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부의 세계'에 '입덕'했습니다 [TV/드라마]

글 입력 2020.04.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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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수년 전 수능 끝나고 몰아본 ‘킬미힐미’가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일 정도다. 이유는 딱히 없다. 드라마보다는 예능이나 영화가 더 재미있어서 별로 관심이 가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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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드디어 드라마에 빠졌다. ‘킬미힐미’ 이후 그 어떤 드라마도 해내지 못한 일을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해낸 것이다.


첫 방송부터 챙겨본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늦은 시간인데도 엄마가 드라마를 보고 있었고 나는 별생각 없이 엄마 옆에 앉았다. TV를 슬쩍 보니 김희애가 자동차 트렁크를 정신없이 뒤지고 있었다. 엄마를 방해하긴 싫었지만 궁금해서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보니, 엄마는 “김희애가 남편이 바람피운 거 알았어!”라고 빠르게 대답한 뒤 다시 드라마에 집중했다.


오호, 진부한 불륜극이란 말이지.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상하게 계속 TV에 눈길이 갔다. 김희애가 의료용 가위를 꺼내 들고 남편을 향해 걸어가는데 어떻게 자러 갈 수 있겠는가. 너무 흥미진진했다.


주인공이 남편의 외도를 알았으니 한 5화쯤 됐겠지 싶어 편성표를 봤는데 ‘1-2회 연속방송’이라고 적혀있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전개였다. 아니, 뭐 이런 드라마가 다 있어? 결국 2회까지 다 본 뒤에야 자러 갈 수 있었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6회 만에 시청률 18%를 돌파하며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 관심 없던 나조차 빠져들게 만드는 ‘부부의 세계’, 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하나, 화끈한 '마라맛' 전개


 

“설마 오늘이 마지막 회야?”

 

5회가 끝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부부의 세계’는 앞으로 10회나 남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침없는 스토리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너무 강렬해서 매운맛도 아닌 '마라맛'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늘 오늘이 마지막 회인 것처럼 빠르고 화끈하게 흘러간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한참 동안 끌었을 사건들이 단숨에 진행되면서도 매 사건이 강렬하고 개연성 또한 충분하다. 나를 비롯한 시청자들은 이러한 밀도 높은 ‘폭풍 전개’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둘, 몰입도를 높이는 김희애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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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그 어떤 걸 보더라도 이렇게까지 진이 빠진 적은 없는데 ‘부부의 세계’는 한 시간 동안 내 모든 힘을 쏙 빼놓는다. 보는 내내 온전히 몰입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특히 지선우 역을 맡은 김희애의 연기는 정말 최고다. 물론 다른 배우들도 열연을 펼치고 있지만, 김희애를 빼고는 이 드라마를 논할 수 없다. 때론 카리스마와 냉정함을, 때론 처절함과 분노를 드러내며 세밀한 감정 묘사로 극을 이끌어간다.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이 드라마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셋, 웰메이드 심리극


 

‘부부의 세계’는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한국의 일반적인 막장 드라마와는 다르다.


‘김치 싸대기’를 날리는 등 막장 드라마 특유의 자극적인 장면 없이 극중 인물들 간의 관계와 심리 묘사에 집중하면서 긴장감과 재미, 짜릿함을 만들어낸다.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면서 극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클래식 음악의 사용도 돋보인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이라는 소재로도 뻔한 막장 드라마가 아닌 숨막히는 심리극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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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역대급 드라마’라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이 긴장감과 몰입도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대로 끌고 간다면, 또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고구마’가 아닌 ‘사이다’ 전개를 보여준다면, 망설임 없이 ‘부부의 세계’ 앞에 최고의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금요일 밤 10시 50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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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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