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 에마 [도서]

글 입력 2020.04.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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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하나인 <에마>가 영화화되어 개봉된다는 소식에 둘을 비교해보고 싶어 우선 원작부터 읽어나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 속에서 개봉이 이루어졌고 그러다 보니 영화 <엠마>를 관람하러 영화관으로 달려가지 못했었다.

 

700 페이지가 넘는 얇지만은 않은 책이지만 역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내가 마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인 마냥 푹 빠져든 채 읽어나갔기에 우선은 원작에 관한 이야기부터 남겨보고자 한다. 기회가 되어 영화를 관람하는 그날까지 이 글로나마 잠시 위안을 얻고 제인 오스틴의 에마라는 세계에 빠져있기를 바라며-



[크기변환]KakaoTalk_20200412_155603059.jpg

 

 

에마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은 작가 자신 빼고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주인공을 이 작품에서 선택한 셈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런 그녀의 발언은 꾀나 흥미롭다. 대체 어떤 주인공을 등장시켰길래.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누구나 조금씩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미인이지 총명하지 부유하지 거기에다 안락한 가정에 낙천적인 성격까지 갖춘 에마 우드하우스는 인생의 여러 복을 한 몸에 타고난 듯 했고, 실제로 세상에 나와 스물한 해 가까이 살도록 걱정거리랄 것이 거의 없었다. -p.9

 

 

사실 에마와 같은 조건에 처하면 좀 지나치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문제점인데, 그녀도 이 두 약점 때문에 그녀가 누리는 많은 즐거움이 희석될 위험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위험을 전혀 느끼지도 못했으니, 그녀에게는 이 약점들이 무슨 물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p.10

 

 

작품 서두에 직접적으로 언급된 바와 같이 주인공 에마는 미인이지 총명하지 부유하지 거기에다 안락한 가정에 낙천적인 성격까지 갖춘 그야말로 복을 타고난 처녀인데 그러다 보니 좀 지나치게 내키는 대로 한다거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곤 한다. 그녀는 이러한 결함 때문에 판단 착오로 인한 실수를 거듭하곤 하는데, 문제는 이게 성격적인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그녀의 높은 지위 탓인지 주변 인물에게까지 그 영향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부분이었다.


뛰어난 중매쟁이를 자처하며 해리엇을 주변 남자들과 맺어 주려 하다가 엄청난 오해와 판단 착오로 오히려 힘들게만 하거나, 경제적으로 무척 약자이지만 교양 있고 현명한 동갑내기 제인 페어팩스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에 제대로 대접을 하지 않으며 자그마한 점에서라도 흠을 잡으려 하거나, 가문이 몰락하여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 아주머니 베이츠 양에게 모욕을 준다거나 하는데 그런 에마의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하지만 나는 에마의 이런 결함을 마주 보고 있음에도 그녀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제인 오스틴의 ‘자신은 좋아하지만 독자들은 별로 그렇지 않을’거라던 그 추측은 어긋난 셈이다(다른 책 리뷰들에서는 그녀를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으니 마냥 틀린 추측은 아니지만).

 

물론 그녀가 제멋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주변에까지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다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헤리엇에 대한 태도를 보며 이토록 이기적일 수가라며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마에게는 다른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잘못과 착오를 반성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인간성과 용기가 있었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그에게 무례하게 굴었지만 후에는 자신의 착오를 인정하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성과 감성> 속 메리앤은 슬픈 일이 닥쳤을 때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 허우적대느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예의를 갖추지 못했지만 후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했던 것처럼.

 

에마가 그녀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명랑함이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그녀에게 애정이 가곤 했던 하나의 이유에 해당하겠지만, 내가 그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에마와 같이 모든 게 완벽한, 우월한 위치에 놓여있었다면 나는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다가왔기에. 그렇기에 나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단점이 있음에도 그녀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인 페어팩스는 예의 바르고 현명해 책 속에서 훌륭한 사람의 표본처럼 언급되곤 한다. 에마도 독서를 통해 양식을 갖추고 상대방을 먼저 배려한다면 제인처럼 현명하게 행동할 수도 있겠지만, 제인과 에마는 신분 및 경제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 속에서 당대의 계급 질서나 신분상의 차이, 민감한 사회적 체면이나 예절에 둘러싸여 있다면 우리는 에마보다 오만방자해지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있을까.

 

 

 

고전 속에서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이를 다시 바로잡으려 노력하지만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른다. 이를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하며 다음에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현명한 선택을 내리도록 성장하게 마련인데 그게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에마는 잘나고 부족할 것 없음에도 스스로를 성찰하며 한층 성장해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책 <에마>는 한 미숙한 젊은이가 세상 경험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성숙에 도달하는 서사를 지칭하는 교양소설이라는 면모를 가진다. 우리는 인간이었고 인간이고 앞으로도 인간일 것이기에 고전임에도 이 책 속에서는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

 

제인 오스틴은 <에마>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여지없이 발휘하는데, 뛰어난 통찰력으로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객관적인 사회 현실과 연결해 묘사하는 탁월한 리얼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물들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의 발언과 행동들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이를 과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캐릭터들을 더욱 다채롭게 드러내고 이를 통해 이야기 자체도 더욱 풍부하게 이끌어간다. 게다가 중간중간 오스틴 특유의 풍자와 아이러니를 발휘하니 작품에 푹 빠져 읽어가면서 한 번씩 웃음을 빵 터트리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에마>를 읽으며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한층 더 빠져 들었고 아직 손을 대지 못한 작품들에도 마냥 기대를 품게 된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_신유나.jpg

 


[신유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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