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 툴루즈 로트렉 展

일러스트, 상업적 그림의 무한한 가능성
글 입력 2020.04.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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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BOLOGNA ILLUSTRATIORS EXHIBITION 2019

2020.02.06. - 04.23

 

툴루즈 로트렉 展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2020.01.14. - 2020.05.03.

 

 

 

#00. 봄 날씨 화창한 날, 그러나 바깥나들이는 조심스러운 날.


 

따스한 햇빛에 곳곳에 꽃이 만개했지만, 퇴사 이후 첫 외출이기도 한 날. 코로나19로 봄이 한창이지만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최대한 피해야 하기에 2020의 봄은 조심스럽고 길거리에는 그 많던 인파가 사라진 모습이었다. 길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들은 낯설기도 했다.


나 역시도 나가기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시장에 도착해서 바로 손 소독을 하고 안으로 입장했다. 예상대로 항상 북적거리던 예술의 전당 건물 안은 이전과 달리 휑한 모습이었다. 이런 사태가 길게 이어지며 타격을 받는 예술가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어 취소되는 전시, 연극, 행사들. 가벼운 발걸음과 달리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 채로 한가람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01.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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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 756명의 작품 300여 점을 보여준다. 1967년부터 시작해 2019년 53회째를 맞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전시로 어른들을 위한 일러스트 원화 작품들과 그림책 전시가 마련되었다. 이 전시가 더욱 특별하다 생각하는 것은 바로 원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에는 작가의 손길과 더불어 구석에 적어둔 메모, 낙서 등을 보며 작업 과정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다.

 

디지털, 자동화가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이라는 매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제품, 도서 등등 일러스트가 필요한 매체들은 셀 수 없으며 일러스트 라는 건 자동화로 만들 수 없고 대체될 수 없다. 작가 만의 색과 개성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작가들은 꾸준히 자신의 그림을 다듬고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영향력 있는 심사위원을 통해 선정된 실험적이고 창의적이며 세계의 트렌드를 앞서가는 작품들이다. 수상작들과 컨텐츠를 통해 세계의 일러스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나 역시도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 국내를 벗어나 세계적인 일러스트 트렌드와 흐름을 읽고 심사위원의 질의응답들을 통해 앞으로 어떤 자세와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가야 할지에 대한 어렴풋한 답도 얻을 수 있었다.

 


Q. 심사위원의 관점 :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전시에 선정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여러 자질이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열려 있는지’ 여부입니다. 독자가 그림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이미지가 보는 이를 자극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하게 하는지 등입니다. 또,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키는 능력, 독특한 스타일,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로움을 봅니다. 일러스트가 보는 사람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거나, 우리가 살고 싶은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주거나, 우리를 겁먹게 하거나, 매력적이고 감동을 주는 세계를 보여주거나, 신선하고 독창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를 담고 있냐는 것입니다. 기술도 소중한 자질이지만, 표현과 상상력이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심사위원의 관점 :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다른 이력을 가진 심사위원에 비해 일러스트 작품을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나요? 혹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지원자의 작품을 판단할 위험이 있나요?


A. 우리가 심사위원으로 임하는 동안, 일러스트레이터와 편집자들은 종종 각자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나는 딱시 대상 독자나 연령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지만 편집자라면 고려하는 사항입니다. 그 외에도 편집자와 일러스트레이터들 모두 일러스트 분야에 관한 여러 스타일과 기법, 접근방식을 중시하고 존중했습니다. 공통적이었던 것은, 아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보는 것’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미술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로서는, 내 작품과 다른 모든 종류의 다양한 스타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외에도 일러스트레이터의 마음가짐, 나아가야 할 방향 등 이쪽으로 나아갈,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독특한 화풍 혹은 세세한 묘사력 그 안에 담겨진 다양한 이야기, 주제.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전세계의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안목이 넓어질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02. 툴루즈 로트렉 展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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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눈에 익숙한 그림이 나타난다. 학창시절 미술책에서 보던 그림. 강렬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였다. 툴루즈 로트렉은 후기인상주의 대표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화가로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손보이는 첫 번째 단독 전시회이다. 그리스의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점의 작품이 출품되고, 전시작품 모두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특별한 전시이다.

