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과 귀를 잠시 맡겨보자 -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도서]

눈은 책을, 귀는 클래식을 향해
글 입력 2020.04.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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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렵다. 그래서 나 또한 클래식 서적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을 이미 예상했고, 실제로 이 책을 완독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평소라면 시작하지 않았을 나름의 ‘도전’을 하게 한 원인은 바로 이 영상이다.


 

‘놀면 뭐하니?’ 中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터키행진곡 변주

 


고백하자면,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의 리스트 중 하나가 피아니스트였다. 처음 나갔던 콩쿠르에서 상을 타지 못해 피아노 선생님으로 변환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n년 간 지속했던 피아노와의 인연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예체능이 아닌 평범한 길로 들어서며 모든 악기 연주는 이미 나와 다른 분야의 것, 거리감 있는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던 내가 전체 예능도 아닌 한 클립으로 편집된 이 영상을 보고, 다시금 피아노를 치고 싶어졌다. 굳어버린 손가락을 바로 움직일 수는 없더라도, 타이밍 좋게 도서로 그 영역에 재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표지 크기조절.jpg


 

책을 읽으며 원 없이 클래식을 듣고,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책 중간중간 QR코드가 삽입되어 있으며 설명하고 있는 곡의 오디오 버전을 포함해 관련된 발레 공연, 음악가의 성격을 보여주는 리허설 장면 등 여러 영상까지 포함되어 있어 ‘다채로운’이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QR코드 간격이 짧아 모든 곡을 끝까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해당 음악가의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는 동안은 내내 클래식과 함께할 수 있었다.

 



클래식 해설서가 아닌 클래식 이야기



소설은 인물의 관계성이 중요하다. 음악의 세계도 그러하다. 같은 시대에 살던 베토벤과 슈베르트나 베토벤의 후예로 항상 비교되었던 브람스나 바그너와 같이 직접 엮어지는 관계성이 아니더라도, 고전 음악가들의 영향을 받아 작곡하고 현재까지 이를 연주하는 지휘자까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 아래 그 인연의 끈은 길게 연결되어있다. 그렇기에 지루한 해설서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서 그들의 관계는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어 소설처럼 흥미롭다.


 

음악가 정리 크기조절.jpg


 

너무나 많은 인물이 나오기에, 한번 읽었다고 모두를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부분이 생소한 정보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초반부를 읽다 휘발되는 지식을 조금이나마 붙잡아 보고자 되돌아가 관계도를 그려나간 결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각기 다른 사정으로 음악과 얽혀져 있는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클래식에 문외한 한 사람으로서 클래식의 미묘한 차이를 한 번에 캐치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하지 않는가. 클래식 칼럼니스트이자 저자인 이채훈 님의 설명을 읽으며 음악가의 성격과 시대별 상황을 대입해보면 분명 무언가 다르게 들렸다.


‘흔한’ 클래식. 다시 말해 광고나 종소리 등으로 이미 우리의 귀에 익숙해진 곡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 음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강렬한 음악, 슬픈 음악 등 순간의 느낌으로 음악을 정의하지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그 많은 음악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점은 이러하다. 의도적으로 ‘밝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자세가 아닌, 실제 그 사람의 성격, 전하고 싶은 메시지,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잘 가꾸어진 언어라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뛰어난 음악가였지만 각기 다른 색채로 표현해냈다.


 

바흐' 토카타와 푸가 D단조


 

첫 부분부터 오르간의 천둥소리 같은 굉음에서 느낄 수 있듯이, 불같고 열정적인 성격 탓에 ‘명령 불복종’ 죄목으로 구류를 살기도 했던 바흐의 성격이 음악 내에서 펼쳐진다.

 

 

베토벤' 교향곡 6번 F장조 <전원>


 

청각 상실의 비극을 포함해 폭풍 같았던 그의 일생을 보여주듯 ‘고뇌를 넘어 환희로’라는 인생 모토를 가지고 있던 베토벤은 실제 음악으로 운명의 투쟁을 넘어 마침내 부드럽게 그의 고뇌를 포용한다.



‘이미 지나간 비극을 되새기며 상심하는 것은 필요 없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두려워하며 현재를 망치는 것도 어리석다. 오직 현재에 살고 기뻐하면 된다.’
 
By. 루트비히 판 베토벤

   

노력하면 곧바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바흐와 비발디는 세상을 떠난 뒤에야 더욱 유명해졌고, 모차르트는 자신에게 음악의 길을 열어준 아버지와의 불화도 심했었다.


생활고에 시달린 작곡가들은 더욱 많았다. 모두 소설처럼 아름다웠지만, 소설처럼 모든 성공 요건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해냈고, 우리는 현재 그들을 기억한다.


저자는 음악을 사랑하는 만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을 조금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클래식이야기 표지 입체.jpg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 Story of The Classic -

 


지은이 : 이채훈


출판사 : 혜다


분야

서양음악(클래식)

예술에세이


규격

145*215


쪽 수 : 356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에디터 박수정 tag.jpg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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