간다. 미국적 소비주의, 대중문화, 문학, 스포츠, 정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위트와 성찰이 빛나는 에세이를 썼던 월리스의 작가적 신념과 기준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 David Foster Wallace Essays -


지은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옮긴이 : 이다희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문학>에세이

규격
138*214mm

쪽 수 : 288쪽

발행일
2020년 04월 17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89932-53-4 (03840)





저역자 소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David Foster Wallace
 
미국 소설가. 1962년 뉴욕에서 태어나 2008년 46세에 사망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논문으로 쓴 장편소설 《시스템의 빗자루The Broom of the System》가 1987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 후 1996년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형식 과잉의 두 번째 장편소설 《무한한 재미Infinite Jest》로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얻었다. 《무한한 재미》는 20세기 말 미국 문학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작으로, 《타임》은 이 소설을 '20세기 100대 걸작 영어 소설' 중 하나로 선정했다. 2011년 출간된 세 번째 소설 《창백한 왕The Pale King》은 월리스가 죽기 전까지 십여 년간 집필한 미완성 유작이다. 그는 죽기 마지막 날까지 원고를 정리하고 유서를 썼다.
 
십대 때부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스무 살 무렵 첫 자살 충동을 겪은 후 평생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항우울제가 잘 듣지 않을 땐 전기충격요법을 받았고, 그로 인해 기억력 상실 등의 후유증을 겪다가 회복되고는 했다. 자살 충동을 동반한 우울증 외에도 술, 마리화나, 텔레비전, 섹스, 설탕 중독으로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으며, 병균이나 물, 비행기 등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다. 2007년 오랫동안 복용해온 항우울제 나르딜의 극심한 부작용으로 약을 잠시 끊지만 곧 우울증 삽화가 재발했다. 새로 처방받은 약은 더 이상 효과가 없었다.
 
월리스는 소설로만 주목받은 작가는 아니었다. 문학비평, 글쓰기 창작 수업, 에세이로도 이목을 끌었다. 특히 현대적 실존의 단면들을 예민하게 느끼고 그걸 설명하려고 했던 에세이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토대이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시스템의 빗자루》 《무한한 재미》 《창백한 왕》, 소설집 《희한한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추악한 남자들과의 짧은 인터뷰》 《오블리비언》, 산문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랍스터를 생각해봐》 《육체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 《끈이론》, 케니언 대학 졸업 축사를 바탕으로 꾸려진 《이것은 물이다》가 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산문집 세 권에서 아홉 편의 글을 골라 엮은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아홉 편의 글 중 표제작으로 삼은 글로 국역본 제목을 정함. 같은 제목의 단독 산문집과 동일한 책 아님)과 《오블리비언》 《끈이론》 《이것은 물이다》가 있다.
 
 
이다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철학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헵타메론: 열 번째 이야기》 《거실의 사자》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신화의 역사》 《HOW TO READ 셰익스피어》 《사막의 꽃》 《J.M. 배리 여성수영클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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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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