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판데믹의 시대, 회의론자가 줄 수 있는 위로의 메시지 - 스캡틱 Skeptic Vol.21 [잡지]

글 입력 2020.04.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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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으로써의 회의주의?


 


<스캡틱>을 발간하는 스캡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어떤 사람들은 회의주의를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는 태도라고 오해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냉소주의와 혼동하여 그 어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 괴팍한 태도라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말하는 회의주의는 이성을 이용하여 모든 종류의 사상을 검증하는 것이다. 회의주의에 불가침의 영역은 없다. 다시 말하면, 회의주의는 어떤 입장이나 태도가 아니라 ‘방법론’이다. 원칙적으로 회의주의자들은 참인지 아닌지를 가릴 수 없는 주장, 또는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믿기 전에 반드시. 충분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 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회의주의는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이론을 수립하고, 자연 현상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을 검증하는 ‘과학적 회의주의’다. 어떤 주장은 잠정적인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것으로 입증되면 사실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학의 영역에서 ‘사실’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잠정적인 것이며 시험에 열려 있다. 따라서 회의주의란 잠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한 방법이다.



잡지를 펼치면 나오는 잡지 <스켑틱>의 설명이다. 세상을 탐구하는 현대의 모든 합리적인 인간들은 모두 귀납적인 보편적 일반화가 궁극적으로는 검증될 수 없으며, 새롭고 잠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항상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나 역시 <스켑틱>에서 지향하는 과학적 증거를 찾는 태도를 유지하고, 과학적 근거로 쌓아올린 모든 가설과 이론이 반박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방법론으로써의 회의주의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잡지에서 지향하는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다. 위의 소개글에서부터 본 잡지가 정말로 ‘가치중립적’인 과학 지식 잡지가 아님을 드러내고 있다. 무신론자 마이클 셔머가 편집자로 있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리처드 도킨스가 글을 기고하기도 한 본 잡지는 명백히 ‘반종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잡지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이들의 논의가 독자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잡지에 대한 설명으로 글을 시작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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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만이 줄 수 있는 희망적 메시지

코로나 바이러스, 진보적 무신론, 행동유전학


 

투박하게 책의 주제를 나누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코로나 19 사태를 중심으로한 전염병>, <선과 악, 그리고 인격적 신>, 뇌과학, 행동 유전학, 지적생명체의 출현, 젠더 이슈와 같은 <최신 이슈에 대한 기타 과학적 연구>, 회의주의를 지향하는 잡지답게 실험실의 역사와 과학적 사고의 탄생을 다룬 섹션도 있었다.


본 리뷰에서는 이 중에서 굵직한 이슈인 <전염병>, <선과 악의 문제와 인격적 신에 관한 논쟁>을 중심으로 기술해보려 한다.


사실 이 모든 구성 중에서, 이 책을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던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였다. 다른 이슈도 흥미로웠지만, 과학적 사고를 강조하는 이 잡지가 판데믹을 마주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는 섹션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잡지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현상, 예측, 나아가 인류가 마주해야 할 새로운 문제들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독자들은 “왜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했으며, 우리의 면역계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처해왔는지, 왜 혐오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현황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전염병이 어떻게 확산될 것인지”에 대한 통계적 분석의 방법론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전염병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각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기는 어렵지만, 전체 내용을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로써 변종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야생동물로부터 전염되었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바이러스 공격에서도 방어할 수 있는 놀라운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확산 규모에 대한 정확한 예측 수치를 구할 순 없더라도 결국 극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해서 전염병 이슈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전염병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에 있다. 또한 바이러스의 확산은 혐오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다시 누가 ‘나쁜놈’인지 찾는 데 혈안이 되었던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해야 한다. 전염병 문제는 특정 국가나 집단의 문제이기 전에, 인류의 문제다.


사회적 혐오는 생물의 행동 본능이다. 하지만 스티븐 핑커의 말대로, 인간 안에는 모두 합리성의 천사가 있다. 이 부분에서는 전염병의 예측에 관한 통계적 모형에 대한 글에서 사용된 표현을 빌려 오려 한다. 과학의 가치에는 확실성에 있지 않다. 틀릴 수 있어도 과정과 결과를 함께 공개해 사람들을 의심케 하는 과학은 편향으로 부터의 자유와 폭넓은 사고를 선물한다.


침착하게 이번 사태를 설명하고, 근거를 들어 근미래와 미래에 대해 인류가 해야할 일에 대해 기술하는 스켑틱의 태도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가끔 뉴스를 읽다 보면, 몇몇 언론이 더욱 불안감에 부채질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언론을 잠깐 기웃거려본 입장에서, 그들이 그런 기사를 쓰는 배경이 우리 사회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전문가의 지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스켑틱에서 지향하는 방법론적 회의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이미 그러한 능력이 있다. 때로 우리는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곤 한다. 물론 그 말대로 우리의 사고는 때로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수많은 현대 인지심리학 연구와 사회 심리학 연구는 우리의 인지능력이 생각보다 적절한 근거와 토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융통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신론, 흥미롭지만 너무 작은 범위의 논쟁


 

