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이 흐르는 독서, 따뜻하고 무탈한 클래식 이야기 -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글 입력 2020.04.1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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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훈 -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요즘 나의 최다 관심사는 몸이다. 몸의 움직임, 운동과 이를 받쳐주기 위한 균형잡힌 식단은 일상을 이루는 중심이 된다. 운동을 시작한 지는 세 달이 넘어 가는데 세 달 간의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는 규칙적인 움직임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하며 잠시 몸을 깨운다. 짧은 명상을 하고난 뒤엔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엔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소리는 딱 두 종류다. 영어 라디오이거나 클래식이다 (TMI라면 TMI지만 토익 영국발음이 잘 안들리는 분들은 BBC 라디오를 들으시라). 아침을 깨울 때,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할 때,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가끔 클래식을 듣는다.


조용히 침잠하고 싶을 땐 생상스의 백조(동물의 사육제 제13번)를 듣거나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가만히 틀어놓는다. 사실 내가 아는 클래식은 그리 많지 않기에 너튜브의 바다를 탐험하거나 한두번 들었던 노래의 흔적을 조용히 되짚을 때가 더 많다. 피아노나 가수의 음성보단 맑게 울리는 소리를 좋아해서 클라리넷이나 오보에, 하프와 같은 악기들이 주로 사용되는 곡들을 들을 때도 많다. 음악에 대해선 관여도가 상당히 낮은 사람이라 대부분의 음악은 나에게 삶의 배경으로 자리하지만, 아주 가끔은... 그러니까 그저 멍하니 순간을 흘려보내고 싶을 때는 종종 클래식을 듣는다.

 

음악사나 클래식 지식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었다. 클래식 음악사를 정리한 책들을 집어들었던 적도 아주 여러번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많은 작곡가를 모르고, 시대 구분은 더더욱 하지 못한다. 언니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던 피아노 학원에서 3시간만에 도망 나온 경력이 있는 만큼 나는 음악에 큰 관심도, 지식도 없다. 시간이 지나도 지나도 그건 잘 변하지 않았다.


사람은 참 한결같은 존재다. 그나마 이전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이 클래식이란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이기(?)-라고 하기엔 엄지 발톱도 발을 담그지 못한 것 같지만- 시작한 건, 솔직하게 말해서 '있어보이고 싶어서' 였다. 무언가 교양이 뿜어넘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서양 음악사 책을 처음 손에 든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 2학년 때였으니...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가고, 취직을 준비하는 이 나이가 되는 동안 10년이 흘렀다. 그래서 나는 클래식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아니, 아니다. 나는 여전히 클래식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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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korte, 출처 Unsplash

 

 

생각해보면 사실 애초부터 시작이 잘못되었다. 클래식은 음악이다. 듣는 예술이다. 그런데 내가 클래식에 대해서 알고 싶다며 첫 번째로 한 일은 음악사 책을 집어든 일이다. 듣는 것이 본질인 예술을 알아가기 위해 텍스트를 먼저 집어드는 건 그냥 보아도 이상하다.


들어본 클래식이라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CF에서 언뜻 들은 배경음이 다였던 사람이 두꺼운 음악사 책을 집어들어서 달달 외운다고 클래식이 보일리 만무하다. 심지어 처음 음악사 책을 집어든 중학교 2학년 때는 수행평가 때문에 억지로 비바체나 안단테 등의 빠르기를 의미하는 용어들을 노래로 외웠었다. 그러니까 그 전까진 음악 용어라고는 계이름 밖에 몰랐었던 셈이었다. 황새가 뱁새를, 아니 참새가 뱁새를 따라가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

 

