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 본성으로의 접근 -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

글 입력 2020.02.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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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방의 지주인 표도르 까라마조프는 평생 방탕하게 욕정을 쫓으며 살아온 호색한이다. 첫 번째 아내로부터 드미트리,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반과 알료샤를 얻었으나, 모두 내팽개치고 자기 아들로 추정되는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으로 부리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표도르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표도르와 유산 문제로 다투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공언하고 다닌 드미트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되고,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이반, 견습 수도 생인 알료샤, 하인 스메르쟈코프까지.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혐오가 있던 네 형제는 점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1.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까라마조프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방탕하고 호색한 아버지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법정에 선 첫째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드미트리는 외쳤다.


'나는 악한 사람이다. 하지만 결코 살인자는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심증이 모두 드미트리를 향한다. 그렇게 그는 감옥에 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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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는 굉장히 충동적이며 어쩌면 표도르를 가장 닮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여자를 사랑하며 술을 좋아한다. 언젠가 부하를 부하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괴롭힌 적이 있을 정도로 그는 '악'에 가깝다. 항상 표도르를 죽이겠다고 말하고 다녔으며 그와 싸우는 일 역시 잦았다.


한번은 드미트리가 사랑하는 여자를 표도르가 빼앗아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전적이 있기에 더욱더 드미트리는 표도르를 원수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표도르가 의문의 살인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지목된 인물이 드미트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지적이며 학문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표도르는 그런 이반을 조롱하며 그의 학구열 자체를 비난한다. 그런 아버지를 항상 죽이고 싶다 생각했다. 표도르가 어머니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을 어릴 적부터 보며 자랐기에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은 깊어져 갔다. 표도르가 살해당한 날 이반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다.


알료샤는 집을 떠나 수도원에 들어갔다. 까라마조프의 피가 흐른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타락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스스로 수도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거기서 신께 기도하며 까라마조프의 '악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찾아왔을 때는 이미 형제는 뿔뿔이 흩어지고 난 뒤였다.


알료샤는 드미트리를 위로하며 형을 믿는다. 절대 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냐. 라고 말하면서도 그를 의심한다. 알료샤만은 자신이 결백하다는 주장을 믿어줄 것이라 믿었던 드미트리 조차 알료샤의 자신 없는 말을 듣고 희망을 놔버린다. 그나마 까라마조프 형제 중에 가장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일찍이 집을 떠나 있었고, 범죄와 악함과는 거리가 먼 수도사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는 수시로 발작을 하며 '수증기'라는 이름에 맞게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다. 표도르에게 충성을 다하며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님이라 부르며 그를 따른다. 또 한 명 따르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이반이다.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의 지적인 모습을 동경하며 종종 그가 알려주는 지식을 모두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 생각보다 총명해 나중에는 이반이 알려준 지식을 외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으로 발전시키기까지 한다.

 


 

2.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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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넷 중에 누가 표도르를 죽였을까.


뮤지컬은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각 인물이 표도르와 어떤 관계였는가를 통해 범인을 추측한다. 각자가 뚜렷한 개성이 있었기에 범인을 추측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뻔하고 확실했다. 그렇다면 왜 극은 시작부터 범인을 드미트리로 추측하고 시작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인물이 가진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1차원적인 소개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서 '서로'로 관계가 확장되고 형제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된다. 그리고 물음은 바뀐다.


이 넷 중에 표도르가 죽었을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이가 누구인가.


이때부터 각 인물의 정서는 요동친다. 스스로가 떳떳하다 주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의심한다. 서로가 숨기고 있던 카드를 한 장씩 꺼내고 보니 드미트리가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만 나온다. 하지만 그런데도 뚜렷하게 누가 범인이라고 추측하지는 않는다.


이 넷 중에 단 한 번이라도 표도르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자가 누구인가.


각 인물은 자신을 마주하며 까라마조프의 피를 느낀다. 형제를 믿었지만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서로를 더욱 믿기 힘들어졌다.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감정에 다가서며 '악'을 느낀다. 이반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알료샤는 신을 증거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내면을 직접 마주하며 가장 순수한 악을 드러낸다.


그렇게 까라마조프 형제들은 표도르가 원하는 대로 가장 원초적인 '악'에 다가간다.

 

 

 

3. 무대는 혼돈으로



무대는 사형제가 존재하는 5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미트리는 감옥에, 이반은 지적임을 과시하는 서재, 알료샤는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십자가와 수도원, 스메르쟈코프는 사생아의 하인이라는 역할에 맞는 누추한 방. 그리고 가운데 표도르가 누워있는 평상. 각 인물은 자신과 어울리는 방에서 '이미지'를 고수한다. 그렇게 자신을 변호하고 정체성을 지키던 방은 극이 진행할수록 역할을 잃어간다.


인물과 관계없이 서로의 방에 들어가며 어지르고 뒤집는다. 처음에 정갈하고 깔끔했던 무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질러져 혼돈 그 자체가 된다. 인간이 학문을 만들고 이성을 만들며 '도덕'으로 틀을 만들어 놓았지만, 표도르만은 그 틀을 철저하게 깨부수는 인물이었다. 신을 믿으며 위선을 행하는 사람들, 소문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행위 등 도덕으로 보기 좋게 포장된 인간 본성을 표도르는 철저하게 깨부수며 죽음으로 사라진다.


인간의 악함에 관해 이야기하며 누가 어떤 '행위'를 했느냐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악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인간은 죄악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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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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