 

더불어 이번 전시회는 단순히 그림 전시만이 아닌 로트렉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소개하는 영상과 미디어 아트도 더해져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총 7개의 섹션 <연필 드로잉, 뮤즈, 몽마르트 카페, 여자, 잡지와 출판, 말과 승마, 현대 포스터의 선구자 툴루즈 로트렉> 으로 나누어져 있다.

 

툴루트 로트렉은 프랑스 남부 알비에서 백작의 작위를 가진 아버지와 사촌 간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달리 작은 키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은 가문의 계속되는 근친혼의 영향으로 그는 귀족의 혈통과 재산, 예술적인 재능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장애도 물려받았다. 그런 배경에도 그는 그림 그리는 일에 집중하고 어릴 때부터 거대한 저택에서 자라 가족, 하인, 가축, 사냥 장면 등을 끊임없이 그리면서 대상의 형태나 움직임을 정확히 관찰하고 그 특징을 포착해 내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하지만 그가 가진 재력 덕분에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것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재능이 있어도 금전적인 부분을 감당하지 못해 꿈을 접는 이들과 나의 상황들이 떠오르며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일부 동물 그림을 제외하면 평생에 걸쳐 그가 집중한 대상은 인물로 주로 그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개성이 잘 살려 모든 작품이 그와 삶을 같이 한 사람들의 초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매춘부와 같은 사회의 어두운 면 뒤에 가려진 인간적 비애를 그만의 미적 감각으로 표현하였다.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말처럼 그의 작품은 흥겹고 명쾌하며 독특하면서도 독창적이나 외면하는 사회의 곳곳을 꼬집어낸다.

 

또한 그는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벽을 허물어버린 최초의 작가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다른 예술가와 비평가들의 인정도 받았다. 1883년 첫 번째 그룹전에 참여한 이래 파리와 브리쉘, 런던의 주요 전시들에 여러 차례 작품을 선보이고, 테로 반 고흐 등의 화상을 통해 그림 거래도 활발했으나 불규칙한 생활, 과음, 매춘부들과의 무분별한 교제로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었다. 1890년대 말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차간 증상과 기행이 심해져 1899년에는 몇 달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퇴원 후에도 작업을 계속하기는 했으나, 1901년에는 몸의 마비 증상까지 발병해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실려 가서 37세가 채 못 되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짧은 생애 동안 엄청난 수의 작품을 남겼는데 통계에 의하면, 캔버스 유화 733점, 수채화 275점, 판화와 포스터 369점, 드로잉이 4,784점이나 된다.

 

천재적인 재능과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짧은 삶을 살다 작품만을 남기고 떠났다. 재력이 있음에도 짧게 살다 간 점이 의아하기도 했지만 전시에 드러나는 작품과 그의 삶들은 단편적인 부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진 이야기들 이외에도 그의 고충은 있었을 것이고 좋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과음이나 알코올 중독 등과 같이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때가 있던건 아닐까.

 

툴루즈 로트렉의 삶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예술가의 전위적인 시각 언어가 보다 폭넓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역할을 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작품이 대중 소비를 위해 제작되고 활용되는 최초의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1890년대,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에서 발견되는 예술 감각과 논리와 관행은 오늘날 현대 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더더욱 일러스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주변을 둘러보면 일러스트가 들어간 매체들이 다양하게 삶 속에 녹아 들어있다. 그만큼 시각 언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림이라는 매체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매체이다. 툴루즈 로트렉의 인생, 작품들을 통해 다시 한번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시각 언어 작품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03. 전시들이 보여주는 일러스트의 무한한 가능성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그리고 톨루즈 로트렉 展, 두 전시들을 관람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던 건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일러스트의 시각적 언어 전달 효과와, 무한한 기회 그리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스마트 기기가 발달하며 사람들이 활자를 읽는 것보다 만화, 그림 등 시각적으로 빠르게 이해가 가능한 매체들에 익숙해지고 있어 그림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가 무너져 인쇄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에도 특정 작가의 일러스트를 적용하여 하나의 소장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셀링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러스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일러스트레이터를 준비하거나 혹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어떤 마음가짐과 방향을 잡아야 하며, 세계의 트렌드 흐름을 확인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어떤 식으로 내놓을 것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독자들에게도 세계의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 그리고 이러한 예술의 상업적인 경계를 허문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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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옥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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