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뚜렷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글 입력 2020.03.2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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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는 와중이다. 코로나19의 끊임없는 확산,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성착취 범죄, 나라 안팎으로 힘들다는 경제 상황들. 힘들고 팍팍한 현실이 계속되면 정신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또한 분노하는 것에 무뎌지고 생각하기를 거부하게 되는 현상들이 잦아진다.

 

그렇지만, 사람은 결국 사고하는 동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아에 대한 성찰, 탐구, 실현을 뒷전으로 하고 기름진 현실만 좇는 가치판단의 시대가 계속된다면 결국 인간성이라는 개념의 완전한 상실만이 남을 것이다. 생각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남겨온 유산이다. 흔들릴수록 뚜렷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일상적으로 해오던 글쓰기에 있어 새롭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최근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당장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은 쌓여있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를 감당하려니 두렵기까지 했다. 생각하기를 덮어두고 눈앞의 급한 것들만 해치우다 보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현저하게 줄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글쓰기는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어릴적 부터 함께 해 온 일상이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부터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글의 완성도가 차츰 떨어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추상적이고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활자로 표현하는 데에도 스스로 버벅거림을 느꼈다.

 

문제점 해결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도 표현하고 느끼는 데 있어 흐릿한 인간이 되겠구나라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각종 서적과 콘텐츠들을 뒤졌고 결론적으로 이 책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을 통해 나의 글쓰기를 점검하기로 결심했다.

 

첫장과 머릿말을 살펴보며 나의 선택은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지만 동시에 글쓰기와 관련한 철학적, 인문학적 물음과 담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다시말해, 글쓰기의 본질과 기술, 내면과 외면 모두를 유기적으로 설명하는 책이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이 책의 저자이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에서 강연을 했던 서울대 박주용 교수님의 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은 첫 장부터 역사 깊은 글쓰기의 가치를 차근차근 짚어내며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자각하게 한다. 단순히 글쓰기의 기계적 스킬을 바로 언급하기보다는 굉장히 다양한 측면에서의 논리적인 근거를 들며 글쓰기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덧붙여 책의 초반부터 흥미로웠던 점은, 때로는 지적으로, 그리고 꽤나 로맨틱하게 설명한다. 다음과 같은 로맨틱한 예시가 인상 깊었다.

 


“우리가 배우려는 글쓰기가 앞선 연구나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주장을 펼치는 활동이라면, 그 글의 구조는 제럴드 그래프와 캐시버킨스타인의 책 제목처럼 ‘그들의 주장/나의 주장’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이런 도식의 한 예는 미국의 배우 겸 가수 벳미들러가 부른 <장미>의 노랫말에서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사랑을 부드러운 갈대가 완전히 잠기는 강물에 혹자는 영혼이 피 흘리게 하는 면도날에 비유하며, 또 다른 이는 끝이 없고 강렬한 욕구인 배고픔으로 표현하죠. 저는 사랑이란 꽃이고, 당신만이 그 꽃의 유일한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미>의 노랫말 중에서

 

 

글쓰기의 기본인 ‘다양한 선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자신만의 주장을 도출하기’를 이렇게 낭만적으로 설명할 수 있구나 싶었다. 덧붙여 역사적으로, 전 세계의 사회적 현상으로, 혹은 문학적으로 글쓰기와 관련한 사례를 가져와 언급하는데 본격적인 글쓰기 공부에 앞서 이 책이 그 자체로써 논리적인 글의 구성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더 신뢰를 갖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단순 암기로 독창적이고도 학문적인 사고에서 멀어져 가는 현실의 이들을 위한 저자의 마음이 가슴깊이 와 닿았다. 그래서일까 서론에서는 글쓰기의 필요성, 유래, 가치에 대해 단단하고도 넓은 층위를 쌓듯 언급한다.

 

앞서 이 책이 글쓰기의 내, 외면을 유려하게 연결한다고 했었는데 이 단단한 서론의 구성이 그렇게 느낀 첫 번째 이유였다. 또한 외면, 즉 기술적인 측면에서 설명도 뻔하지 않고 단단하며, 실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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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처럼 매 소단원이 끝나면 마치 교과서의 학습 점검 문제처럼 ‘글쓰기 트레이닝’이라는 점검 단계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글쓰기에 대한 설명이 주제별로 나눠져 있고 매 주제별로 실질적인 체크를 해볼 수 있어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괜찮은 구성이라 느꼈다.

 

*


특히나 내가 가장 글을 쓰며 힘들었던 지점은, 주로 논술문 위주의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자유로운 일기, 느낀 점, 혹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등 위주의 글을 구성할 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논술과 같이 무언가 지식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나의 주장을 제시할 때 늘 어려움을 느끼곤 했다. 해당 주제와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다기엔 나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실 배경을 파악하곤 했다. 다만, 그게 다였다.

 

수많은 지식을 아는데 그치는 것. 그 지식을 재활용하여 나만의 주장을 내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뭐? 여기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라는 지점에서 사고가 늘 멈췄다. 그러다 보니 탄탄한 근거는 당연히 제시할 수 없었다. 결국 지극히 인지적인, 느낌과 생각을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다였다. 그렇다면 설득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글의 전체적인 질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은 책에서 지적한 현 한국 대학생들의 문제점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개인만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라고도 언급한다. 대략 10년 이상의 교육과정이 단순 암기와 객관식 문제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라고도 덧붙인다.

 

다만 그러한 문제점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이전부터 꽤 오래 존재했다. 그러나, 손바닥 뒤집듯이 교육체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냥 교육과정의 탓을 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여러 시도를 하는 것이 옳다.

 

이 책과 같은 (논술문과 같은) 글쓰기의 전체적인 틀과 기술을 공부하는 것도 좋고 많은 양의 주장문을 읽어보며 분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의 생각과 존재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니 말이다.

 

어찌 됐든, 이 책은 이렇게 근거와 주장을 제시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혼란스러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설명한다. 다양한 예시문들을 통해 요약하는 연습을 먼저 하게끔 한다. 이후 주장에 대한 분석, 비판적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 염두 해야 할 주장의 오류들, 등등 매우 실용적이고도 직관적 이해가 가능한 팁들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


갈수록 혼란스럽고 복잡한 사회문제들이 많아진다고 느낀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어려운 현시대에서 나의 가치관과 시점을 어떤 식으로 분명하게 만들어야 할지는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의 고민일 것이다. 확실한 점은, 이를 위해 글쓰기를 탐구하는 과정은 꽤 힘들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끝이 없지만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이 글쓰기는 인류의 위대한 산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케 해주는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개개인의 가치가 흐릿해지고 물질적인 것들이 마냥 찬양받는 사회가 자꾸만 나를 갉아먹는 것 같아도, 생각하는 행위를 끊임없이 하는 이라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글쓰기에 대해 남긴 명언을 함께 남긴다.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생각은어떻게글이되는가-입체.jpg

 

 

[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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