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염병을 대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 - 스켑틱 Skeptic Vol.21 [도서]

SKEPTIC Vol.21
글 입력 2020.03.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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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역을 원천 봉쇄하고, 외국인의 출입을 막고, 저마다 빗장 걸기 바쁜 요즘. 공포와 걱정에 떨던 2월과 3월이 지나고 이제 4월. 달이 바뀌어도 상황이 잠잠해질 기미는 눈코만치도 보이질 않으나, 우리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이 면밀한 관찰을 스켑틱 vol. 21이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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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스켑틱>은?



'스켑틱'이라는 영어 단어 그대로 회의주의를 근간에 둔 스켑틱 협회에서 발간하는 과학 잡지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표현이겠다. 어떤 사실이나 현상, 주장에 대해 과학의 관점으로 검증한다.


과학이라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뼛속까지 문과인 내가 읽기에도 괜찮았으니. 물론 과학적 현상을 아주 깊이 파고들어 작동 원리를 설명한 부분은 '음, 글씨구나'하고 넘어가긴 했다. 그래도 큰 틀은 안다. 이것이면 스켑틱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충분하다.


어떤 목적으로 출간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담는지 감이 잡혔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19 사태에 마주한 우리의 현 위치를 생각해 보자. 지금처럼 공포와 두려움에 떨다가 불만을 터뜨리는 게 우리가 할 일의 전부일까? 전염병이 또 생기면 몇 년 주기로 열리는 끔찍한 행사처럼 강제로 참여해야 할까? 함께 고민해 보자.

 

 

 

전염병의 근원, 박쥐?


 

코로나19는 기사나 뉴스에서 말했듯이 사스, 메르스, 감기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신종 바이러스이다. 그런데 광견병을 비롯하여 21세기에 창궐한 사스,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가 모두 한 포유류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바로 이번 코로나19의 근원이라고 추측하는 박쥐이다.


놀랍게도 박쥐는 137종 이상 바이러스를 가졌으며,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는 61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바이러스의 숙주로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인간이라면 거기에 해당하는 바이러스 하나둘만 가지고 있어도 치명적이다.


차이는 면역계에서 발생한다. 박쥐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면역계를 가지고 있다. 이 면역계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잡지에서 소개한 몇 가설을 말해보겠다.


우선 박쥐의 특성을 보자. 박쥐는 지속적인 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비행하면 체온이 40도까지 올라간다. 즉, 체온을 40도로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동물인 셈이다. 이처럼 높은 체온과 신진대사율이 면역을 증진하고 바이러스의 증식을 방지한다. 또한, 오랜 비행으로 세포 DNA를 손상할 수 있는 '라디칼산소'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항바이러스 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비행으로 인해 생기는 차이뿐 아니라 다른 차이도 있다. 보통 숙주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체내에서 '인터페론'이라는 단백질이 발현된다. 인간도 그러하다. 하지만 박쥐는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인터페론을 계속 생성한다. 이렇게 독특한 면역계를 가진 박쥐는 몇백 가지의 바이러스를 체내에 보유하고 있음에도 끄떡없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꽤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인간에게는 치명타를 입히면서 정작 본인은 말짱하다니. 위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억울해할 이유는 없다. 점점 빠른 주기로 우리를 찾아오는 바이러스가 인간의 무자비한 행동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해악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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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수렵·채집하던 석기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자연을 훼손시켜왔다. 전염병과 환경 문제가 대체 무슨 연관인가 싶겠지만, 관련이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더.


인간이 건물을 짓기 위해 자연을 파괴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에서 온갖 시설을 돌리고, '웰빙'이라는 인간의 가치를 위해, 즉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많은 물과 벌목이 필요한 식물도 열심히 재배하고 소비한다. 그리고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라며 SNS에 자랑하는 것으로 정점을 찍는다. 지구온난화, 대기 오염, 수질 오염 등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쟁취하기 위해 마음껏 자연을 훼손한다.


부수고 파괴한 끝에 야생동물의 터전이 줄어든다. 살기 어려워진 동물들은 종종 인간의 일상에 튀어나온다. 멧돼지나 곰이 갑자기 출현했다는 뉴스를 몇 번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동물에게 마취총을 쏜다. 해는 누가 끼치고 있었을까? 야생동물이 인간의 영역에 들어옴과 동시에 인간끼리의 교류 또한 깊어간다.


혼자서, 혹은 소수 인원으로 자급자족하던 머나먼 시대를 지나 몇백, 몇천, 몇십만 명까지 함께하는 공간이 생겼다.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세상이 '발전'하고, 삶의 형태가 달라지고, 인간의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전 세계의 인간은 서로 더 가까이 지낼 것이다. 이 말은 곧 전염병은 또 찾아온다는 의미다. 우리가 벌벌 떨며 몸을 사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인가?




또 찾아올 전염병



코로나19와의 사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 전염병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을 대비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염병이 수그러들고 상황이 안정되면 어느 누가 다음을 생각하겠는가? 그때야말로 현재에 집중할 것이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즐기자는 마음으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재야말로 생각에 빠지기 적기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와서 모두가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다음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노력쯤으로 생각하지 지금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지 않으리라고 안심하고 있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잘못된 생각이다. 2015년의 메르스에 이어 겨우 4~5년 만에 어마어마한 전염병이 창궐했다. 이 주기라면 올림픽이나 대선처럼 길지만 짧은 시간 내로 새로운 병이 생긴다.


지금 전염병이 끝나길 바라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일까? 그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 파괴하던 산림을, 우리를 위해 보호해야 한다. 개인의 자세가 중요하지만, 소수의 문제의식과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사회, 국가, 전 세계의 주도하에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적어도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생긴 사람이 생길 것이고,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을 점점 넓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면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끝으로,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스켑틱 잡지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코로나19를 제외한 목차를 읊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흥미로운 제목만큼이나 재밌는 사실을 잡지를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으로 본 영화 속 성별 편향

▶ 우리 안에 천사와 악마는 없다

▶ 종교는 어떻게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가

▶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합리적 천사에게

▶ 실험실의 탄생과 과학 지식의 성격

▶ 물리학자 김상욱이 본 의식과 정보

▶ 신은 악과 공존 가능한가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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