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도서]

글 입력 2020.02.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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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정적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뜻밖의 인간관계(청각장애인)를 맺게 된 이야기이다. 듣지 못하게 되었기에 비로소 ‘들리게’ 된 조용한 이의 말들은 침묵으로 가득한 나의 일상을 풍요로운 대화로 채워준다. 제약이 때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설정이 재미있는 장이었다. 자연스럽고 익숙한 ‘소리’라는 소재가 없어진 구역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카페에 들어간 ‘나’는 잘됐다며 수화를 배우기 시작한다. 설정 중 놀란 포인트 중 하나는, 주인공이 들어간 카페였다. 당연히 일반 카페인 줄 알았지, 수화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카페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현실을 꼬집는 대사도 나온다.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가 웬 말이냐 하면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없고, 창밖으로 한강도 보이고, 얼마나 좋아요. 요즘에는 방송마다 자막도 달아 주잖아요. 수화는 기대도 안 하지만.”


두 번째로 놀란 포인트는, 소리가 점차 들리기 시작하자, 뉴스의 자막이 사라졌다는 말이었다. 순간적으로 배신감이 드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뉴스의 자막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누구에겐 필요한 것이지만) 없앴다는 현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이 소통하려 수어를 배우는 게 ‘고마운’ 일인가도 의문이 든다는 작품 후기에도 공감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는 이곳, 그들도 내가 겪는 사회와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는 실제 잦은 연착으로 악명 높은 경의중앙선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해당 노선을 이용해 본 독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준 작품이다. 연착되는 전철을 기다리다 못해 역에 속박되어 버린 원념들의 짧고 굵은 하소연, 출퇴근을 포기하고 아예 역에 작업실을 차린 인기 웹툰 작가의 사연이 '웃프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현한다.



속박된 원념들은 묶였다. 왜?

 

‘10분을 기다렸으니 이제 5분이면 열차가 오겠지.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하루를 기다렸으니. 게다가 시간표를 보고 있으면 언젠가 정말 열차가 도착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이곳에 묶이는 거죠. (중략) 미쳤어? 여기서 출근 시간 얼마 안 걸린다는 말하면 큰일 나요! 다들 그거 때문에 이 꼴이 난 사람들인데!


표현과 말이 재미있었던 장이다. ‘언젠가는 올 버스’를 기다렸던 때가 생각났다.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교통편이 좋지 않은 숙소에 뚜벅이 여행을 모토로 한 여행을 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출발 시간만 투박하게 쓰여 있던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15분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보냈지만, 슬슬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버스는 언제 올 것인가’였다.


내기도 했었다. 그 후로 5분이 지났고, 앞으로 8분 안에 오지 않으면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때, 버스가 저 멀리 달려왔다.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우리가 탈 버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친 얼굴로 친구들은 “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버스가 다닌다는 건 언젠간 온다는 뜻 아니냐, 이때까지 기다렸는데 곧 올 수도 있어, 택시 딱 탔는데 버스 오는 거 아냐?”라며 이야기했던 그때. 결국, 발이 묶인 책 속의 영혼들과 다름이 없는 모습 같아서 웃겼다.


경의중앙선을 체험해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몇 분 후 도착”이라고 예상 시간을 써놓는 멋진 IT 국가에서의 망연한 기다림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한 묘사가 ‘속박된 원념’으로 나타나 있음에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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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표제작인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사랑한 9급 공무원 김현의 독특한 시간 여행기이다. 민원인과 동장에게 치이는 평일은 죽느니만 못하다고 여긴 현은 하루하루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길 바라며 잠에 든다. 깨어난 직후, 또다시 금요일을 맞이했음을 깨달았고, 충격과 분노도 잠시, 결국, 금요일만 살게 해주는 프로젝트에 신청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현대인들의 모습을 김현에게 투영한다. 금요일을 어느 누가 싫어하리까. 금요일이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나다. 내가 김현이었고, 나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처음, 줄거리를 보았을 때는, 멘붕이 온 김현이 꿀 같은 금요일을 무한 반복하는 삶에 지쳐, 나머지 평일들이 있을 때가 좋았구나, 금요일이 그래서 더 가치가 있었던 거구나 느끼는 이야기 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의 평일은 ‘옷장을 박살 냈던 것처럼 장민혁 동장의 두개골을 프라이팬으로 박살 내고 싶었다’고 묘사할 정도로 만성 스트레스에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프로젝트 신청으로 평일엔 의식 없이 로봇 같은 모습을 한 자신이, 이 전의 본인의 모습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김현이었다.

 


‘주말을 앞두었다는 그 쾌락은 평일의 고난과 시련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죽고 싶지도 않고 생활 속에 존재 하고도 싶지만, 그 삶을 목도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中 와닿은 문장



달콤한 금요일과 주말을 즐기려, 죽이고 싶도록 끔찍한 월화수목의 생활을 버텨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한 반복하는 삶을 사는 우리 사회인들. 제목처럼 금요일이 있음에 신에게 감사한다. 주말만을 보며 버티어 내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독한 위로주 같은 작품임에 동감한다.


책 속 모든 이야기가 좋았지만,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세 개의 장을 소개했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솔직하고 적나라한, 공감을 자아내는 문장과 표현에, 빨려 들어가듯 본 도서이다. 사실적이면서도 SF적인 엉뚱한 상상이 함께하는 심너울 작가의 도서는, 사회를 말하고, 우리를 말한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웃음을 자아내고 신선, 담백한 문장이 매력인, 작가의 계속되는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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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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