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1세기의 장벽, 장벽의 시대 [도서]

장벽의 해결책, 일단은 '타협'이다.
글 입력 2020.04.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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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는 모든 수준-개인적,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수준-에서 정치를 만들어낸다. 모든 이야기는 양면성을 띠며, 모든 장벽도 그러하다. 오늘날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무엇이 우리를 나누었고, 무엇이 계속해서 그렇게 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서론 中>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반강제적인 “방콕”으로 인하여 이 시기를 잘 극복하고자 한동안 멀리했던 자기계발서에 푹 빠져있었다. 예술서와 로맨스소설에도 푹 빠져있던 나에게 오랜만에 심오한 주제에 관한 책이 전달되었다.

 

이미 <장벽의 시대>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있을지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수많은 민간인을 핍박하고 몰살시키려는 현재진행형인 팔레스타인 장벽을 비롯하여 세계에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장벽’에 관한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국가와 국가를 나누는 가시적인 장벽에 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경제상황에 따라 넘어설 수 없는 신분 차이와 소득수준에 의한 가난, 각자가 속한 집단과 언어, 민족, 국가, 세대 등 다양한 기준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까지도 파고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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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38선과 더불어 분단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던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31년이 되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서독으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떠나는 동독 주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동독 정부가 베를린 장벽을 세웠다고 한다.

 

이 장벽으로 인하여 서독에 비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던 동독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갔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반한 상황에 반대했던 다수의 동독민들은 베를린장벽을 넘어 탈출을 시도했다. 그 수치가 정확한 통계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5천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억압과 핍박은 그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심각한 폐해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희생과는 관계없이 한 기자의 오보기사에 의해 그 단단하기만 했던 장벽이 45년 만에 허물어졌다. 모두가 환호하고 포용이 존재하는 유럽의 새 역사가 다시 쓰일 것이라며 기뻐했지만, 이것은 독일과 나아가 유럽 전체의 또 다른 차별과 분열, 폐쇄적인 장벽을 다른 형태로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장벽은 무너졌지만, 그 안에 빈부격차와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동서독의 분열은 여전하며 독일의 잘사는 나라는 서독에 몰려있고 동독은 '예나'라는 도시가 유일했다. 동독 출신은 취업과 승진에서도 차별대우를 받는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더 날카롭게 일상을 파고든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그들의 공산체제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민주혁명으로 공산정권들이 몰락했으며 수백만 명의 동유럽국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서유럽으로 진출을 모색한다. 결국, 서유럽 국가들은 이들을 제한하고자 '브렉시트'라는 또 다른 '장벽'의 제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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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데 크게 이바지한 가수 "데이비드 보위"에 관한 일화를 본 적이 있다. 데이비드 보위는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그리워하는 연인을 본 뒤 영감을 받아 “Heroes"라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노래를 만든 뒤, 데이비드 보위는 동독을 바라보면서 베를린 장벽 근처에서 콘서트를 연다. 그 당시 동독 사람들이 장벽에 올라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자, 동독 정부에서 물대포를 쏘고 연행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보던 주위에 수많은 사람이 더욱더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그러한 계기로 동독 사람들은 여행의 자유를 외치며 자신들을 억압하는 동독 정부에 저항했고, 결국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큰 계기를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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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매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을 기념하는 날이면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이 여전히 울려 퍼진다고 한다. 단지 장벽을 없애고 평화와 사랑이 만무한 ‘하나 된 국가’를 원했던 그가 지금의 유럽 전체의 또 다른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어떠한 표정을 지을까? 무척 씁쓸하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차별과 계급 속에 장벽이라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세상에 환멸을 느끼며 고개를 떨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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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팔레스타인에 관한 기사를 찾아본 적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친구가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돌아갈 국가가 없다고 했다. 늘 자기가 믿는 신께 팔레스타인으로 자유롭게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어서 더욱 처참하고 슬프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치권을 겉으로는 인정한다. 그러나 높이 9미터 길이 730km의 거대한 장벽으로 팔레스타인 그들의 삶을 완전히 가둬버렸고 여전히 더 높게 더 길게 쌓으려 혈안이 되어 있다.

 

이스라엘이 장벽 덕분에 폭력을 예방하고 감소시켰다는 합리화를 외치며 여전히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억압한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늘만 뚫린 감옥에 그들을 가둬놓고 정작 그들의 땅에 살며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는 ‘해체’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스라엘은 ‘안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다. 지금도 ‘전쟁’이라는 명목하에 ‘학살’이 자행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에 침묵하며 적극적으로 막고 있지 않다. 이것이 뜻하는 현 상황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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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인터뷰는 그들이 놓인 “국제적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주변 국가의 불간섭 정책과 오히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거대한 자본국가 '미국'의 오묘하고 기괴한 술수에 팔레스타인은 물 한 모금도 5시간에 걸쳐 검문소를 통과해야 겨우 먹을 수 있는 커다랗고 단단한 장벽에 갇힌 채 희망 없는 메아리를 외치고 있다.

 

장벽에 대한 시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스라엘은 장벽으로 말미암은 긍정적 효과에 치우쳐 있고, 팔레스타인은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보장조차 보장되지 않는 부정적인 관점에 ‘내 나라’를 포기하려 한다. 언제 다시 분열이 재점화될지 모를 이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폭력”을 관리하고 있다는 그 거대한 장벽에 모든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장벽의 시대’에는 중국의 자국민을 위한 "황금 방패"라 불리는 방화벽의 모순과 “미국의 가치를 중심에 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장벽, 인도의 끝나지 않는 카스트제도의 차별적 관점,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국경에서 초래되는 문제, 중동에서 벌어지는 종교문제와 아프리카의 민족집단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장벽"에 견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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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웬만하면 단순하게,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려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상의 답답함에 억지로라도 내 삶에 기쁨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런 내게 ‘장벽의 시대’는 다시 한 번 지구 반대편에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인간 사회의 어쩔 수 없는 괴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든 이야기가 마음을 복잡하게 했고, 예전 기사를 찾아보았던 5~6년 전이나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팔레스타인 장벽은 너무 끔찍하고 괴로운 이야기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장벽을 빼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라는 것이 참 씁쓸하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장벽”이 가지는 단순한 목적부터 실질적인 목적에 관해 팀 마샬은 내부의 분열로부터 위협이 가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지금껏 실제로 듣고 보고 들은 수많은 형태의 사실적 근거라는 것이 씁쓸하다. 실제로 지금도 어딘가에선 “장벽의 형태”로 말미암은 다양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믿고 싶지 않다.

 

살아 숨 쉬는 공기처럼 스며드는 “내부”의 음모가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질까 두렵다. 늘 깨어있어야 한다. 절대 쉽지 않지만, 나부터 남에 대한 “장벽”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팀 먀살이 이야기한 것처럼 수백 개의 범국가적, 세계적 기관이 앞장서서 인권법을 존중하고 세계를 통합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타협"을 통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었으면 한다.

 

“장벽은 의심과 거부, 두려움과 기만, 오해와 착각이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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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대

- 장벽, 나누고 가르고 가두다 -

 


지은이

팀 마샬

 

옮긴이 : 이병철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 교양

사회학일반


규격

152x224mm


쪽 수 : 360쪽


발행일

2020년 03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89932-49-7 (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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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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