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도서]

글 입력 2020.02.2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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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은 말 그대로 대한제국 입헌군주제 시대에 어쩌다보니 호랑 공주가 되어버린 '호랑 학생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을 치르기 까지의 이야기'이다. 멋있는 황제와 뉴클리어 펀치를 가진 천방지축 호랑 공주, 다정한 아빠와, 가까운 친구들이 나온다. 그리고 라이벌인 이상한 중년도 나오고, 꽃돌이 조연과 그의 경호원들도 나온다. 발랄한 청소년 문학이다. 정확히는 영어덜트 young adult 하위 장르인 Coming of age (성인식) 장르이다.

 

첫인상은 '역시 제멋대로 살려면 힘이 있어야 해' 였다. 물론 소설이고 픽션이어서 가능하지만, 실제로도 나대기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한다. 자신 스스로 믿을 구석이 있으면 더 담대해질 수 있으니까. 실제적인 힘 파워든, 자신을 믿는 자존감의 힘이든. 자신을 믿는 힘, 그리고 효능감을 믿는다면 못할 게 뭐가 있겠어. 그래서 더 많이 부러웠다.

 

주인공 호랑공주의 매력만으로 소설을 끌고 나간다. 물론 그 배경도 훌륭하게 잘 어우러져서 깔끔한 소설이지만. 호랑이가 전부 다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건 사실이니까. 시원시원함이 부러웠다. 비현실성이 이 시원함에서 들고. 그래서 다들 좋아하는 걸까? 소설 속 인물들도, 보는 독자들도 주인공의 매력에 빠진다. 이런 인물이 실제로 있을까?

 

내가 부러워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물론 이 친구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겠지만. 원하는 대로 삶을 이끌어가고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두려워하고 움츠러들기 보다는 일단 몸을 던진다. 그래서 항상 부럽고,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남에게 크게 관심 없는 내가 이렇게 주시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큰 매력을 가진 것임이 틀림 없다. 아무리 캐릭터처럼 인생을 개척해서 나간다고 해도 아마 나도 모르는 어려움과 힘듬이 있겠지.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나의 고민을 모르는 것처럼. 어둠이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소설 속 호랑 공주를 제외하고-

 

주인공은 판타지다. 모두가 좋아한다. 소수를 제외하고서는. 그 밝음이 너무 좋다. 실제 세상도 이러면 좋을 텐데. 내가 사는 곳도 소설이라면 내 배경은 어떤 세상일까 궁금해진다. 무채색의 무미 건조한 문장일까, 호랑공주 만큼은 아니어도 다양한 사건이 터지는 이야기일까. 물론 지금은 영화보다 더한 전염병 코로나19가 퍼지는 무서운 현실이지만.

 

내 성인식은 어땠을까? 성년의 날은 매년 5월 셋쨰 월요일로 이번에는 5월 18일이다. 21살이 되는 해 이 날짜에 성년의 날을 축하받는다. 나도 21살 성년의 날에 의례적으로 향수와 꽃다발을 받았지만 신기함과 생소함 뿐 크게 의미가 와닿지는 않았다. 아 물론 이 때부터 스스로를 위해 악세사리나 향수를 사기 시작했었지만, 내 정신은 여전히 학생에 머물러있었다.

 

요즘 결혼도 늦어지고 청년의 기간도 점점 더 늦게까지 길어진다고 하는데. 내게 '성인식'의 느낌이 강한 건 대학 졸업이다. 첫 성인이 되듯, 처음으로 학생을 벗어난 다는 건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학생과 직장인의 차이는 울타리 유무, 연습과 실전의 차이니까.

 

나는 왜 매번 남들에 비해 느린 걸까. 나는 사춘기가 대학생 때 온 것 같은데. 또래 친구들이 하는 고민을 항상 나는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이해했다. 내 세상에 갇혀 살고 있을까. 사실 남들도 속으로는 본인이 어리다고 생각하겠지? 어디서 본 글이 생각난다. 정신 연령은 여전히 어려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아닌척'하는 스킬이 늘어간다고. 그래서 어른으로 보이는 거라고. 그럼 진정한 '성인'은 무엇일까. 데미안에서 나오는 '알에서 깨고 나오는 것'은? 뭐가 되었든지 간에 내 인생도 쾌활하게 격파하고 싶다. 호랑 황제처럼.

 

가볍고 편하게 읽었다. 귀여웠다. 예전이라면 완전히 몰입해서 읽었었을텐데, 거리감을 두고 읽은 건 왜일까. 내 상황이 변해서일까, 이입할 여분이 없어서일까. 마냥 귀여웠다. 내 청춘을 다시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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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트


 

호랑이 굴에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어린 혁명가 ‘호랑’이 궁에 가서도 정신 차릴 수 있을까요? 대한제국 타임라인의 끄트머리를 급습한 파괴적인 공주 ‘호랑’의 우아한 성장기.

 

“권력은 인민에게! 황족은 궁 밖으로! 펑크로 세계정복이다!”

앰프에도 연결되지 않은 기타 독주를 가열하게 선보이는 고등학생 호랑. 공부도 입헌군주제의 모순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 혁명가와도 같은 연주에 그는 영혼을 쏟아붓는다. 열여덟 번째 생일, 호랑은 이 땅에서 뿌리 뽑고 싶은 ‘황족’이라는 신분이 본인을 가리킨다는 것을, 그것도 차기황제라는 커다란 그림자가 본인의 어깨 위로 드리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광된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사랑해야만 할 여러분들 앞에서 소리 높여 선언합니다!”

불량학생이지만 불량인간은 아닌 어린 혁명가 호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넘어,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앞에 두고 어떤 선언을 들려줄 것인가.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권력을 혐오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권력 앞의 엄중한 책임감을 천진한 개성으로 부각한다.

 

 

 

지은이


 

홍지운 | 대표작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SF 작가. 오랫동안 필명 dcdc로 활동해왔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으로 제2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구미베어 살인사건》과 《월간주폭초인전》 등 여러 권의 단편집을 냈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이웃집 슈퍼히어로》, 《냉면》, 《괴이, 도시》 등 다수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실었으며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시리즈’ 중 3편의 장편소설을 작업한 바 있다. 2020년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컨텐츠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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