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해빙(The Having). P와 P의 P 사이에서. [도서]

글 입력 2020.03.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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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 할 사람을 찾아내기는 꽤 어려울지 모른다. 보통은 누가 부자가 되기 싫다 하겠냐며 운을 띄우겠지만 내가 아직 만난 적이 없을 뿐 세상에 부자로서의 삶을 원치 않는 아무개가 얼마나 많을 지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지식이 없기에 나는 그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표현을 빌려 둘 사이의 중립을 간신히 유지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Having 신호등이 섣부른 표현에 적신호를 울렸기 때문이다.

 

 


I Have 이다



일반적인 자기 계발 서적이나 자서전 같은 부류의 책과 달리 갑자기 소설처럼 이어지는 전개에 적잖이 당황했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풀어지는 문체 덕분에 보다 편하게 읽었다. 아주 약간의 오글거림이 섞인 주변 사람의 대화를 들키지 않고 엿듣는 그런 상황인 것처럼 책 속으로 흘러들었다.

 


"Having은 돈을 쓰는 이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에요.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셨지요? 여러 답이 있겠지만 부자가 되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이것이에요."


묻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물건을 사면 돈이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사고 싶은 것을 참아야만 나에게 돈이 남아 있을 것 같은데…. 쓰면서 동시에 '있다'는 걸 느끼라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라는 말처럼 들렸다.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서윤이 부드럽게 일러주었다.


"자, 홍 기자님이 한 달에 10만 달러씩 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오늘 다시 이 휴대전화를 산다고 해보죠. 이번에도 같은 기분일까요?"


눈을 감고 통장에 거액이 찍히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그 즉시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잠시 후 휴대전화를 다시 봤을 때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느낌이 180도로 달라진 것이다! 비싸게만 보이던 그 전화기가 이제는 만만하게 느껴졌다.


'이건 뭐, 전혀 부담이 안 되네. 기분 좋게 사도 되겠어. 돈이 충분한데 뭐 어때?' 여기까지 생각하고 빠르게 대답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Having의 느낌이 이런 걸까요?"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해보세요."


_47쪽



있음을 느끼면 된다는 말에 처음에는 머리가 띵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 싶었다. 책 중반을 넘어갈 때 까지도 나는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내가 이런 것을 살 수 있음에 기뻐하기만 했는데 이렇게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 작위적인 의미부여가 너무 심하다 싶었다.


Having과 낭비는 다르다는 말을 눈으로 듣고 나서야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났다. 이 모든 생각이 나의 고정관념이었고 진정한 Having을 눈 앞에 두고서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할 뿐 낚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자들은 돈이 많으니까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내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지금의 나와 그 수도 없이 많은 부자들은 자본의 잣대가 다름을 간과했다. 황새가 뱁새 따라 하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내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나는 아직 뱁새임을 다시 한번 인식했다.


그다음 날부터 아마 바로 이 Having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행동을 실천했다. 3,000원짜리 쓰레기통 하나를 사면서도 내가 돈이 있기 때문에 이 쓰레기통을 살 수 있구나 했다. 집에 돌아와 밋밋한 쓰레기통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돈이 있기 때문에 이 펜을 살 수 있었구나 했다. 예쁘게 꾸민 쓰레기통을 방에 두니 인테리어 효과가 탁월해 뿌듯했다.


고작 3,000원에서 이런 3,000원으로 가치가 달라졌다. 3,000원에 대한 나만의 주관적 원화가치가 폭등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은 부자에 가까워졌다. 저자가 말 한 부자는 이런 주관적인 부자는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나는 무언가에 있어 부자가 됐고 이 부의 에너지는 실질적 부자로 가는 길을 조금이나마 밝혀 줄 것이다. 다만, 쓰레기통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I Have 여왔다



있음을 느끼는 것은 생각해보면 일상 속에서 언제나 옆에 있던 것이었고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들어왔던 것이었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욕심을 내지 말라던지.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던지. 결국은 지금 나에게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 가치를 보라는 Having과 일맥상통하는 말들이었다. 주식에서도 추격매수 따위를 하지 말라며 몇십 권의 주식 관련 책들이 소리치며 강조한다. 남이 가지고 있고, 남이 가지려 하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정보와 자산에 집중하라는 말과 같으니 이 또한 Having이다.



그녀가 컵을 좌우로 흔들더니 움직임을 멈추고 내 눈을 응시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 컵이 우리에게 있는 부의 그릇, 물은 돈이라고 생각해보죠. 이 컵이 마구 흔들리면 어떻게 될까요?"


"물이 흔들려서 밖으로 나오겠지요?"


"마음의 그릇도 마찬가지예요. 물컵이 갈팡질팡 흔들리는데 재물이 온전히 담겨 있을 리 없죠. 마음이 편안할 때 그 안의 물도 차분하게 머무르는 법이에요. 제가 만난 수많은 부자들은 대부분 돈에 대해 편안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부자여서 마음이 편안한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안한 마음이 그들을 부자로 이끌었죠."


_186쪽


 

월급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는 게 요즘 우리 세대의 밈(meme)이다. 통장은 텅장이라는 비슷한 부류가 하나 더 있다. 틈만 나면 통장 잔액을 보면서 오늘 이만큼이나 썼네, 잔액이 벌써 이거밖에 안 남았네 따위의 아무 쓸모도 소용도 없는 푸념만 늘어놓고 그렇게 언젠가는 잔고가 0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채워 넣으며 지금의 내가 가진 것을 덮어버리기 바쁘니 언제나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흔들려대니 무언가가 온전하게 담겨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Having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부로 이끌어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의 말마따나 양자물리학이라는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게 진정한 세상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세상은 상자이고 부가 고양이라면 그저 바라보는 것 말고는 그 속을 제대로 파해 칠 수가 없으니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불안보다는 평안이, 부정보다는 긍정이 보다 나은 것을 가져오리라는 것이다. 간혹 이런 말을 내뱉을 때면 너무 낙천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가 있는데 부정과 냉정은 같은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은, 읽고 있는, 혹은 읽을 이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 Having이라는 에너지가 부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실천으로 옮겨 볼 가치는 있다는 것이다. 그저 마음을 조금 다르게 먹었을 뿐인데도 오늘의 하루는 나에게 이전과는 다른 날이었고 그렇게 보다 풍요로웠다.


풍요에서 여유가 나오니 나는 보다 신중하고 세심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고 Having의 스위치를 켜고 그 빛으로 밝혀진 세상에서 부로 나아가는 길을 흐릿하게나마 발견한지도 모르겠다. Have가 P에서 P에만 머무를지 아니면 P를 하나 더 가져와 P.P가 될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으니 나는 또 하나의 P를 가져오고자 한다.


 

더해빙 입체 책사진2.jpg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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