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이끄는 세대의 변화, 90년생이 온다

90년생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여라
글 입력 2020.02.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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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jpg

 

표지의 귀여운 일러스트와 90년생을 대표하는 ‘간단함, 병맛, 솔직함’ 세 단어에 속아 책을 읽게 됐다. 90년생을 겨냥하여 간단하고, 재미있고, 솔직함이 담긴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90년생을 겨냥해야 하는 기업을 위한 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내가 90년생을 이해해야 하는 기업 담당자가 아니라, 책의 주인공인 ‘90년대생’ 이라 읽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읽던 책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런 내가 책을 다시 집어든 이유는 90년대생의 꿈이 9급 공무원이 된 지 오래라는 문장 때문이었다.

 

 

 

90년대생의 꿈이 9급 공무원이 된 이유


 

주위 친구들만 봐도 졸업을 유예하고 공무원 준비를 시작한 친구들이 많다. 연금이라든가, 연공서열 등의 이유는 물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주위에서 다 하니까 한다는 이유도 더러 있다. 각 직업이 가지는 장점도 많을 것이고 각자가 꿈꿔왔던 직업의 모습도 다양할 텐데, 많은 이유를 배제하고 왜 많은 90년생들이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들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로 정의된 것이 아니었다.


일반 기업에 들어간다면 볼 수 있는 꼰대 문화, 워라밸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 신입 사원의 참여도가 낮은 프로젝트 등 다양한 이유가 많았는데, 구조조정의 공포를 겪은 앞선 세대들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매일 불안에 떨며 회사를 다니느니 처음부터 안정된 직장을 택해 인생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공무원과 반대로 90년대생이 회피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의 문제점을 집었다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담당자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90년대생을 이해하고 세대 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 잡고 싶다면



그렇다면 회사를 알아보는 구직자이자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물론, 소비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90년대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처음으로 할 일은 그들을 관찰해야 하고, 관찰을 통해 도달한 결론을 수집하여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마다 요구되는 인재 및 소비자의 특성은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90년대생의 특성을 세 가지로 대표해 90년대생을 맞이할 기업에 공략 방안의 틀을 제공해준다.


90년대생을 대표하는 특성 첫 번째는 ‘간단함’이다.

그들의 주된 언어문화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줄임말을 통해 간단함의 특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90년대생의 줄임말은 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다. 각 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어문화인 줄임말과 은어는 7-80년대생까지만 하더라도 단어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대충 짐작이 가능한 정도였지만, 90년대생의 줄임말은 긴 문장을 세네 글자로 줄여 하나의 단어로 변환하거나 자음 하나만으로 소통을 하는 등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이렇듯 한 세대에서 생각과 느낌을 남과 주고받기 위해 동원하는 언어라는 수단이 간단함의 형태로 보여지는 것을 보면, 그들의 다른 문화에서도 간단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모바일이 주축을 이루는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그들은 F자 읽기, 즉 제목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아래로 갈수록 훑어있는 읽기 형태를 보인다. 하나의 주제를 진득하게 읽고 있는 대신 여러 이슈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외에도 불만이 있을 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전화 상담 대신 채팅 상담을 선호하고, 음식 주문도 클릭 몇 번이면 끝나는 배달 앱 주문을 선호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90년대생의 언어 문화를 그들의 제품에 흡수시켜 90년대생의 흥미를 유발하고, 모바일 채팅 상담 분야를 넓혀 90년대생의 편의와 만족을 이끌었다. 모바일 앱 네이티브 세대의 특성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친 예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병맛’ 즉 ‘재미’다.

