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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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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 

네가 그토록 붙고 싶어 했던 입영 추가 모집에 합격했다. 3번의 시도 끝에 어렵사리 성공했으면 분명 기뻐야 할 텐데, 왜 우린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걸까. 우릴 휩싸는 이 적막감은 무얼까. 눈물이 자꾸만 비집고 나왔다. 울고 싶은 건 너일 텐데 왜 내가 우는지. 우는 날 다독일 여유가 없을 정도로 너는 많이 심란했나 보다. 그리고 그런 너를 보며 난 더욱이 혼란스러웠다.

 

D-5

어제의 우리를 후회했다. 확정된 입영 날짜가 단 6일 뒤라는 사실에 둘 다 여러모로 충격에 잠겨 서로를 보듬을 여유가 없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행복하게 보내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씩씩한 여자친구가 되기로 다짐했다.

 

D-4

우리의 첫 데이트 장소였던 한강공원에 다시 가보았다. 그때의 우리, 지금과 달리 꽤 어색했는데 기억나냐며 깔깔거렸다. 치킨이랑 라면을 먹었다. 역시 라면은 한강이라며 후루룩 맛있게 먹는 너를 보며 행복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알 것 같았다.


D-1 

같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었다. 세상에, 9mm라니. 밤톨 머리가 된 너는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글쎄, 내 눈엔 그저 머리가 짧아진 너일 뿐, 잘생긴 건 그대로였다. 오히려 이 새로운 머리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섹시하기도.

 

기념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마지막으로 뭘 먹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네가 좋아하던 삼계탕집에 갔다. 싹싹 잘 먹는 너를 보니 나까지 배가 불렀다.

 

D-day

인터넷을 뒤져가며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서 보냈는데 뭔가 더 챙겨서 보냈어야 했을 것만 같았다. 마음은 의외로 차분했다. 네가 수련회 가는 거 같다며 날 안심시켜서 그랬던 걸까. 그저 다치지만 않기를, 무탈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너는 입소했다.

 

*

 

오늘은 네가 군에 입대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워낙 눈물이 많은 나이기에, 너는 내가 매일 밤 울며 잠들까 염려했지만, 염려와 달리 나는 꽤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널 생각하고,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를 돌이켜 보고, 사진과 영상을 보며 우리의 추억을 상기하고, 잠들기 전 네 얼굴을 떠올린다. 궁금한 것도 많다. 네가 오늘은 무얼 했을지, 네가 있는 그곳의 날씨를 어떨지, 춥지 않을지 덥진 않을지. 밥은 입맛에 맞을지, 함께 입소한 동기들과는 친해졌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잠자리가 낯설 텐데 간밤에 잠은 푹 잤을지, 부족한 물품은 없을지, 너도 날 떠올리고 있을지 말이다.


하지만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슬프거나 눈물로 밤을 지새울 만큼 외롭진 않다. 나는 그저 평소와 같이 알바를 하고, 공모전을 준비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취미 생활도 즐기며 일상에 충실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담담한 나 자신을 보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는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작아서 그런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아마 우리가 함께 구축해온 이 관계가 쉬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럴 것이다. 지반을 다지고 견고히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는 동안 우린 무엇 하나 대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 결과, 나는 너를 굳건히 신뢰하고 그렇기에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또한, 멀리 떠나보내도 마음속에 남아 있으면 이별이 아니라는 것을, 가까이 있어도 마음속에 없으면 만남은 이별을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부디 너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

 

너 또한 나를 믿고 너 자신을 믿기를 바란다.


편지에 썼듯, 사회와 동떨어진 곳에서의 18개월이라니. 내가 경험하지 못할 일이니, 무어라 쉬이 말할 순 없지만, 안에서의 너도, 밖에서의 나도 때론 사무치게 외로운 나날을 보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가 많이 힘들어하는 날에, 또 내가 많이 힘들어하는 날에도 우린 타의에 의해 연락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가 비록 당장에 닿을 순 없지만, 네가 어디에 있든 내 마음은 항상 너를 향해 있고, 널 그리워하고, 널 응원하고, 널 위해 기도하고, 널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피어오르는 우울이 널 집어삼킬 것만 같은 날엔, 무너져 버릴 것만 같은 순간엔, 네가 어떤 모습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널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받아들여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떠올려주길 바란다. 너희 부모님, 너희 형, 그리고 나와 네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말이다.


고단한 현재를 견디게 해주는 힘은 과거의 추억처럼 소박한 것에 있음을, 용기는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얻는 것임을,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

 

솔직히, 20대 중반이 되어서 곰신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근데 뭐, 아무렴 어떨까. 우리도 여느 연인처럼 이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늘 그랬듯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은 제쳐 두고 순간에,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오늘을 살자.


너도 군인은 처음인 것처럼 나 또한 곰신은 처음인지라 많이 서툴겠지만, 우리 지금처럼만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사랑하자.


날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어냐 물었을 때, 내가 따듯해서 사랑한다고 했지. 언제든 따듯하고 포근한 품이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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