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루프 Proof [영화]

글 입력 2020.04.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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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모닝콜해주는 애인,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옷 단단히 여미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님, 상사한테 혼난 날에 술 사준다는 친구. 이러한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사랑과 애정을 확인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들이 사랑을 증명할 만한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내 남자친구가 아침마다 전화한다고 날 사랑한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일까? 부모님의 잔소리가 정말 사랑의 표현일까? 내가 힘들 때 술 사준다는 친구가 정말 나를 위해서 술 사준다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그냥 술이 땡겨서 내 상황에 핑계를 대는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의 진심이 전달되고 증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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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루프Proof>에서 캐서린(기네스 펠트로), 캐서린의 아버지 로버트(앤서니 홉킨스), 로버트의 제자 할(제이크 질렌홀), 그리고 캐서린의 친언니 클레어가 등장한다. 캐서린의 아버지는 정신병을 앓다가 죽었으며, 딸 캐서린과 제자 할이 아버지의 업적을 둘러싸고 서로 누가 이 위대한 수학적 증명을 해냈으며 이 수학적 증명이 정말 맞는 지 진위여부를 풀어나간다.


이 때 서로 믿었다가 불신했다가 번복하면서 진실 된 마음을 증명해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증명’은 명백하고 논증적인 수학적 증명을 통해 풀어나가는 역설을 엿볼 수 있다.

 

캐서린은 아버지 로버트의 천재적인 수학적 재능을 물려받았다. 그녀는 겉으로는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아버지를 생각 많이 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부터 정신분열증 증세가 나타나자 캐서린은 곁에서 돌보기 위해 대학교를 자퇴한다.


반면 클레어는 커리어를 계속 쌓아가며 아버지를 그냥 병원에 보내길 원했다. 두 자매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캐서린은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그리고 클레어는 경제적인 지원을 하면서 말이다.


이 상이한 방식은 사랑하는 마음이 증명되지 않아 서로 오해가 생겨 클레어 입장에서는 캐서린이 이해가 안 가고 캐서린 입장에서는 클레어가 원망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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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간병했던 캐서린은 수학적 재능뿐만 아니라 자신도 아버지의 정신분열증까지 닮았을까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할이 캐서린에게 상담 센터에서 심리 상담 받거나 운동을 통해 기분 전환하라는 제안에 불같이 화를 낸다. 할의 제안은 단지 캐서린을 향한 걱정과 사랑이었지만 캐서린에게는 불필요한 개입이었다. 캐서린은 할과 아버지의 사랑을 증명 받고 싶어한다.


나는 아이유(이지은)가 주연으로 나오는 단편영화 시리즈 <페르소나>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가 떠올랐다. 아이유가 남자친구 정우에게 사랑의 진심을 보여 달라고 한다. 자신을 떠나고자 하는 아이유에게 정우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심장을 꺼내줌으로써 사랑을 증명한다.


그러자 아이유는 환하게 웃으며 심장을 받고 썩지 않게 발 보관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비현실적이고 기괴스러운 연출은 반대로 현실에서는 사람 간의 사랑과 믿음을 속 시원하게 꺼내서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냥 우리는 서로 믿어야만 한다. 상대방의 마음은 평생을 같이 살아도 결코 알 수는 없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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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끼리 다투면서 오고가는 말에 "나를 사랑하는것 맞아? 못 믿겠어, 증명해봐"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 사이의 관계는 수학처럼 공식을 대입하여 풀어나가거나 옳고 틀린 논증이라는 것은 없다.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수학 증명을 통해 역설적으로 사랑의 마음을 ‘증명’하는 것이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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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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