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도서]

글 입력 2020.04.19 02: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표지 정면.jpg


클래식은 왜인지 좀처럼 다가가기 쉽지 않다. 몇 번을 음악회에 가서 보고 들어도, 그땐 참 좋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여도 막상 공연장을 나서면 ‘그래도 클래식은 여전히 어려워’라며 중얼거리곤 했다.


생각보다 클래식 음악이 우리 주변에 많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직접 가서 찾아듣기에는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아쉽게도 선뜻 어느 작곡가의 클래식 곡들을 좋아한다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필자도 마찬가지인 터라 클래식을 알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은 해보았다. 음악회에 찾아가기도 하고 나름대로 감상평을 남기며 알아가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출판사는 해당 도서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음악이 이야기를 만나

만들어내는 풍경,

그 속에서 당신은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좋다.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해설서가 아니다. 인생의 굽이굽이를 돌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음악가들과의 만남, 그 축복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글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음악 취향도 모두 다르다. 그중 클래식은 좀 유난스러운 면이 있어, 쉽게 다가가기도, 들으며 열광하기도, 듣고 난 후 이해하기도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은 클래식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일까? 얼마 전 TV에서 한 외국인이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게,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생각보다 클래식 음악은 우리 삶의 곳곳에, 무척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클래식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느끼는 이가 많다. '클래식과 좀 가까워지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들어야 할까?' 이런 고민부터,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음악가들의 이름과 복잡하기만 한 작품명들을 전부 외워야 할 것 같아.' 이런 부담감까지, 누군가의 도움 없이 클래식을 향해 첫발을 떼기란 쉽지 않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저자는 "많이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알고 싶어지는 것"이라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


음악은 나를 가장 빠르게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준다. 누군가는 책을 펼치는 자가 가장 멀리, 빠르게 여행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나의 경우에는 책보다는 음악이 더 가깝고 친숙한 인도자랄까.


그렇다고 책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없을 때는 한 번의 손짓으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음악들이 일상을 다채롭게 채워주는 것 같다.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다. 높은 완성도의 유명 작곡가들이 써놓은 짜임새 있는 이 훌륭한 유산들을 듣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경험은 다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 대해 말한다. 클래식에 대해 꼭 많이 알아야 잘 듣는 것이라는 편견이나 부담 없이, 자유롭게 청자의 입장에서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릴 적 클래식을 처음 접했던 날의 충격부터, 어떤 곡들은 어떤 마음으로 들어왔는지 등을 일기 쓰듯이 적으며 은근히 독자들로 하여금 비슷한 기억을 꺼내 보게 만든다. 여기에 곡의 탄생 배경과 작곡가들, 지휘자들의 생전 이야기도 조금씩 섞어 내 어느새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에 공감하고 빠져들게 한다.


책을 읽으며 클래식에 대한 나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시작은 아주 어린 나이에 있었다. 유치원에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집 앞에 매일 아침 멈추던 승합차에서는 늘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계절이 언제였든 항상 같은 곡이 흘러나와 유치원에 가는 길은 늘 봄으로 기억될 정도로 자주, 많이 들었다.


그 뒤로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당시 많은 또래 아이들이 그러했듯 자연스럽게 쇼팽, 바흐, 모차르트의 이름이 적힌 연습실에 들어가 그들의 소나타와 녹턴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나도 모르게 클래식과 가까이에 있게 된 것 같다.

 

가끔씩 나오는 클래식에 관한 토막 상식이나 지식들이 전부 그때 접한 것이니, 그때는 몰랐지만 어쩌면 음악을 듣기만 하는 지금보다 나는 훨씬 자주 17, 18세기의 유럽으로 또는 러시아로 가 있었던 것이다.


*


제목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만으로 책이 채워져 있지는 않다. 굴곡 있는 삶을 살아내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곡들을 쓸 때면 작곡가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감정들을 경험하며 창작의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베토벤은 청각을 거의 다 잃은 때에도 작곡을 하고 연주와 지휘를 했다. 슈베르트는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고독과 가난 속에서 이름을 많이 알리지 못한 채 창작을 계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곡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했을 아픔과 슬픔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으므로, 그것은 타인에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데에 좋은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이제와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위대하게 남은 음악가들을 한 명씩 떠올려보면 감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 든다. 좋은 곡을 들을 수 있게 됨에 감사하고, 좋은 음악이 나오기까지의 굉장한 수고를 감내한 것에 안타깝다. 지금과는 음악을 만들고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많이 달랐던 시절에 부지런한 천재들이 남긴 유산을 클래식이라 부르는 이유는 글을 쓰는 지금도 필자가 쇼팽의 음악을 듣고 있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책을 읽은 지금도 클래식이 내 옆에 바로 와 있지는 않다. 여전히 나는 팝을 클래식보다 즐겨들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에는 아무 음악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은 클래식과 가까워진 것 같다. 대단히 많은 배경지식과 이론을 알아서가 절대 아니라, 듣는 나의 마음이 달라져서이다. 언제든 찾아들을 수 있고 일상적일 수 있는 클래식의 친숙한 면을 알게 되어서이다.

 

 

*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 Story of The Classic -


지은이 : 이채훈

출판사 : 혜다

분야
서양음악(클래식)
예술에세이

규격
145*215

쪽 수 : 356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정가 : 16,000원
 


[차소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01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