90년대생 사이에서 유튜브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재미있다는 이유가 크다.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재미있는 글이 조회 수가 높고, 웃긴 드립으로 무장한 댓글에 대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이런 현상이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데, 지난 세대와 달리 90년대생에게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자아실현의 즐거움이 기본 욕구 단계로 들어왔다고 한다. 드립력 등의 유머로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찾고, 자신의 드립이 타인에게 웃음과 공감을 주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결론만 놓고 봤을 때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글이나 만화도 그냥 재미있기만 하면 인기를 끌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꺼리는 광고나 PPL도 재미있게만 표현해도 반감을 줄이고 관심을 끌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경우 또한 90년대생 사이에서 재미가 문화를 이끄는 거대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90년대생인 나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N포 세대 등의 단어가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재미라도 있어야 살아갈 맛이 나지 않겠냐는 거다. 90년대생의 재미를 추구하는 삶은 그들의 여가시간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회사에서도 재미를 찾고자 한다. 이왕 일하는 거 즐겁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회사에서 재미를 찾는 것을 일하지 않고 노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고, 90년대생들이 말하는 회사에서 찾는 재미의 의미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90년대생들은 회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거나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함으로써 재미를 느낀다. 이것이 그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재미를 찾는 방식인 것이다. 혹 업무로 재미를 찾지 못하더라도, 워라밸이 보장된 회사라면 퇴근 후 취미생활을 가지거나 업무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단순히 웃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재미있게 사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솔직함’이다.

90년대생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채용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들에 신뢰를 잃은 그들이 공무원을 준비하는 또 다른 이유다. 90년대생은 자신의 솔직함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솔직함을 요구하는데, 아직까지 기성세대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내 문화나 소비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장하는 제품의 광고 등에서 솔직함을 바라는 건 쉽지 않다. 이전 신세대들 또한 그들을 대표하는 특성 중 하나가 솔직함이었지만, 기업의 문화나 제품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90년대생 세대는 회사의 프로젝트나 상사의 발언에 신뢰를 잃으면 회사 전체를 향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하고, 제품 광고를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이제 권력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쥐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허위 과장 광고에 속지도, 차별적 가격정책에 무릎 꿇지도 않는다. 그들은 논란이 된 기업의 제품이나 그들의 소비 패턴에 맞지 않는 제품을 대체할 제품을 쉽게 찾아내고, 같은 제품이라면 최저가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는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회사를 찾아다니는 구직자 또한 자신이 면접에서 탈락한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주는 기업에 호감을 느끼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젊은 세대 역시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90년대생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야근을 당연시하고, 보여주기식 업무를 하는 말만 ‘계약서’인 기업의 거짓말을 당연하게 여겼던 지난 세대의 문화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신세대를 통해 이전 세대의 잘못된 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90년생이 온다」가 정의한 세대의 정의와 해석



이렇게 90년대생의 특성이 기업의 문화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편한 길로만 가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쉽게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생각 없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소비 방식을 찾는 것이고, 이전 세대와는 다른 환경 속에 살면서 그들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신세대뿐만 아니라 외국의 세대 문화를 알 수 있었다는 점, 세대 특성을 관통한 외국의 선례와 한국의 기업 문화와 같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고, 그 사실을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하지 말아야 할 악습 등 배울 점이 많았다. 7-80년생 세대와 90년생 세대를 비교하여 세대 간 인과관계를 통해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90년생의 가치관, 추구하는 삶, 소비성향 등이 모두 전 세대의 삶의 방식을 보고 느낀 신세대가 각자의 세대에 맞게 변화시킨 문화라는 점에서 세대 간의 조화가 더욱 더 잘 이뤄져야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제시한 모든 HR 및 마케팅적인 대안은 사실 그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관심이 없이는 무의미하다. (중략) 일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좋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행동의 이면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 90년생이 온다 중에서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내가 90년대생이니까 읽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풀어낸 90년대생을 보면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던 다른 90년대생의 사고방식 등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90년대생인 나도 언젠가 신세대가 아닌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신세대를 이해하기 어려워 세대 갈등을 겪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90년생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신세대를 이해하는 방법을 총체적으로 알려주는 지침서로서 세대 간의 이해가 더 나은 세상을 이끄는 해법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참견이 아닌 참여를 원하는 세대에게 적절한 참여를 통한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기업, 새로운 세대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야말로 신세대를 이끌고,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 될 것이다.

 


[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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