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잔상] 늘 행복하고 싶은 나에게
그 세상을 예쁜 말로 포장할 수가 없었다
글 입력 2020.03.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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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lovehenz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행복론, 최영미>
*
반어적인 표현으로 이해하고 읽으면 더욱 공감이 가는 시이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세상, 혼자 눈 가리고 귀 막고 행복한 척하면서 그 세상을 예쁜 말로 포장할 수가 없었다.
아직 많이 기울어져있는 사회에서 스스로 실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하지만 그것마저 포기라고 생각하는 용기 없는 나에게, 머리로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힘들어하는 나에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나에게, 늘 행복하고 싶은 나에게 선물하는 글이다.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아름답게 저물고 있는 저녁 노을을 그리며.
[황현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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