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속의 초상

글 입력 2020.02.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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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by Suhyun



실기실은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일 것이다. 바닥에 휘날리는 흑연가루와 벽에 어설프게 꽂힌 못에 걸려있는 앞치마, 물감 묻은 토시….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이기에 그림으로 남길 대상을 찾는 시선은 늘 밖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3학년을 맞이하는 지금, 수없이 많은 화실과 실기실을 거쳐갔다.


슬프게도, 가장 익숙했던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들은 친구들과 있었던 몇 장의 사진들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그 장소의 생김새가 아니라, 그 당시 나의 기억, 생각, 감정….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가깝고 친숙했던 공간이었으나, 내 머릿속에서 그 공간들은 손에 쥔 모래처럼 흘러내려 사라져 갔다.


이 그림은 내 개인적 공간에 대한 첫 번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을 하며 해가 지던 노을빛을 기억하며, 따뜻하고 포근했던 그날의 감정을 생각하며…. 존 컨스터블의 말로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


‘미술은 덧없이 사라지는 시간에서 잡힌 한 순간에 지속적이고 침착한 존재를 부여해 주는 일이다.’



[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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