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 도서 '총보다 강한 실'

총보다 강하게, 균보다 끈질기게, 쇠보다 오래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 온 실의 이야기
글 입력 2020.03.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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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흔히 의식주로 꼽는다. ‘의’에 해당하는 실로 만들어진 역사가 총과 칼에 비해 덜 조명 받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도서인 ‘총, 균, 쇠’ 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제목을 선정한 것이 흥미롭다.


책의 원제는 ‘The Golden Thread, How Fabric Changed History’이다.  총, 균, 쇠가 주류의 역사이자 힘의 역사라면, ‘실’의 역사는 총보다 강하게, 균보다 끈질기게, 쇠보다 오래,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 온 보다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동굴 속의 섬유 이야기부터 미라, 고대 중국의 비단, 실크로드, 바이킹, 중세 잉글랜드, 솔로몬, 에베레스트와 남극, 공장, 우주여행, 스포츠용 직물 이야기까지 실이 거쳐간 역사의 흔적을 상세히 펼쳐낸다.

 


 

고대부터 실과 옷감을 만드는 일은 여성들의 일이었다.




직물 생산을 여자들의 일로 바라보던 사회에서는 남자들이 옷감 짜는 일에 관여하면 불운이 찾아온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남자들은 직물 생산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인 직물은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곤 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여성의 기여를 불공정하게 평가했으며 여성이 발명한 기술은 딱 한가지 실을 엮어 옷감을 짜는 기술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들이 옷감 짜는 기술을 연마한 이유가 잠재의식 속에 있는 수치심과 “성기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러한 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였기에 더 실로 만들어진 역사가 대두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죽은 사람의 옷 : 이집트 미라를 감싸고 벗긴 이야기


 


미라는 “아주 치밀하면서도 탄력성 좋은 리넨”으로 만들어진 붕대 모양 천으로 “대단히 솜씨 좋게 감겨 놓았다.” 그리고 “오늘날 가장 손재주 좋은 외과 의사가 따라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정확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여름 의복에 많이 사용되는 옷감인 리넨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를 떠올려 보면 단순히 생각나는 것은 피라미드, 파라오, 전쟁, 미라 등이다. 그 중 미라는 사진으로도 많이 접했고 영화나 대중매체에서도 종종 나오는 소재이기에 낯설지 않았는데 그 미라의 재료인 리넨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흥미로웠다. 리넨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 리넨으로 채워진 심장, 기름으로 만든 양초등 부제목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공장의 노동자들 : 레이온의 어두운 과거


 


우리가 날마다 입고 사용하는 직물을 만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지금까지 공장 노동자들 중에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쓰거나 기사로 기고한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장의 노동자들에서는 파리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강제 노역을 하게 된 아녜스의 기록을 통해 공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합성섬유의 빛나고 놀라운 발전과 직물 노동자들의 고통을 차갑게 대비한다.



당시의 아녜스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곧 알게되었다. 자유로운 노동자들은 날마다 조금씩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후에 관리자들이 방적실에서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여자들뿐이었다. 아녜스처럼 강제 노역을 하는 여자들.



패스트 패션, 그 오래된 문제들. 인간이 생산하는 직물 대부분이 생산된 지 몇 주 또는 몇 달 만에 소비되고 버려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합성 섬유가 발명된 덕분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다. 패스트 패션에 관한 내용을 읽은 후 환경 문제도 심각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처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3000명의 여성들이 일하던 공장이 무너져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사건이 있었다. 해당 공장의 모습을 보면 무너지는 일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바로 몇 년전인 2015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구조된 생존자들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다시 의류 공장으로 가서 일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느 곳에서는 목숨을 위협받으며 패션의 유행에 발맞추기 위해 제대로된 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미친듯이 일만 하는 노동자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나도 생각없이 패스트 패션을 소비했으며, 또 지금도 소비하고 있기에 마음이 무겁다.

 

 

 

더 튼튼하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 신기록을 세운 스포츠용 직물


 

고대 올림픽의 경기들은 알몸 경기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도 부도덕함을 인지하고 점점 바뀌었다. 1908년 올림픽 규정은 “모든 선수는 어깨부터 무릎까지 덮는 옷을 착용해야 한다.” 였으며 이 규정은 현재 대다수의 스포츠 종목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몸을 덮는 범위와 별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여자 선수들의 복장은 다른 문제였다.

 


1896년 올림픽은 여성에게 참가 자격 자체를 주지 않았고, 여성들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후부터는 많은 옷을 입어야했다. 1900년 파리에서 테니스 경기 금메달을 딴 영국 선수는 몸에 딱 붙는 발목 길이 스커트에 단추가 목까지 올라오고 소매는 손목까지 내려오는 블라우스, 코르셋, 굽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경기를 했다.


 

스포츠 브라, 여성의 운동,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가슴이 눈에 띄는 것에 대한 저항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984년 조앤 베노이트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여자 마라톤에서 우승을 거둔 순간, 그녀의 상의가 젖혀져 단순한 흰색 브라 끈이 드러났다.


언론은 그 장면을 포착해서 내보냈고 수많은 사람이 분개했다. 1996년~2012년까지 여성 선수들은 비치발리볼에서 측면 폭이 최대 6센티미터인 비키니 수영복을 올림픽 공식 복장으로 입어야만 했다. 그에 반해 남자 선수들은 반바지와 탱크톱을 입고 경기를 하였다.

 

운동능력으로만 공정하게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올림픽에서 선수의 옷차림 심지어는 코치의 옷차림과 태도까지 검열했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지금도 내가 알지 못하는 종목에서는 이런 식으로 선수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지 못하게 하는 의상이 있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복장에 대한 개개인의 선택권이 편법으로 기록을 올리지 않는 선에서 커지기를 바랄뿐이다.

 

*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역사적 흐름에 녹아있는 직물의 변천사에 관한 내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성주의를 다룬 역사책이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다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나 구절이 여성 차별의 역사가 드러난 부분들이었다.


그 외에도 인류의 시작, 산업의 발전, 불평등과 착취등 실을 통해 역사를 순서대로 이야기해 탐독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역사를 알고 세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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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지은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옮긴이: 안진이

분  야: 역사 > 세계사

판  형: 145*220

쪽  수: 440쪽

제  본: 무선

정  가: 17,800원 

ISBN: 979-11-5581-258-7 (03900)

발행일: 2020년 2월 10일

펴낸곳: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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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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