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산업의 성비 불균형, 인공지능을 통해 보다 - 스켑틱 SKEPTIC 21호 [도서]

글 입력 2020.04.0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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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스켑틱’이라는 과학 분야 잡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읽어볼 생각은 못 했다. 나는 ‘나트륨’, ‘이온’ 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내게는 너무 어려운 것, 나에게 과학은 그런 존재였기 때문에 이런 매거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읽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과학 알못’인 내가 스물 한 번째 스켑틱을 읽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목차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발견했기 때문. ‘인공지능으로 본 영화 속 성별 편향’ 이 그것이었다. 이번 호의 굵직한 주제가 코로나19였지만, 난 이 주제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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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영화 산업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많은 여성 배우들이 이러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있고, 나 역시 여성 배우가 주연인 여성 서사 영화에 ‘영혼 보내기’를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연구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영화계에 대한 나의 이 불편한 마음을 과연 과학적·수학적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이 연구에서는 감정 다양성, 나이 분포, 지적 이미지, 주변 물체라는 네 가지 영역을 분석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더 적은 감정 다양성을 갖고 있었고, 제작 지역에 관계없이 여성 캐릭터는 주로 20대의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했다.


안경 착용 확률도 여성 캐릭터가 현저히 낮았고, 실외에서 자동차와 함께 포착된 비율 역시 낮았다. 반대로, 실내에서 가구, 그릇 등과 포착된 비율은 여성 캐릭터가 더 높았다. 여성을 여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남성을 그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곳에 배치해왔단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연구 결과를 통해 읽어 보니, 마음이 좀 착잡했다. 동시에 이렇게 불평등한 환경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공고한 성비 불균형의 벽을 깨고 여성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넓혀 가는 이들에게 감사했다.

 

여성 서사를 다루거나 여성 배우가 주연인 경우, 혹은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를 깎아내리는 행태를 많이 보았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별점이나 댓글 테러를 하는 이들도 많았다. 전체 스토리에서 여성을 은근슬쩍 배제시키거나,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영화들도 있었다. 이러한 행위들은 여성들을 ‘마땅히 있어야만 하는 자리’에 묶어 두고 싶은 남성들의 불안감이 만든, 여성을 향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계의 성차별은 영화 산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듯, 영화는 대중의 세계관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이 영화를 통해 사회에 더욱 만연해질 수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콘텐츠인만큼 그것이 야기시킬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건 영화 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이다.

 

문화예술계, 정치계 등 다양한 사회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혐오 및 성차별에 관련된 글을 쓸 때마다 ‘아직도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다니’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이 있었기에 사회는 분명 변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아직도 많다. 갈 길이 멀고, 벽은 높다는 걸 알지만 계속 나아가기로 결심해 본다. 영화든, 책이든, 어떠한 매체이든 간에, 여성들이 여성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서.

 





한국 스켑틱 21호
- Skeptic Vol.21 -


엮음 : 스켑틱 협회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기초과학/교양과학

규격
170x250mm

쪽 수 : 268쪽

발행일
2020년 03월 06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383-9840-00-01





스켑틱 협회
The Skeptics Society


스켑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e-스켑틱]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적 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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