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잔상] 늘 행복하고 싶은 나에게

그 세상을 예쁜 말로 포장할 수가 없었다
글 입력 2020.03.14 14:4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하늘그림.jpg

illust by lovehenz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행복론, 최영미>


*


반어적인 표현으로 이해하고 읽으면 더욱 공감이 가는 시이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세상, 혼자 눈 가리고 귀 막고 행복한 척하면서 그 세상을 예쁜 말로 포장할 수가 없었다.


아직 많이 기울어져있는 사회에서  스스로 실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하지만 그것마저 포기라고 생각하는 용기 없는 나에게, 머리로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힘들어하는 나에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나에게, 늘 행복하고 싶은 나에게 선물하는 글이다.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아름답게 저물고 있는 저녁 노을을 그리며.

 


[황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