나는 종교인이 아니다. 하지만 종교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종교적인 사람’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나에게 종교는 한 문명과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심리적 상징이다. 그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칼 융의 분석심리학의 유효성에 대해 의심을 품지만, 나는 사실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이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굳이 그 가능성에 대해 모두 기술하지는 않겠다. 나는 다만 이러한 해석들이 옳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가능한 또다른 설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직 경험에 대해 인간이 형성하는 모든 표상과 정서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은 없다. 수많은 문화적 상징, 개인적인 꿈의 상징으로 내면의 욕구나 상징은 끊임없이 표현된다. 그 무궁한 가능성을 새롭게 해석할 모든 방안을 온전히 무시하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이것이 실제가 아니라해도, 과학적 근거와 해석을 시도한 모든 이론은 결국 새로운 이론의 토대가 된다. 최근 정신분석학에서도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종교를 그러한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은 존재 유무를 떠나, 한 사람의 삶, 나아가 문명을 지배한다. 종교는 정치나 경제적 목적을 가진 이데올로기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정말로 그 틀 안에서만 사람에게 영향을 끼쳐온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만 토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또 다른 오류를 저지르게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모든 신학이 논쟁 되는 것에 찬성한다. 오늘날 많은 신학자가 이런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믿음’에만 강조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신학에서도 가능한 여러 가지 해석과 설명이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진보적인 신학자는 신학에서의 이성적 사고에 대한 토의를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스켑틱이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 ‘무신론과 유신론의 논쟁’에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스켑틱을 읽게 된 것도 이런 논쟁에 대해 내가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대하기 때문에, 이번 스켑틱이 ‘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토의하는 것에 굉장한 불만이 있다.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의 문제는 사실 너무 너무 오래되었을 뿐더러, 이제는 진부한 논쟁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논쟁은 리처드 도킨스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상상했을 때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논쟁은 다소 리처드 도킨스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미 많은 유신론자들이 과학적 발견에 찬성하고 있다. 애당초 유신론자들이 정의하는 신은, 하나의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무신론적 관점에서 신학적 관점과 선악을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면, 그 섹션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옳다. “세상에 악이 있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휘튼버거의 주장은 ‘신의 존재 유무’와 ‘신의 도덕성’, 애당초 ‘선과 악’의 문제들이 혼재되어 있어 혼란스럽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도 느꼈지만, 일부 무신론자들이 가지는 공격성도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질문에서 시작하니, 논쟁이 잘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잡지의 성격상 지면이 너무 짧은 것도 한몫했다.


또한 신학자의 반론을 제외하고는 유신론자의 입장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 휘튼버거의 주장에 더불어, 본 잡지는 무신론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한 종교는 어떻게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가”, “자애로운 신이 폭력적인 세계를 창조했을까”, 선악의 개념을 다루고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칼럼인 간접적으로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합리적 천사에게” “우리 안에 천사와 악마는 없다”까지, 평등한 논쟁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신학자들이 무신론 성향의 잡지에 기고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을 이해한다. 또한 본 잡지의 탄생이 사이비 과학에 대한 반증으로써 탄생한 것또한 이해한다. 하지만 독자로써는 치우친 논쟁보다는 좀 더 깊은 수준의 논쟁을 기대한다. 끔찍한 범죄를 제외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의 입장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총평


 

앞선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합리성과 회의론을 기반으로 출판된 이런 잡지가 계속해서 발간된다는 사실이 기쁘고 반갑다. 스켑틱에서 지향하는 회의론적 태도는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더욱 주목받아야 할 것이다. 이 잡지가 나름 ‘인기 잡지’인 것은 대중들 안에서도 합리적 태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스켑틱의 매력적인 새로운 과학 이론과, 그것을 구성하는 솜씨도 훌륭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를 다루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많은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의 많은 부분이 일반 독자로써는 이해하기 어렵게 쓰여 있었다. 기고가들은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기본적인 이론과 전제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이는 잡지 지면상의 문제기도 하지만, 기고가들이 목표로 한 독자의 교양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중들이 그런 모든 교양을 쌓을 기회는 드물뿐더러, 독자의 대부분은 전문가의 이론을 보다 쉽게 접하기 위해 이 책을 구매했을 것이다. 좀 더 독자 친화적인 내용을 기대한다. 다음 스켑틱을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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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

Skeptic Vol.21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268쪽

15,000원

2020년 3월 6일 발행

판형(170x250)

 

관련키워드

코로나19, COVID-19, 코로나바이러스, 바이러스, 질병X, 인수공통전염병, 전염병, 면역, 기후변화, 혐오, 행동면역계, 성별 편향, 과학 지식의 본성, 실험실, 성기능 장애, 동종요법, 행동유전학, 외계지적생명체, 인공지능, 공중보건의 위협, 이스라엘 12지파, 도덕심리학, 사회심리학, 의식, 정보, 스티븐 핑커, 합리성, 스켑틱, SKEPTIC, 마이클 셔머, 회의주의

 

분야: 

국내도서 > 잡지 > 과학/기술

국내도서 > 잡지 > 교양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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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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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정
    • 스캡틱의 theme이 흥미롭네요. 저 다름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혐오범죄로부터 한국인들을 보호해달라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읽어보시고 동의하시면 싸인 & 공유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MrbA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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