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았다.

글을 쓰며,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며
글 입력 2020.03.0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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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나가야 할 때면 지금도 다를 바는 없겠지만 나는 매번 같은 버스를 타곤 했었다. 대학 다닐 시절 집에서 학교로 오고 가는 길에 있는 가까우면서도 가장 빠르게 목적지로 도착할 수 있는 버스였기 때문이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 사는 사람이면 모두들 그러했고 그래서인지 버스 안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할 것 없이 매번 사람들로 가득 찼다. 회차지에 도착할 때까지 한 발짝 나가기도 힘든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면 가만히 서 있은 채로 가야 했는데 하루 이틀이 아닌 생활을 반복해야 하는 것은 정말이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생활에 대해서 '작품기고 [일상을 예술으로] 일상의 특별함'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담은 내용을 소재로 글을 기고한 적이 있는데 지금과는 다르지만 나는 일상 속에서 그리 기쁨을 찾지 못했다.



"어제 걸었던 똑같은 거리를 걷고

오늘도 또 같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어쩌면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꽤 반복되는 하루를 마주하며..."

 

 - [일상을 예술으로] 일상의 특별함 중에서


 

내가 탄 버스의 노선은 한강 옆을 지나 서울로 향했다.(오로지 그 길만이 서울로 가는 길이라 다른 버스를 타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한 나무들과 큰 도로를 지나 이곳쯤 왔다는 것은 목적지 중간쯤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들 틈에 껴서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S자 곡선으로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지나는 느낌으로 위치를 알곤 했는데 손잡이를 놓칠세라 나는 더욱 손잡이를 꽉 잡았다. '이 구간만 지나면 곧 도착할 수 있어! 빨리 가라.'라는 주문(?)과 함께.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 이곳을 지날 때면 파란 하늘 아래로 출렁이는 한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 안 공간과 상반되는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답답한 느낌을 떨칠 수 있었다. 이곳을 거쳐 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마저도 녹녹치 않을 때가 대부분이기는 했다. 날씨가 이래저래 안 좋은 날이면 답답하디 답답한 공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뜩 창밖을 보다 갑자기 감수성이라도 차오르는 날이면 잊어버리기에는 아쉬운 것들이 있었기에 글로 적어야지 싶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버스 안에서 휴대폰에 메모를 하며 글을 적곤 했지만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들로 잠시 멈춰두었다. 그렇게 접어두고 한동안 적지 않았던 휴대폰 속 메모장을 나는 다시 열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무엇을 쓸지를 고민하다 보면 때로는 아무런 글을 적지 못한 채 내려야 할 때가 있었다. 그래도 목적지로 도착할 때쯤 뚜렷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글이 완성되어 있는 것을 볼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었다. 무엇보다 버스 안에서의 힘듦(?)을 이겨낼 수 있었다. 창 밖을 바라보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옮겨 적는 건 어느새 버스를 타며 하는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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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도, 몇 년을 지나보아도 변함이 없는 공간이더라도 항상 같진 않다는 것에 대해 글을 적다 보면 나는 그것을 더욱 잘 느끼게 된다. 계절에 따라 그리고 날씨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오면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화하는 잎사귀의 색과 그 길을 따라 흩날리듯 떨어지는 잎사귀들. 겨울에서 봄이 오면 따뜻해진 봄의 햇살과 함께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과 그 향기 또한 내가 머무는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버스 안 사람들의 모습도 버스 밖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미용실을 지나쳐 갈 때면 그 사이로 보이는 머리를 단정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음식점, 약국, 빵 가게 등 여러 상점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언제나 같진 않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제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순간들은 나에게 영감을 주고 글을 쓰는 소재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의 모습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오면서 어떠한 의미를 남겨주었다. 스쳐버릴 수도 있는 일상의 순간에 자그마한 흔적을 남기는 것에 나는 무언가 사명감(?)아닌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을 끝마칠 때까지 꾸준하게 쓴 글을 세어보니 백여 개가 넘었다. 그동안의 쓴 글을 다듬어 나만의 글 공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내 글들이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한동안 놓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내가 쓴 글처럼 나도 어딘가 내가 머물러 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때마침 나는 운이 좋게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고 지원서에 그동안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적어 내려갔다. 다행히도 에디터로 아트인사이트에서 참여하게 되었고 휴대폰 메모장에 그저 적기만 했었던 글들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트인사이트는 나의 공간을 처음으로 만들어 준 곳이게 나에게는 그 의미가 컸다.

 

나는 ‘일상을 예술으로’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저 잔잔한 일상도 관찰해보면 그 속의 특별함이 있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하루마다 쌓여온 글의 흔적들의 남긴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에디터가 되면서 나는 버스에서 글을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실 에디터로서 일종의 책임감 또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하나의 글도 몇 번이고 다시 쓰기도 했고 그렇게 쓴 글도 여러 번의 수정과 탈고 과정을 거쳤다.

 

시간이 꽤 걸릴 때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내가 쓴 글을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세상에는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요새는 버스에서 글을 쓰기도 할 때도 있지만 아트인사이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자주 보곤 한다. 작품기고 이외에도 오피니언이나 문화초대 프리뷰, 리뷰 글들을 살펴보다 보면 같은 주제라도 저마다 다양한 관점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 때론 감탄하면서도 나 또한 더욱 열심히 써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글을 쓰며, 그리고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를 하며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고 또 다른 이들의 오고 가는 글을 통해 소통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글을 쓰는 것도 예술이라고 하지만 아직 내가 쓰는 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가끔은 너무나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분명히 아는 것은 예술은 우리가 사는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며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같은 일상 속에서 나는 오늘도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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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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