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삶에 만족하고 있나요? [영화]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
글 입력 2020.04.09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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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에 쫓기는 삶을 사는 10대, 취업의 문턱에 서서 꿈과 좌절을 맛보는 20대, 결혼이나 내 집 마련 등 안정의 압박감 속에 사는 30대,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세대 모두 항상 마음속 한구석에 ‘나는 지금 내 삶에 만족하는가’의 질문을 품고 산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라, 평소에는 괜찮다가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삶에 대한 고질적인 의문에 답을 얻고 싶어 영화를 보게 됐다.


대학 동창들을 보며 자격지심을 느끼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의 브래드 슬론, 상상 속에선 무슨 일이든 해내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월터 미티. 같은 듯 다른 두 편의 영화 모두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끝에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Brad’s Status, 2017)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브래드는 사회적 지위, 권력, 재산 등 자신이 가지지 못 한 것들을 누리는 대학 동창들을 보며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잠시나마 아들의 명문대 진학이 자신의 초라함을 보상해 줄 거라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지만, 이 또한 볼품없는 자신의 현재와 비교되어 결국 그만두고 만다. 아들과의 대학 캠퍼스 투어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거듭하며 자신을 돌아본 브래드가 내린 삶의 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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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남’과 비교하는 삶 속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나’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SNS가 발달하면서 타인의 일상을 접하기 쉬워지고, 그들과의 비교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영화의 주제에는 많이 공감이 됐지만 이에 대처하는 브래드의 모습에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아내를 두고도 그런 아내 때문에 자신이 현실에 안주해버린 것이라며 황당한 핑계를 댔다는 점,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질투와 열등감에 욱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점에서 내가 생각한 어른의 성숙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이상적인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하버드생 아나냐의 꿈에 돈부터 많이 벌라는 세속적인 말만 늘어놓던 장면에서는 공감으로 엮어 놨던 주인공과의 끈을 끊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상을 잃은 사람의 유치한 발악 같기도, 자신의 약점을 감춘 채 멋진 어른이고 싶어 하는 꼰대의 모습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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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40대의 브래드와 20대의 아나냐가 바라보는 삶은 많이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을 꿈꾸고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브래드에게선 더 이상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과거의 꿈 많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기만 하고, 꿈꾸는 방법을 잊어버린 현실은 부정하면서도 불만족스러운 삶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나는 브래드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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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억 못 할 거야. 다들 자기 자신만 생각하기 바쁘니까. 매일 아빠를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아빠는 내 의견에만 신경 쓰면 돼.”

 

사람들이 자신을 패배자로 볼까 봐 걱정이 된다는 브래드에게 아들 트로이는 정답과도 같은 위로를 건넨다. 부자의 대화 속 덤덤히 내뱉어진 문장이었지만,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린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영화는 브래드의 독백으로 끝이 난다. 어쩌면 살아 있음이 의미하는 것이 브래드의 답일지도 모르겠다. 살아 있다는 것, 꿈을 꾼다는 것, 이상을 그린다는 것. 영화를 보고 감히 내가 정의한 삶의 의미가 브래드의 의미와 같다면, 자존감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브래드가 다시 그리는 이상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라이프’ 잡지사에서 필름 담당자로 근무 중인 월터 미티.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을 사는 그에게 유일한 원동력은 ‘상상’이다. 상상 속에선 무료한 하루도 초라한 모습도 다 사라지고, 특별한 순간만이 남으니까 말이다. 이런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임무가 생긴다.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다니며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진짜 모험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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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또한 앞서 언급한 브래드처럼 평범한 삶, 어쩌면 조금은 지루한 삶을 살고 있다. 그가 브래드와 다른 점이라면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의 강아지를 구해주거나 얄미운 상사에게 호쾌한 농담을 하는, 우리도 한 번쯤 해 본 그런 상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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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상상에서만 멈춘 그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 건, 다름 아닌 그가 변했기 때문이었다. 상상의 위대함, 아니 행동하는 것의 위대함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월터가 회사를 뛰쳐나왔을 때부터 모험은 시작이었다.


숀을 찾기 위해 무작정 떠난 그린란드에서 그는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들기도, 상어와 싸우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을 경험하기도 하고, 노샤크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높은 산) 최고봉을 등정하기도 했다. 한 번의 작은 결심이 계속되는 도전을 이끌었고, 고리타분했던 그의 삶이 한 번에 뒤집힌 결과를 보여줬다.


영화 초반에 토드와의 통화에서 상상을 자주 하냐는 질문에 월터는 ‘그냥 적당히 가끔 한다’며 얼버무리지만, 후반엔 같은 질문에 ‘요즘은 줄었어요’라는 답을 한다. 상상이 전부였던 그의 일상이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로 가득 차 상상할 일이 줄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상상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상상에 빠져 현실의 감각을 잊어버리는 것은 나쁜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월터도 처음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지만, 상상에서 벗어나 진짜 현실의 감각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상상보다 더 짜릿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상을 향해 행동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그런 느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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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꿈으로만 간직하면 꿈에서 멈추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면 그것이 현실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월터가 점차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을 때, 나는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월터가 찾은 인생의 답이자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부분의 장면이 브래드 내면의 생각으로 이어지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의 브래드와 비교했을 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월터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많다. 생각하는 것, 게다가 혼자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브래드 역시 다를 것 없었다. 브래드의 생각을 듣고 있자면 그건 잘못됐다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자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경우가 많았음에 반해, 월터는 그 스스로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니 계속 지켜보고 싶었고, 볼수록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며 기대되기도 했다.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말은 참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꿈만 꾸던 미래를 현재로 만들어 가야 할 나이가 되고 그 과정에서 흔들리는 시기가 오다 보니 다시금 곱씹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얻은 삶의 해답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고 답하겠다.하지만 삶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이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겠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이상을 품은 채 사는 것이 삶 전체에 대한 완전한 답은 아니겠지만, 내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임을 배웠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현실과 꿈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 계속 꿈을 가진 채 이상을 향해 움직이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상을 버리지 마라. 자신의 영혼 속에 있는 영웅을 버리지 마라.


누구나 높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 이상과 꿈을 갖고 있다.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청춘 시절의 것이든, 그리워하게 돼서는 안 된다. 지금도 자신을 높이 올리려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느 순간 이상과 꿈을 버리게 되면 이상과 꿈을 말하는 타인과 젊은이를 비웃는 마음이 싹트게 된다. 마음이 시기와 질투만으로 물들어 탁해지고 만다. 향상하는 힘과 극기심 또한 함께 사라지고 만다.


잘 살기 위해, 자신을 모독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상과 꿈을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


- 『니체의 인생론』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이상과 꿈을 버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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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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