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슴 뜨거운 열정을 가진 세 엄마들 - 알로하, 나의 엄마들 [도서]

글 입력 2020.04.05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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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장편소설
 

100년 전, 하와이에서 살았던 세 여자 이야기. 서로 사진만 보고 시집 가는 일명 ‘사진신부’로 조선을 떠난 세 여자의 이야기이다. 공부가 하고 싶었던 버들, 과부로 살기 싫었던 홍주, 무당 손녀에 미친 여자의 딸이라고 손가락질 받기 싫었던 송화는 그렇게 포와(하와이의 미국식 표현)라는 머나먼 미국 땅으로 떠나게 된다.

책의 주인공은 열여덟살 버들이다. 버들은 스무살도 안 된 나이에 포와에 가면 돈을 쓸어담겠다는 소문만 믿고 홍주, 송화와 함께 어진말을 떠난다. 그러나 상상과는 너무 달랐던 포와에 눈물을 흘리는 나날이 계속되기 일쑤였다. 그나마 따뜻한 시아버지와 젊은 남편을 만난 버들은 함께 온 다른 친구들에게 한탄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버들이 그나마 가장 나은 처지란 걸, 버들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건 조선이나 포와나 다를 게 없었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던 버들은 나은 일자리를 위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이주 노동자들의 삶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다. 그 와중에도 저 멀리 떨어져있는 조국은 일본이 점령하고 있었다.

어느 곳 하나 마음 붙일 데도 없이 그렇게 낯선 땅에서 사람과 사람을 믿어가며, 서로 의지해가며 살아간다. 아래의 노래는 책 속에서 한인 노동자들이 부르는 노래로, 당시의 이주 노동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뚝우뚝 날칼진 코올라우 산상 위로

비바람 건불 불어와 젖은 등을 말리고

만경창파 물결이 해변에 뎅그르르르

사탕밭 수숫대는 살풀이춤으로 흐느적거린다

저녁놀 붉게 피고 청천 하늘에 잔별 돋으니

담배 붙여 입에 물고 북녘 바다 쳐다본다


 

조선을 떠나면 잊어버릴 줄 알았을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말이다. 그러나 조선을 떠나서 낯선 땅 미국에 와서도 한인들은 독립을 꿈꿨다.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어 한숨을 쉬면서도, 자식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될 수 없다며 몰래 성금을 모으기도 한다.


비록 이승만과 박용만으로 두 파가 나뉘어 윗동네, 아랫동네 교회까지 달리 다니긴 하지만, 이렇게 조국을 떠나있어도 뜨겁게 본인의 조국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대단하다 여겨졌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바빴을 텐데.’하는 의문과 함께.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이다. 그들의 성장은 책의 제목처럼 비로소 ‘엄마’가 된 후에 이루어진다. 공부가 하고 싶어서 왔던 버들은 아들 정호와 펄을 낳고, 더욱 열심히 일한다. 서양 여인 집에 들어가 빨래를 도맡아 하던 시절, 아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버들이 엄마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애정이 느껴졌다.


버들과 달리 과감하고 충동적인, 홍주도 성길을 낳고 한층 더 어른스러워진다. 훗날 버들이 춤을 추고 싶어하는 딸에게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허락해주며 학비 지원을 약속하는 부분은 울컥하기도 했다. 엄마였기에 이뤄낸 것들도 많았지만, 엄마였기에 희생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이 가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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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장면, 가장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바닷가로 피크닉을 떠난 장면이다. 운전이 서툰 홍주의 차를 타고 교외로 놀러간 버들과 송화가 파도 위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들은 파도같이 오르락내리락했던 지난 삶의 고비를 회상하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닥쳐올 삶의 파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파도 끝엔  찬란한 무지개가 있었으므로.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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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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