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유로움을 찾다 보니 뚱뚱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시각예술]

거대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보테로족의 창조자 - 페르난도 보테로
글 입력 2020.04.0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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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뚱뚱하게 그리는 사람


숱이 없는 양쪽 눈썹, ‘스푸마토’ 기법을 이용하여 인물의 윤곽선을 일부러 흐릿하게 처리하여 경계를 없애 모호한 듯 부드러운 미소를 표현한 것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다.


완벽하고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와 어디 방향에서 감상하든 관객과 자연스레 눈을 맞출 수 있도록 되어있는 시선처리는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6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람객들로 인해 루브르 박물관은 언제나 안산 인해를 이룬다.

 

몇 년 전 겨울 서유럽 여행 당시 나 역시도 루브르 박물관에 가게 되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그림이 바로 모나리자였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줄을 설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공간에 있던 모두가 모나리자를 가장 좋아했으며 가장 오랜 시간 그림 앞에 머무르려 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신비한 그 그림 앞에서 멍하니, 그리고 즐거운 표정으로 감상을 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유명세는 괜히 따라오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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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그런데 여기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우아한 모나리자가 아닌, 접힌 턱살에 빵빵한 볼살을 자랑하는 볼륨 넘치는 모나리자가 있다는 소식이 있다. 남미의 정서를 담아 익살스럽고 과장된 인물을 그리며 행복을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 화가, 콜롬비아의 페르난도 보테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술이란 삶의 고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영적이고 비물질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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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 (1932~, 콜롬비아)

 

 
 
뚱뚱한 모나리자

 

콜롬비아의 예술가인 페르난도 보테로는 풍만한 인물 표현법으로 주목을 받은 작가이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뚱뚱한 사람’들을 표현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 그는 그 이후부터 언제나 인물을 묘사할 때 볼륨감을 과장스럽게 넣어 화면 가득 풍만함을 그려낸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명화를 재해석하여 통통하게 재현하는 일을 좋아했는데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12세의 모나리자’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 하였다.

 

그의 그림 속 모나리자는 기존의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짓던 신비로움은 온데간데없으며 반대로 친근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꽤나 인상 깊게 남았던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그 역시 가파른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이 그림을 감상한 관람객들의 주된 감상 키워드는 ‘편안함’, ‘따뜻함’, ‘귀여움’, ‘정감’ 이었다고 한다. 양볼에 사탕을 물고 있는 듯한 통통한 볼살이 손꼽히는 매력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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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우 : 페르난도 보테로, <12세 모나리자>

 


 

“그림을 관람할 때, 어디에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비롯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게는, 풍만한 형태에서 풍겨 나오는 삶의 즐거움입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형태의 풍만함을 만들어 내는 문제에 매달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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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얀 반 아이크 <아르놀피 부부의 초상>/ 우 : 페르난도 보테르, <아르놀피 부부를 따라서>

 

 

 
배가 된 오브제 속에 담고 싶었던 넘치는 행복함


그의 이러한 볼륨감 넘치는 표현기법은 주로 여자 인물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는 그의 기반이 된 남미 문화권의 아름다운 여성상과 일치한다고 한다. 혹자는 귀여움, 다산, 풍요를 상징하고 싶었을 거라고 평하는데 포동 포동 하게 부푼 양볼과 접힌 턱살을 보고 있자면 저도 모르게 마음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지만 관람객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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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벨라스케스 <마르가리타 공주>/ 우 : 페로난도 보테로, <벨라스케스를 따라서>

 

 
 
나는 절대로 뚱뚱함을 그린 적이 없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을 그를 단순히 가리켜 ‘인물을 뚱뚱하게 그리는 화가’라고 일컫지만 정작 그는 뚱뚱함을 그린 적이 없다고 부정한다는 것이다. 색감을 풍부히 사용했고, 공간을 꽉 차게 사용하려 노력한 것이지 결코 뚱뚱함을 단순 재밋거리로 소비하려 한 것이 아님을 매번 강조한다. 모든 것을 풍요롭고 풍족하게 표현하려 했던 그의 순수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작가인 줄 알고 1차원적으로 단순하게 접근했던 사람들은 결국은 그의 속내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한다. 물론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며 ‘뚱보’들의 매력을 유쾌하게 해석하는 작가라는 호평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예술의 재미있는 점인 것 같다. 그의 의도는 어찌 됐든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만족감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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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난도 보테로<자화상> 1992

 

 
 
보테로 그림의 관전 포인트 2가지 


첫째 : 화면 가득 넘치는 부피감이 정겹다. 모든 그림들이 포동 포동 하게 묘사된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된다. 그의 그림은 모두가 말랑말랑하며 둥근 곡선의 양감을 시각적으로 강하게 보여주는데 색감은 가득히, 부피감도 풍부히 표현된 그림 속에 넉넉한 행복이 숨어있다.


둘째 : 흥겨운 남미 문화 구경. 그의 그림은 직감적이고 화려한 원색이 많이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정열의 컬러인 빨간색이 종종 보이는데 이것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그림들이 바로 남미의 스포츠인 투우와 서커스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다. 역동적이고 경쾌한 움직임을 보이는 ‘보테로족’들을 보고 있자면 현장의 리듬감과 묵직함이 전달되어 절로 흥겹다. 포동포동한 인물들이 주로 등장함에도 오히려 동적으로 보이는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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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난도 보테로<곡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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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난도 보테로<마타도르>

 

 


 

 

전수연컬쳐리스트.jpg

 

 

[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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