글로 음악을 익히려는 시도는 그 이후로도 번번히 시도되었지만 번번히 실패하였고, 덕분에 나는 여전히 음악사에 대한 지식이 없다. 그나마 시간이 지나며 바뀐 점이 있다면, 더 이상 '있어보이고 싶어' 클래식을 듣거나 음악사 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과, 몇번의 오케스트라를 겪은 경험으로 정말 조금 소리의 취향이라는 것이 (다시 말하지만 엄지 발톱의 '십분의 일' 정도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나는 무언가를 위해 클래식을 찾지는 않는다. 억지로 책으로 지식을 집어 넣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저 가끔 이런 종류의 음악이 듣고 싶어질 때가 오는데,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에 아주 연하게 존재하는 클래식의 존재를 지그시 꺼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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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제목때문이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소설과 이야기. 그래도 이 분야는 내가 조금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다. 영화든, 소설이든, 그림이든, 모든 예술의 해석엔 서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인지라 이야기로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나 같은 클알못도 더 넓은 시각으로 귀를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받았다. 책 속엔 생각지도 못한 QR코드가 한가득이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을 듣느라 모든 내용을 눈에 다 담지는 못했다. 음악을 느끼고 글을 보고, 다시 음악을 느끼는 완벽한 서라운드 입체음향과 같은 음악적 독서를 하면 참 이상적었겠지만, 그러기엔 물리적인 시간도 내 집중력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 시간은 서라운드 입체 음향으로 가득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음악이 흐르는 독서 정도는 되었다. 한 작곡가에 맞춰서 여러 가지 곡이 함께 보여지는데, 모든 곡을 다 듣고 곡이 끝나면 다른 글을 읽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읽어나갔다. 뭐 완벽하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비효율적으로 10년 가까이 음악을 '공부'하다 실패했는데 굳이 더 공부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내가 즐길 수 있는 소리가 많아지고, 즐길 수 있는 곡들이 많아지고, 아는 작곡가의 이름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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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lowaykryan, 출처 Unsplash

 


이 책은 오래 보아야 하는 책이다. 추천사에 보면 공지영 소설가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 봄날 꽃그늘 아래서

그가 추천해주는 곡을 하나씩 들으며

 

야금야금 읽어야겠다.

 

음악은 육체를 가지고 내게로 와서

봄날의 추억으로 쌓일 테니···.


공지영 (소설가) _ 책 추천사 중에서


 

예술은 머리로 이해하기보단, 마음이 동해야한다. 예술사적 지식이 예술의 견지를 더 높여주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마음이 먼저 안달이 나 있어야 한다.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지식을 집어넣는 일은 몇배나 더 수고로우나 가슴에 남지 않는다. 심지어 의식적인 노력을 놓아버리는 순간, 억지로 집어넣은 지식은 발 달린 듯 도망가 버리기 마련이다.


나는 이 책을 마음에 남는 순간으로 기억하고 싶다. 이 책에서 알게된 곡들, 작곡가, 이채훈이라는 저자에 대한 기억이 내 일상 속에 자연히 흘러들길 원한다. 확실한 것 하나는 아침에 들을 수 있는 클래식 곡이 많아졌다는 점,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의 가짓 수가 한 가지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저자 이채훈 칼럼니스트는 <이채훈의 킬링 클래식>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나는 역시 야금야금 이 책을 읽어나가야겠다. 최초의 자유 음악가였던 모차르트가 성공을 만끽하던 순간을, 폴란드를 그리워하던 쇼팽의 심정을, 사랑에 젖어있던 슈만의 행복을 상상하며 조금씩, 클래식이 일상에 걸어들어오는 순간들을 담아가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매 악장 - 차례를 악장 단위로 나누었다- 을 마무리 하는 작가의 이야기 <소년, 클래식을 만나다>를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이 책이 저자에게 가지는 무게에 대해 생각했다.


한번에 휘리릭 읽어버리고 책장 한 켠에 놓아둘 무게는 아니었다. 음악이 녹아든 세월을 녹여내 쓰여진 저자의 글을 오래 시간을 들여 보고 싶었다. 아마 나는 내일 아침 아무 페이지를 펼쳐 QR코드를 스캔할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준비하고 아침 밥을 먹으면서는 그 음악에 대해 읽어나갈 것이다. 좋다.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가끔은 BBC 영어라디오에 자리를 빼앗기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클래식은 조금 더 내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야금야금 읽듯이,

클래식도 야금야금 나에게 흘러들겠지···.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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