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손이 그리는 그림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글 입력 2020.03.0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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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책은 보통은 그림책이다. 사물 옆에 그 이름이 쓰여 있는 책부터 재미있는 스토리와 교훈을 주는 책까지 내가 아이일때를 생각해 보아도 그림이 없는 책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책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림 역시 그들의 감수성에 맞고,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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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룡소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그림책은 출판사 '비룡소'의 작품들이다.


환자로 온 여우를 상대로 기지를 발휘해 위험을 탈출하는 생쥐 치과 의사의 이야기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과 등굣길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존의 거짓말로 치부하다 큰코다치는 선생님 이야기인 <지각대장 존>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두 작품은 모두 강자와 약자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힘이 센 육식 동물인 여우와 작은 생쥐, 성인인 선생님과 작은 아이. 우리가 아이일 때는 당연히 작은 생쥐와 아이에게 이입하게 된다. 그리고 약자들이 부조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다.

 

아기 공룡 둘리를 보며 '고길동 캐릭터에 공감하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드소토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며 '역시 전문직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든 나는 어른이 된 것이 분명하다. 어떤 어른도 치과 의사 선생님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지각은 했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존의 말도 지금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되고, '물증을 갖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 안의 동심은 어디로 갔을까?

 

 

 

그림책 만드는 어른들



아이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진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와 같이 가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갖고, 그것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 손을 갖추고, 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 작품을 지식과 교양을 갖춘 성숙한 성인인 양 분석하다 가도 어린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을때가 있다. 아이들의 서툰 그림은 우리 안의 무언가를 건드린다. 자유로움, 순수함과 같은 우리가 ‘동심’이라부르며 묻어두었던 것들 말이다.

 

어른이 되면서 당연히 끊어냈어야 할 ‘동심’은 사실 사회와 현실이라는 얇은 장막으로 한 겹 덮여 있었을 뿐이다. 그림책을 만드는 어른들은 그런 장막을 한 겹 거둔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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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LINA_CELAS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내가 볼로냐 일러스트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입시 미술을 배우고 있을 때였다. 입시 미술에는 일정한 규격이 정해져 있다. 온종일 그런 그림을 훈련하고 있다 보면 자유롭고 틀에 박히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때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림이 바로 볼로냐 일러스트 수상작들이었다. 당시 내가 구매한 '볼로냐 일러스트 선집'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색깔을 듬뿍 드러나는 작가들의 그림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냥 똑같이 그리려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고, 그렇게 그림책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동경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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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ndi Vernic

 

 

이번에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은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재능을 확인하는 동시에 어쩌면 내 안의 동심이 잘 있는지 확인할 기회가 될 것 같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볼로냐 아동 도서전'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2019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 76명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원화작품 300점과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 수상도서 16권을 감상할 수 있다.

 

2018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우승자인 벤디 베르니치Vendi Vernić 의 책과 원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시도 놓치지 말자.


한국 출판사로는 최초로 '보림 출판사'가 2017년 ‘볼로냐아동도서전BCBF_최고의 출판사상’을 수상했다. 1976년 창업 이래 40여 년간 새로운 그림책을 만들어 오고 있는 보림출판사의 세계적인 그림책들도 직접 감상해보자.

 

세계적인 일러스트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우리의 동심이 어디쯤 있는지 안녕을 묻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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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세상을 담는 그림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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