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우뚝 날칼진 코올라우 산상 위로
비바람 건불 불어와 젖은 등을 말리고
만경창파 물결이 해변에 뎅그르르르
사탕밭 수숫대는 살풀이춤으로 흐느적거린다
저녁놀 붉게 피고 청천 하늘에 잔별 돋으니
담배 붙여 입에 물고 북녘 바다 쳐다본다
조선을 떠나면 잊어버릴 줄 알았을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말이다. 그러나 조선을 떠나서 낯선 땅 미국에 와서도 한인들은 독립을 꿈꿨다.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어 한숨을 쉬면서도, 자식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될 수 없다며 몰래 성금을 모으기도 한다.
비록 이승만과 박용만으로 두 파가 나뉘어 윗동네, 아랫동네 교회까지 달리 다니긴 하지만, 이렇게 조국을 떠나있어도 뜨겁게 본인의 조국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대단하다 여겨졌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바빴을 텐데.’하는 의문과 함께.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이다. 그들의 성장은 책의 제목처럼 비로소 ‘엄마’가 된 후에 이루어진다. 공부가 하고 싶어서 왔던 버들은 아들 정호와 펄을 낳고, 더욱 열심히 일한다. 서양 여인 집에 들어가 빨래를 도맡아 하던 시절, 아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버들이 엄마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애정이 느껴졌다.
버들과 달리 과감하고 충동적인, 홍주도 성길을 낳고 한층 더 어른스러워진다. 훗날 버들이 춤을 추고 싶어하는 딸에게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허락해주며 학비 지원을 약속하는 부분은 울컥하기도 했다. 엄마였기에 이뤄낸 것들도 많았지만, 엄마였기에 희생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이 가는 장면이었다.
즐거운 장면, 가장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바닷가로 피크닉을 떠난 장면이다. 운전이 서툰 홍주의 차를 타고 교외로 놀러간 버들과 송화가 파도 위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들은 파도같이 오르락내리락했던 지난 삶의 고비를 회상하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닥쳐올 삶의 파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파도 끝엔 찬란한 무지개가 있었으므로.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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