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4개월간의 에디터 활동을 마무리하며 [사람]

에디터로서의 활동이 끝났다.
글 입력 2020.03.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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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오피니언을 작성하며 문득 처음 에디터 지원서를 작성하던 날이 떠올랐다. 지원서를 다운받고 클릭 후 커서를 내리며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기소개란이 항목도 많고 상당히 구체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작성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짝 겁을 먹고 작성하게 된 지원서는 돌이켜 보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에디터 활동이 하고 싶은지, 그리고 앞으로 삶의 방향성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고를 기다렸던 터라 작성 기간은 여유가 있었고 천천히 내 이야기를 담은 지원서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함께 하자는 연락과 함께 에디터 활동이 시작됐다.

 

에디터 활동은 굳이 말하자면 ‘본업’이 아닌 취미활동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단순한 취미로 치부해버릴 만큼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었으며 글을 진정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한 일이었다. 나 또한 이전에 길고 짧은 글들을 써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마감 날에 쫓기던 날도 있었고 오피니언 주제를 정하지 못해 소재거리를 찾기 위해 힘을 썼던 순간도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글 쓰는 일은 생각만으로 되지 않았다. 생각을 글로 옮겨오면서 보여지는  어휘력과 필력도 물론 좋아야 하지만, 결론적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편안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마음이 급하면 일을 그르치는 성격이다. 실수투성이 꼬마아이가 되어버린다. 그래서인지 유독 평정심과 편안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나의 불안함의 대부분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으로부터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바쁘고 정신없는 환경 속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찾아 집중하며 글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에디터 활동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외부의 자극에 스스로 꽤 의연해졌음을 느꼈다. 글이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 셈이다.

 

2년 전 대학원 졸업 논문으로 수백 장의 글을 쓸 때에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생각을 해보면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하는 글들은 나의 경험, 내 생각을 작성하는 일이기 때문에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였지 않았나 싶다.

 

학창시절 교수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그날 집에 돌아와서 블로그를 작성하며 썼던 글을 공유해 본다.

 


2018년이 밝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논문 쓸 때만 사용하던 노트북을 꺼내들고 이번 연도 계획을 하나씩 둘씩 적어봤다.

    

그중 하나가 블로그 다시 시작하기.

 

지난주 남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논문이든 소설이던,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옮겨 적는 행위에서 오는 변화는 다르다고.

  

나는 그 말씀을 생각과 언어, 글로서의 표현 방법은 순차적으로 나아갈수록 그 과정 중에 나만의 언어와 생각이 더 뇌리에 박혀 더욱 단단해지기도 하고 , 새로운 생각이 덧붙여져 다른 방향으로의 의미작용이 생기기도 할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생각과 글의 농도가 더욱 풍부해지고 짙어지게 되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했고, 그중 가장 쉽게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미약한 필력이지만 블로그에서 소소한 일들을 적는 것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 2018.01.02


 

실제로 그랬다. 생각하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글로 옮겨 적는 것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리고 앞서 적은 내용들의 순서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 안을 풍부함으로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바쁜 일상생활 때문에 주로  도서 위주의 문화 초대를 향유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큰 자산이자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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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째 늘 나와 함께하는 독서노트

 

 

나의 글을 공개된 공간에 적는 것이 처음에는 머뭇거려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졌다.. 못난 글도 그 시절 내가 작성한 나의 한 부분이니 지나고 나면 추억일 테니 말이다.

 

좋은 기회를 준 아트인사이트에게 감사드리며 “나 요즘 글 쓰고 있어!”라는 말에 꾸준히 이곳에 들어와 내 글을 읽고 소감을 말해준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4개월간의 에디터 활동이 끝났고 앞으로 컬쳐리스트라는 새로운 직함이 생긴다. 나는 아트인사이트를 포함하여 글 쓰는 일은 계속 할 것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더욱 더 많이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위해. 당신을 위해 글을 써봤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부터여도 좋다.


 

[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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