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러스트, 작가의 상상과 우리의 상상이 결합된 현실 세계를 보여주다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글 입력 2020.03.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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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인한 공감으로 현실을 보여주는 예술, 일러스트


 

“보도 사진이야 말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어.”


어느 날 한 친구가 전쟁을 다룬 기사에서 유혈 가득한 사진을 보고 한 말이다. 난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가장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과연 이렇게 사진, 뉴스, 다큐멘터리, 이것들만이 최선의 방법일까?

 

난 오히려 그림, 영화, 소설과 같이 허구의 서사구조가 들어간 것들이야 말로 가장 현실적으로 세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진이나 뉴스도 때로는 서사구조가 있기도 하다. 가상의 인물이 나오는 내러티브 기사나 극적요소가 있는 다큐멘터리가 그 예시다. 그러나 여기서는 ‘허구’와 ‘상상’는 사실을 재미나게 표현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사와 다큐을 보면서 상상력을 펼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적으로 상상하면 내용에 온전히 공감을 할 수 없다. 결국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며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사망자 수로 설명하는 뉴스보다 전쟁 통에서 고통 받는 한 개인의 서사가 보이는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허구의 서사는 우리 가슴을 울리며 전쟁의 추악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장르이다.

 

허구의 서사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에 빠져보고 싶으면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76명 작가의 작품 300여점에는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상상의 이야기로 그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른들에게 잊고 있던 따뜻한 현실을, 어린이들에게 앞으로 알게 될 어두운 세상을 알려준다.

 


 

기발한 상상력의 동물 의인화로 우리의 현실을 알려주다


 

한국 작가 김슬기의 <모모와 토토>는 동물들을 의인화한 작품이다. 적극적인 원숭이 모모와 소극적인 토끼 토토에 대한 이야기다. 노란색 세상에서 사는 모모는 토토에게 노란색 모자를 씌워준다. 노란색 개나리꽃, 노란색 풍선, 노란색 풍선을 계속 토토에게 선물한다. 토토는 얼떨결에 노란색으로 물들게 되면서 자신의 색을 잃어가게 된다.


어느 날, 토토가 자신만의 주황색 쪽지를 남기고 모모 곁을 떠나게 된다. 모모는 토토가 왜 떠났을까 고민하고 동물들에게 수소문해서 토토를 찾아낸다. 모모는 토토가 가장 좋아하는 주황색 꽃을 선물하면서 다시 두 친구는 서로를 이해하고 단짝 친구가 된다. 각 물마다 고유의 색이 있다. 우리도 모모처럼 자신의 색깔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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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확고해진 가치관이 옳은 것이라고 여겨지게 된다. 그러다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 가치관을 심어주려는 습관이 생기며, 이를 받아주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되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선을 긋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색깔이 있다. 잊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주면서 반성하게 도와주는 작품이다. 이렇게 동화 같은 따뜻한 그림으로 의인화 된 동물들의 그림으로 우리의 모습을 떠올라보니, 부끄러워지면서 현실 직시를 하게 된다.

 


 

작가가 떠오르는 전쟁을 어두운 색으로 그림으로써 전쟁의 현실을 알려주다



포르투갈 출신 작가 안드레 레트리아(André Letria)는 연필, 흑연 그리고 먹물로 전쟁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품을 남겼다. 적군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가하는 군인과 군용차, 커다란 지도 앞에서 작전을 고심하고 있는 한 군인.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쟁>이라는 일러스트 작품 4점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전쟁 보도 사진을 봤을 때와 다르게 가슴이 싸해졌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약자와 쓰러지는 나무들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일러스트는 우리에게 감각을 다시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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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과제를 풀어보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타이완 작가 위 쟝(Yu Jiang)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 우리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을 묘사하는 작품 <태어나다Be Born>을 남겼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모습을 우주 비행하는 신생아로 상상해냈으며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탐색한다고 설명되어있다. 위에서부터 작품 제목이 ‘나는 누구에요?’, ‘“내가 누군지 아니?” 고래에게 물었어요’, ‘우리는 모두 기다려요. 이름이 정해지기까지’이다.


 

[크기변환]태어나다.jpg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리는 죽어서 어떻게 되는가? 삶의 근본을 묻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러한 질문은 국가,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며 궁금해 하는 공통 물음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동일한 과제가 부여 받은 셈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우리는 혼자 와서 결국 혼자 떠나게 되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인간관계의 소외감을 괴물로 상상하여 진짜 현실을 직시하다


 

베네수엘라 출신 작가 샌드로우 배시(Sandro Bassi)는 지하철에서 모두 핸드폰만 하는 사람들을 얼굴 없는 괴상망측한 외계 생명체로 상상했다. 그것도 색감이 없는 연필로만 말이다. 그의 작품 <외계 국가Alien Nation>을 보면 핸드폰을 하면서 서로 무관심한 모습, 사람 사이의 이질감을 표현하였다. 작가 상상 속의 생명체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이처럼 우리의 실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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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통해 공감을 해야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화가, 감독, 소설가 상상 속에서 표현해내는 허구의 이야기의 경우, 감상자로 하여금 또 다른 상상을 낳게 한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앞으로 벌어질 전개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하게 되며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은 화가의 작품 의도를 상상해가며 공감을 한다. 개개인에게는 그 이야기를 각자의 삶과 연결시켜 ‘현실적인’ 개인의 작품이 되어버린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의 76명의 작가의 76가지의 상상과 이야기 속의 세계로 떠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한번 가보자. 온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못가는 이들에게 여행보다 더 환상적이고 뜻 깊은 여정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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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 BOLOGNA ILLUSTRATORS EXHIBITION 2019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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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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