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괴물은 스스로 괴물이 된 적이 없다. [영화]

타의로 얻은 능력이 축복이 될 수 없는 이유.
글 입력 2020.03.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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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서 종횡무진 하고 있는 배우, 김다미가 처음 주목 받기 시작했던 영화가 있다. 김다미가 귀여운 얼굴로 냉철하고 섬뜩한 이중적인 매력을 보여주였던 영화 <마녀>의 이야기 속 진짜 괴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영화 마녀 (2).jpg

 

 


괴물은 스스로 괴물이 된 적이 없다.


 

영화에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단골 소재, 괴물. 한낱 인간들은 늦게나마 힘을 합쳐 괴물에 대항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괴물이자 마녀라고 불리는 소녀, 구자윤은괴물같이 이상하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함부로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그녀는 곧 어두운 무리들의 제거 대상이자 포획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녀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부산행의 '좀비' 그리고 이 '마녀'의 공통점은 사람이 만들어 낸 전에 없던 새로운 결정체라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알 수 없는 괴물들이 만들어진 원인은 항상 인간의 욕망이었고, 또 결과를 간과한 무책임함이었다. 통제된 공간에 아이들을 가두고 실험을 감행한 어른들은 통제할 수 없는 능력치를 가진 인간을 만들어내었고, 머지않아 자신들이 잡아먹히고 만다.


괴물만이 괴물을 태어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괴물은 스스로 괴물이고자 한 적이 없으며, 새로운 생명체를 괴물이라 칭한 것도 결국 인간이다. 즉, 괴물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종착점이자 최대의 피해자인 셈이다.



영화 마녀3.jpeg

 

 


또한, 우리는 여러 손길에 의해 비로소 사람이 된다.


 

소녀 구자윤이 마녀가 된 것은 무시무시한 능력 때문이 아닌 그에 버금가는 무자비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그런 그녀의 위험한 욕망을 가려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구자윤을 키운 시골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도 10년 넘게 온 마음을 다해 구자윤을 키운 노부부, 누구보다 그녀를 구자윤이라는 사람 자체로 대해준 친구 명희는 그녀에게 지키고 싶은 일상을 만들어 주었다. 구자윤의 신비한 능력, 의미심장한 과거와 알 수 없는 행동들을 보고도 이들은 모른 척 구자윤의 삶을 지켜주었다.


감출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는 구자윤은 주변의 따뜻한 신경과 관심 그리고 적절한 무관심으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보통의 사람일 수 있었다. 우리는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내기 위해 많은 것을 눈감아 준다. 사회의 규범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가끔씩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눈 감아 주어야 하는 지도.

 

 


영화 마녀6 (3).jpg

 

 


생체 실험, 인간에게 영원히 허용되지 않을 영역.


 

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슈퍼파워 소녀라고 하면,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이 떠오른다. 비밀스럽고 불법적인 이 집단들은 부모로부터 강제로 아이를 데려가 세뇌시키고 교육한다. 동의 없는 실험은 목적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평등한 인간의 존엄성의 무게가 기울어진다면 세상은 아노미가 될 것이다.


생체 실험뿐만 아니라 힘과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꾀어 자신의 세상을 주입시키려 하는 모든 행동은 옳지 않다. 흔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만의 중심을 세우도록 도와주고 그 사람의 세상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심하게 자신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또 그대로 주변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의 편협한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망쳐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볼 시기인 것 같다.



영화 마녀5.jpg

 

 


원치 않은 능력은 과연 진짜 능력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의 관점에서 선의를 베풀게 되어있다. 또 머지않아 상대방에게서 어떤 방식으로든 감사함을 표하길 바란다. 그 선한 의지가 상대방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받았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마음대로 생각한다. 이렇게 선의로 포장된 악의들은 사회의 다양한 어두운 거래들의 시작이 된다.


구자윤과 함께 자란 또 다른 아이 귀공자는 구자윤처럼 시설을 벗어나는데 실패하고 검은 집단 소속원으로써 일한다. 시설에서 탈출하여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살기 위해 자신의 폭력성과 복수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구자윤은 결과적으로 귀공자와 크게 다른 방향으로 걷지 못한다. 그 원인은 타인들에 의해 부여된 "원치 않은 능력" 때문.


이 특별하고 이기적인 능력은 구자윤과 다른 아이들에게서 평범함을 빼앗아 갔고, 자신들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애 버렸다. 자발적 의지에 의해 노력으로 얻은 것 외의 능력들은 주변의 탐욕을 부르고 결국엔 의도치 않은 파멸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이것이 받는 선의만큼 주는 선의를 조심해서 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영화 마녀4.jpg

 

 

구자윤이 다른 삶을 향해 함께 발걸음을 내디뎠던 귀공자와 함께 손을 잡았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지 궁금해졌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속에서 구자윤은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결과든 간에 구자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확실하다.


끝없이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영원하고 절대적인 괴물은 없다. 한없이 강한 소녀의 티 없는 마음의 새싹이 자라나길 기대하며, 마녀 2를 기다려본다.

 


 

 

[추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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