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았던 때란 없었다 : [영화] 우리들

우리는 언제나 그 나름대로의 고통의 시간을 살아왔다.
글 입력 2020.02.20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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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jpg

 

 

"그럼 언제 놀아?"

 


약 2년 전,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보게 되었다.

 

마침 한 여름이었고 더웠고 밖에선 저물지 않는 해를 맞이한 아이들의 소리가 늦은 저녁까지 이어진 날이었다.

 

내가 오래 살던 옛집은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에게서 학창 시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데, 잠깐 주전부리를 사러 편의점으로 가는 길에  뛰어다니는 초등학생들을 볼 때면 '좋을 때다'라고 읊조리곤 했었다. 


하지만 과연 마냥 좋을 때였을까?

 

오랜 시간 속에서 잊어버리고만 어린 날의 고민들에 대해 이 영화가 다시금 일깨워준다.

 

'마냥 좋은 때는 아니었어. 나름대로 한 사회 안에서 초조하고 고통받고 힘들었어.'라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매년 서바이벌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익숙해질 즈음 떠나보내게 되는 친구들 그리고 같이  같이 공유하던 추억들과 웃음코드 노는 방식들 등등. 이어나갈 수 있지만 새로 배정받은 반에서의 동화를 위해 우리는 새롭게 적응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움과 변화에 대해 적응하는 법을 배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린 시절 나에게 익숙함을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 괴로웠다. 


영화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시간이 흘러 잊혔거나 미화되어버린 그 날의 기억들을 생생히 보여준다. 눈치 보고 초조해했던 그 시절. 어느 순간에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아버리게 되면 어느 날 모두가 날 멀리하던 그 시절. 행복했던 기억들이 더 많지만 그 순간에도 관계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따라다녔다.

 

생각해보면 인간관계는 언제나 우릴 괴롭혔던 것 같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개개인들의 다양함 속에서 서로에게 기쁨을 주기 도하지만 상처도 주기 때문에.  기쁨과 고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존재랄까. 

 

이 영화는 사건이 전개되고 절정에 치다르고 결말에 이를 때까지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다는 것이 이 영화에 좋은 평점을 남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흔히 상업영화에서 튀어나오는 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그랬듯 흐르는 대로, 상황과 감정들이 이어지는 연출이 참 좋았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연기 또한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했고 말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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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주인공 선이이다. 선이는 반에서 은근하게 따돌림당하는 친구이다. 그래서 짝을 정하거나 팀을 나눌 때 항상 마지막에 언급되는 혹은 언급조차 안되기도 하는 아이. 영화 보는 동안 선이는 내내 초조하다. 이미 비틀어진 관계 속에서 혼자 따돌려진 선이에게는 눈치 보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적당히 눈치 보고 기대하다 실망하고. 슬퍼하다가 무뎌져 가고. 


피구 팀 배정을 하는 이 장면에서 선이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내심 자신이 언급되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언급은커녕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고 곧 '너 선 밟았어'라는 이유로 아웃당하게 된다. 그게 이 학급에서 선이의 위치이다. 아이들의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직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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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이에게 방학 날 반 앞에서 전학생 한지아를 만난다. 지아는 쿨하고 장난기도 많은 아이다. 그런 지아를 선미는 너무 좋아했다. 힘들었던 일 학기를 보상받듯 지아와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낸다. 여느 다른 아이들처럼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봉숭아 물들이기도 하고 서로의 비밀도 털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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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를 만난 선이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선이의 위치는 언제나 눈치 보는 쪽에 있다.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연인관계에서도 그렇고 친구관계에서도 그렇고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많이 아쉬워하는 쪽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듯 선이와 지아의 관계가 그랬다. 선이가 더 좋아하고 더 아쉬웠다. 그래서 선이는 '너네 집은 왜 이렇게 더워?'라고 투덜거리는 지아의 눈치를 본다. 서로가 서로에게 똑같이 아쉽고 좋은 사람이면 좋으련만. 인간관계가 그래서 어렵다. 게임처럼 친밀도의 수치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상황과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그 관계의 정도를 읽어내야 한다. 참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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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도 잠시, 학원을 다니게 된 지아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그건 바로 은근히 선이를 따돌렸던 보라였다. 보라는 자신보다 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선이가 학원에서 만난 새 친구 지아랑 친한 것이 영 꼴 보기 싫다. 그래서 더욱 선이를 따돌리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곧 학급 내에 깔린 분위기를 읽은 지아는 점점 선이를 밀어내게 된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부모가 이혼하신 지아는 단란한 선이가 점점 부러워지고 질투가났기 때문인데,  자신이 가장 결핍된 부분을 충분히 갖고 있는 이를 보는 것은 어린 지아에게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이는 어른들에게도 마찬이기도하고. 어리석게도 누군가의 성공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고 생각할 때가 나도 있었다. 나름 머리가 컸고 감정 컨트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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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왕따 같은 짓만 골라서 해요.' '그러니까 네가 친구가 없는 거야'


지아와 싸운 전이가 들어버린 말이다. 관계란 이렇다. 나를 너무 기쁘게 했던 이가 나를 너무 슬프게 할 수도 있는 거다. 지아는 선이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했다. 아쉬운 이는 선이었으니까.


친구를 잃은 선의의 밤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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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그럼 나도 때리고...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항상 친구랑 놀면 맞고 들어오는 동생에게 선이는 물어봤다. 왜 노느냐고. 그렇게 돌아온 답변. 

 

선이도 멍해지고 나도 멍해졌다. 저렇게 해맑은 얼굴로. 사람을 멍하게 만들다니. 아이들은 가끔 어른들의 정곡을 찌른다지.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도 저 아이와 비슷했었던 것 같다. 미친 듯 싸우다가도 뒤돌면 다시 깔깔거리고 놀고 워낙 성격이 한편으로는 무던한 성격이라 그냥 화나거나 힘든 일도 금방 잊어버리기도 하고. 그게 어린아이의 위력 아닐까? 그리고 점점 섬세해지는 감정들과 재고 따지는 것들이 많아지게되면서 되면서 그런 것들이 어려워졌다. 복잡한 관계의 세계여. 우리들이 어릴 때를 가장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함'일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복잡하게 생각하게되면서 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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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둘은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영화 <우리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미화되어버린 학창 시절의 진실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영화이다. 간혹 학교 앞을 지나가면서 맑은 하늘 펄럭이는 태극기 운동장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상기된 목소리는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시켜주곤 했었다. 생각해보면 인간관계는 둘째치고 우유급식이 먹고 싶지 않아서 몰래 버리기도 했고 대청소 시간에 청소하기 싫어 미적거렸을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유독 학교가 너무 지루해 집에 가고 싶었을 때도 많았다. 그렇다. 학교 생활은 그 당시에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 보이는 거지.


영화를 보는 내내 반에서 시시비비 일어나는 왕따나 은따. 흔히 잘 나가는 애와 그 애를 선망하는 아이들의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약육강식의 세계. 동화되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나의 소관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로 위로하며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인생의 경험치가 없었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다. 어린 아이들의 사소한 문제라고 여기던 어른들의 안일했던 생각들에 대해 감독은 경고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현재 아이들은 나름대로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가고 있고 우리 또한 이 과정을 겪으며 잠 못들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보는 내내 힘들었던 영화이며 참 인생에서 마냥 좋았던 때는 결코 없었구나 느끼게 해준 영화이다. 분명 좋은 때라고 여겼던 그 지점에서도 나를 힘들게 한 사건들이 있었다. 수 없는 고민의 밤을 거치고 성인이 된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을 때다~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결코 쉽지 않은 인생들을 살고있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박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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